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공개(IPO) 직후 이른바 ‘따상상상’을 기록하며 주목받았던 SK바이오팜이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중국 진출 전략과 함께 ‘외부 파이프라인 도입’을 내세웠다. 
 
SK바이오팜은 중국 복수 투자사와 손잡고 현지 회사를 설립, 투자를 유치해 중국 시장 진출의 포석을 마련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법인 설립과 투자유치를 바탕으로 SK바이오팜은 미국, 유럽, 일본, 중국까지 글로벌 TOP 4 제약시장에 모두 진출하게 됐다. 글로벌 주요 시장 진출 전략을 모두 수립한 SK바이오팜은 외부로부터 신약 도입 등을 본격화해 기업가치를 높일 방침이다.
 
SK바이오팜은 이날 중추신경계(CNS) 제약사 ‘이그니스 테라퓨틱스(이하 이그니스)’를 설립해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은 앞서 상하이 소재 글로벌 투자사인 ‘6디멘션 캐피탈(이하 6D)’과 함께 법인을 설립했고, 이번에 골드만삭스, WTT 인베스트먼트, HBM 헬스케어 인베스트먼트, 무바달라, KB 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억8000만 달러 수준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유치와 함께 SK바이오팜은 이 회사에 미국·유럽에서 판매 중인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판매명 엑스코프리)와 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미국 판매명 수노시), 개발 중인 신약 카리스바메이트 등 6개 신약 파이프라인의 중국 판권을 현물 출자해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지분을 획득, 44.9%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됐다.
 
SK바이오팜은 현물출자로 지분확보뿐 아니라 계약 조건에 따라 선계약금 2000만 달러,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 1500만 달러, 판매에 따른 로열티 등 수익을 갖게 된다.
 
SK바이오팜은 이번 협력으로 중국 내 신약 개발 및 상업화 플랫폼 구축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양사는 이그니스 CEO에 전 사노피 중국지사 CNS 사업 총괄책임자인 에일린 롱(Eileen Long)을 선임했다.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은 “이번 법인 설립은 중국 시장에서 SK바이오팜의 입지를 넓히고 환자들에게 혁신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중국 진출을 토대로 SK바이오팜의 글로벌 성장 전략을 가속화하면서 사회적 가치 실현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상장 이전 미국과 유럽 진출에 성공한 SK바이오팜은 이번 중국 투자유치로 글로벌 주요 시장에 대한 진출을 마쳤다. 이날 진행한 3분기 실적 관련 컨퍼런스 콜에서 이 회사 정지웅 최고재무잭임자(CFO)는 “중국 진출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했고, 다양한 주체와 협의 끝에 가장 이익이 될 수 있는 협력자를 선정했다”며 “중국 외에도 다수의 기타 지역에서 라이선스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주요시장 진출 채비를 마친 SK바이오팜은 이제 본격적인 파이프라인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먼저 희귀 뇌전증의 일종인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치료제로 개발 중인 ‘카리스바메이트’가 임상 3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정 CFO는 “내부적으로 다수의 항암파이프라인을 준비 중”이라며 “내부 디스커버리뿐 아니라 라이선스-인을 위한 후보도 다수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영업망을 갖춘 SK바이오팜이 국내 유망 항암제 후보물질을 도입해 개발에 나서면 국내 제약‧바이오 생태계에 다시 한번 활력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은 이뿐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위해 국내 바이테크 기업과 콜라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초 자력으로 미국 시장 성공사례를 만들고 있는 SK바이오팜이 글로벌 유통망 구축을 마치고 본격적인 기업가치 높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며 “지난 7월 ‘파이낸셜 스토리’를 통해 밝힌 성장 계획이 본격 시행되는 수순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SK바이오팜은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6배 이상 커진 19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직전 분기와 대비하면 소폭 감소했다. SK바이오팜 측은 “엑스코프리의 미국 매출이 증가했지만 반제품 매출이 소폭 줄어들었다”며 “미국 도매업체가 재고물량을 줄이며 엑스코프리 매출 성장은 약화됐지만 의료시장의 수요 증가는 견고하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또 “미국 시장에서 라이선스-인 성과도 임박했다”고 밝혀 향후 실적 개선이 가속화할 것이란 기대감을 높였다.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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