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1000조원 시장 잡아라...증권사 퇴직연금 경쟁

[금융사 WM확전]②
증권사,실물이전 효과에 은행권 추격 본격화
고객 확보전 본격화…ETF·디지털 전략 등 승부수

지난해 10월 시행된 '실물이전 제도'로 고객들이 퇴직연금을 증권계좌로 갈아탈 수 있게 되면서은행과 보험사가 주도하던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들이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며 경쟁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실물이전 제도’로 고객들이 퇴직연금을 보다 쉽게 증권계좌로 이전할 수 있게 되면서다. 이를 통해 은행과 보험사가 주도하던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들이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며 경쟁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높은 사업적 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은 장기적인 수익원이자, 매년 발생하는 운용·관리 수수료를 통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이다. 또한 고객 이탈률이 낮아 생애가치(LTV)가 높다. 장기적인 고객 관계 형성이 추가 금융 상품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증권사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다.

특히 현재 약 427조원 규모 수준인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1000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증권사들은 시장 점유율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이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만큼, 수년 안에 퇴직연금 시장이 금융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차별화된 투자 상품과 디지털 플랫폼 강화를 통해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운용 전략을 도입하는 한편, 퇴직연금 가입자가 쉽고 빠르게 투자 상품을 변경하고 운용현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온라인·모바일 시스템을 개선하고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앞세워 안정성을 중시하는 가입자층까지 흡수하는 전략을 펼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2024년 4분기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 순증액. 


‘실물이전 제도’ 실시 후 증권업계 퇴직연금 유입 가속화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국내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7조3929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96조5331억원에서 4분기 말 103조9412억원으로 약 7% 늘어난 것으로, 전체 시장에서 증권사의 점유율이 눈에 띄게 확대됐다.

특히 적립금 순증액 면에서 증권사들이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24년 4분기 기준, 미래에셋증권이 약 1조8190억원을 추가 확보하며 가장 많은 증가액을 기록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1조3323억원), 삼성증권(1조2746억원)이 각각 1조원 이상의 순증액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9405억원) ▲현대차증권(7068억원) ▲KB증권(6628억원)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증권사들의 돌풍 배경에는 다양한 투자 상품과 높은 수익률이 꼽힌다. 특히 최근 ETF 투자 열풍이 일면서, 퇴직연금의 증권사 이동을 가속화하고 있다. 은행이나 보험사와 달리 공격적인 상품을 적극 운용하면서 수익성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2024년 4분기 증권사의 평균 수익률은 ▲확정급여형(DB) 6.9% ▲확정기여형(DC) 9% ▲개인형퇴직연금(IRP) 9.2%로, 타 금융권 대비 높은 성과를 냈다.

미래에셋증권 독주 속 현대차·한투證 추격

다만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의 입지는 여전히 은행보다 낮은 수준이다. ▲신한은행(45조9153억원) ▲KB국민은행(42조481억원) ▲하나은행(40조2734억원) 등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여전히 크다.

그러나 증권사들도 빠르게 성장하며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하고 있어 향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증권업계 1위를 넘어 금융권 전체에서도 5위에 오르며 은행과의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차증권(9위)▲한국투자증권(10위) ▲삼성증권(11위)도 상위권에 자리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현재 증권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있는 미래에셋증권의 총적립금은 지난 4분기 기준 약 29조6958억원이다. 이 밖에 현대차증권은 같은 기간 약 17조원, 한국투자증권은 15조8184억원을 기록하며 증권업계 2~3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기존 강자인은행과의 경쟁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물이전 제도의 정착으로 금융기관 간 고객 이동이 활발해지는가운데, 증권사들이 수익률과 상품경쟁력을 높이며 고객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되는 까닭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모든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전 분기 대비 증가한 만큼, 증권사들의 이 같은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최근 퇴직연금 시장은 단순히 적립 중심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자산운용과 실질수익률 제고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증권사들은 차별화된 금융상품 라인업과 컨설팅 역량을 바탕으로, 경쟁 우위를 형성하는 등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중견 건설사 이화공영, 기업회생 신청…‘상장폐지 예고’ 무슨일

2인도 출신 엔지니어 영입해 부족한 개발자 문제 해결한다

3외국인 국내 주식 투자 쉬워진다

4소득 적을수록 체감물가 높다...식료품·주거비 특히 부담

5300만명 몰리는 여의도 벚꽃축제…尹탄핵심판 선고에 일정 연기

6서울경찰청, 통신사와 공조해 보이스피싱 막았다...첫 현장 사례 눈길

7조주완 LG전자 CEO, 2억원 자사주 매입…‘주가 방어’ 메시지 던졌다

8‘탈탄소’ 접은 월가, 다시 화석연료 품는다

9‘부자아빠’ 기요사키가 비트코인 대신 찍은 이 투자처는?

실시간 뉴스

1중견 건설사 이화공영, 기업회생 신청…‘상장폐지 예고’ 무슨일

2인도 출신 엔지니어 영입해 부족한 개발자 문제 해결한다

3외국인 국내 주식 투자 쉬워진다

4소득 적을수록 체감물가 높다...식료품·주거비 특히 부담

5300만명 몰리는 여의도 벚꽃축제…尹탄핵심판 선고에 일정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