[고란 코인도란] 과세냐 유예냐…코인 앞에 흔들리는 정치판·투자판
코인 과세 둘러싸고 또 입법부·행정부 갈등 격화
국내 금융회사는 코인 관련 산업서 소극적
미국은 세법개정안으로 코인 세금 확보 나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적격 투자 대상 자산에 비트코인이 들어가는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코인 관련한 투자 정보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500만 ‘코인러’를 위한 핵심 투자 정보를 정리해 드립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편집자]
“올해 예산안 잉크가 다 마르기도 전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물어보는 거 자체가 저는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홍남기 부총리가 작년 2월 3일 한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추경 편성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토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그달 24일, 홍 부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는 추경을 편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한 줄 남겼다. 그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추경 편성을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고, 이낙연 전 총리는 “추경안에 대해 전날(23일) 당·정·청 회의에서 모든 게 조정됐다”고 밝혔다.
나라 곳간 책임자인 기획재정부가 원칙론을 앞세우며 버티지만, 대개 결론은 정치권의 승리다. 코인 과세를 둘러싸고 또 한 번 입법부와 행정부의 갈등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이번에도 정치권의 승리를 점치는 쪽이 많다. 기재부 공무원조차 “유예되겠죠”라고들 반응한다. 조선비즈의 작년 초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재부 과장급(서기관) 응답자 35명 가운데 20명이 자신의 역할을 ‘수비수·서포터스(57%)’로 정의했다. “맡은 일을 하다가 하지 말라고 하면 덮는 거”라고 업무 범위를 규정한다.
국내에선 무슨 일이, BTS NFT포토카드 나온다
이번 주 8일부터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가 예정돼 있다. 국회의원들은 코인 과세와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의 입장을 촉구할 것이다. 아직 그와 기재부는 단호하다. 코인 과세를 위한 후속 준비를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앞선 여러 차례 대결 구도에서 번번이 패했던 전례가 이번에도 반복될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관련법 개정을 위해선 두 달도 남지 않았다는 점은 한계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아직 코인 관련 산업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규제 당국의 비우호적 시선이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도태되지 않으려면 대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당국의 눈 밖에 나지 않으면서 당장 사업화가 가능한 사업 분야 ‘커스터디(수탁)’를 선택했다. 신한은행-KDAC, 국민은행-KODA, 농협은행-카르도 등 주요 은행들은 이미 커스터디 관련 업체를 설립했다.
그외 사업은 관심 밖이다. 강경한 규제 당국에 맞서 반기를 들 금융회사는 없다. 그런데 지난 4일 신한은행 쪽에서 뜻밖의 뉴스가 나왔다. 이날 윤하리 신한은행 블록체인랩장은 ‘NFT 부산 2021′이라는 행사의 주제발표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달 말 개념증명(POC)을 완료할 예정이고 해외 송금 테스트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천동지할 일이다. 한국은행이 가진 고유한 통화발행권을 위협하는 스테이블코인 출시라니…. 예상보다 파장이 커지자 신한은행 측은 “스테이블코인 상용화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당국은 “아직 신한은행이 어떤 스테이블코인을 구상하고 있는지 파악되고 있지 않아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 전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신한은행이 말한 스테이블코인은 일종의 선불전자지급수단이 아닐까 짐작한다. JP모건이 작년 말 자체 발행한 ‘JPM코인’처럼 이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만이 발급받을 수 있고, 은행 내에서의 송금 등에 쓰이는 형태일 것으로 추정한다.
업계는 NFT 열기로 계속 뜨겁다. BTS(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는NFT 등 신규사업 공동 추진을 위해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주식 2.48%를 5000억원에 취득했다. 아티스트 관련 콘텐츠와 상품들을 NFT 기술을 통해 팬들의 디지털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4일 온라인으로 공개된 회사 설명회에서 그 예시로 디지털 포토카드를 들었다. 디지털에서 고유성을 인정받아 영구 소장할 수 있고, 플랫폼 내 수집ㆍ교환ㆍ전시가 가능하다. 앞서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두나무와 NFT 플랫폼 사업을 위해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나의아저씨’, ‘펜트하우스’ 등 드라마 외주 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는 약 45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NFT 사업 진출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익률이 높지 않은 외주제작사의 한계를 벗어나 IP 보유 기업으로의 사업모델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NFT 하면 빠질 수 없는 분야는 게임이다. 국내 게임사 중에 NFT에 가장 열심인 곳은 위메이드다. 8월 글로벌 170여개국에 출시한 ‘미르4’는 동시접속자수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다. 미르4에는 NFT 기술이 적용됐다. 이른바 ‘플레이투언(Play to Earn, P2E) 테마 게임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플레이투언이 아니라 ‘플래이 앤 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선보인 다른 P2E 게임과 달리 코인 콘텐츠가 재밌고 완성도도 높다는 위메이드의 자신감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서비스 중인 모든 게임을 글로벌에 출시하는 동시에 게임을 넘어 스포츠와 메타버스, NFT 등의 사업 영역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컴투스는 애니모카브랜즈, 캔디디지털, 더샌드박스 등 블록체인 및 메타버스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해외 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미국 블록체인 플랫폼 기업 미씨컬게임즈에도 투자했다. ※필자는 현재 위믹스 코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선 무슨 일이…미국인프라법 가결, 코인은?
규모를 줄이긴 했어도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턱밑까지 올라온 국가부채 탓에 또 빚을 질 순 없다. 그렇다면 세수를 늘려야 할 텐데, 이때 미국 정부 눈에 들어온 영역이 코인이다. 새로운 부가 창출되는 공간이다. 인프라투자법안 가운데 코인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조항은 6050I다. 암호화폐 신고 의무조항이다. 프로젝트가 1만달러 이상의 디지털자산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발송인의 이름·주소·사회보장번호와 수령자를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중범죄행위가 된다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디파이 프로젝트가 해당된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인프라 법안에 있는 6050I 조항이 재앙처럼 보인다”며 “디파이 같은 수많은 건강한 크립토 행위를 중대범죄로 규정해 얼어붙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련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이에 적용될 세법개정안 통과도 목전이다. 9월 제출된 세법 개정안에는 세금회피용 롱-숏 넷팅(netting) 거래와 자전거래에 세금을 물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세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코인 시장에서 향후 10년간 168억달러의 세금이 더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세금회피용 롱-숏 네팅 거래와 자전거래에 세금을 물리는 건 주식·외환·상품 등에도 적용되는 규제다. 문제는 코인 거래는 훨씬 빈번하고 복잡하다는 점이다. 과세대상인지 집어내기 어렵다. 또, 자전거래의 경우 ‘실질적으로 똑같은 자산’을 팔았다 샀을 경우 세금을 내야 한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똑같은 자산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다.
규제 움직임과는 별개로 비트코인은 상승 트랙에 안착한 모양새다. 특히,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서의 강점이 부각되고 있다. 다국적 투자회사 제프리스는 아시아 투자 포트폴리오(일본제외)에서 금의 비중을 5% 줄이고, 비트코인의 비중을 10%로 늘릴 예정이라고 한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희귀성을 가진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금과 경쟁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코인 가격이 14만6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위클리 코인, 더샌드박스(SAND), 손정의의 픽
NFT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 ‘더샌드박스’는 2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가 주도하는 펀딩 라운드에서 11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메타버스 및 블록체인 전반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와중에 코인 발행 기업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소프트뱅크 측은 “진정으로 디지털 소유권을 갖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는 더샌드박스와 파트너가 돼 기쁘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LG테크놀로지벤처스, 삼성넥스트, 컴투스, 리버티시티벤처스 등도 참여했다.
더샌드박스는 NFT계의 마인크래프트로 불린다. 오픈형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에서 쓰이는 코인이 샌드(SAND)다. 로블록스에서 쓰이는 ‘로벅스’를 떠올리면 된다. 이용자들은 샌드를 가지고 가상의 부동산인 랜드(LAND)를 구매, 자신만의 인터렉티브한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올해 들어 랜드 구매에 참여한 이용자 수는 5배 넘게 성장했다. 약 50만개 지갑 계정이 연동돼 있다.
소프트뱅크 투자 소식에 샌드 토큰 가격은 급등했다. 지난달 28일 1000원에도 못 미치던 가격은 2일 4250원까지 올랐다(업비트 기준). 지난 1월 업비트 상장 당시 가격은 100원대다. 코인 커뮤니티에는 수익과 졸업(투자 성공으로 코인 투자 시장에서 떠나는 행위)을 인증하는 글들이 넘쳐났다.
메타버스나 NFT는 코인은 물론이고 주식시장에서도 메가 트렌드다. 장기적으로 유망하다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최근 급등으로 시가총액이 약 23억5800만달러(7일 기준)로 불었다. 메타버스가 트렌드가 될 수는 있지만, 연일 경쟁 플랫폼이 쏟아지는 와중에 더샌드박스가 승자가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최악의 경우 메타버스 시대가 와도 내 잔고는 먼지가 돼 있을지 모른다. ※필자는 현재 샌드박스(SAND) 토큰을 보유하고 있다. 비전펀드 투자 발표 이후 매입한 터라 7일 기준 평가손실 상태다.
이번 주는 뭘 봐야 할까, 16일 비트코인 업그레이드, 호재 반영?
8~11일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가 열린다. 추가 경기부양책 발표 여부가 관심인데, 코인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코인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을지가 더 궁금하다. 9월 대대적인 코인 시장 단속 이후 코인 시장 내 중국의 영향력이 크게 줄긴 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중요 변수다.
오미세고(OMG)는 12일 새로운 거버넌스 토큰 보바(BOBA) 출시를 위한 스냅샷을 진행한다. 스냅샷 기간에 거래소에 OMG를 보유하고 있으면, 1OMG 당 1BOBA 코인을 받을 수 있다. 9일~10일에는 리플(XRP)의 연례 컨퍼런스 ‘스웰’이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참석자 가운데 FTX 창시자 샘 뱅크맨이 눈에 띈다.
16일에는 비트코인 탭루트 소프트포크가 예정돼 있다. 소프트포크는 체인분리가 없는 일종의 프로그램 업데이트다(업그레이드의 또 다른 종류로 하드포크는 체인분리가 일어난다). 4년만의 업그레이드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더 우수하게 만드는 셈이니 이런 이벤트는 코인 가격에 대체로 호재로 작용했다. 업그레이드 날짜가 다가올 수록 비트코인 가격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미 호재가 가격에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지만, 소프트포크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가격을 한 번 더 자극할 수 있다.
※필자는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의 대표이자, 유일한 기자이자, 노동자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어려운 말로 ‘미디어 리터러시’)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주식·부동산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시장 무서운 줄 잊고 레버리지로 투자하다 큰 손실을 본 후, 생계형 기자 모드로 전환했다(독자분들도 신용 거래는 조심하셔라. 여기 반면교사가 있다). 최근 “졸업했다”는 사람들의 인증샷에 항상심(恒常心)이 흔들리고 있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심정에 무리하다간 ‘퇴학’당하기 십상이다. 구독ㆍ좋아요ㆍ알림설정은 사랑이다. algorantv365@gmail.com
고란 알고란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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