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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찍고, 중국으로 눈 돌리는 제약·바이오 업계

SK바이오팜 중국에 이그니스 테라퓨틱스 법인 설립…투자자 유치 성공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맨 왼쪽)이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 판교 본사에서 레온 첸 6 디멘션 캐피탈 대표이사, 에일린 롱 이그니스 테라퓨틱스 CEO와 화상으로 중국 기술수출 및 법인 설립 계약 체결을 위한 조인식을 마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SK바이오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성과를 낸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중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중국 의약품 시장은 글로벌 2위 규모인데다,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필수적으로 진출해야 할 시장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자체개발 신약 상용화에 성공한 SK바이오팜은 최근 중국에 이그니스 테라퓨틱스라는 이름의 법인을 설립하고,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그니스는 SK바이오팜이 최대주주인 중추신경계(CNS) 의약품 전문 제약사로, SK바이오팜은 이 회사에 뇌전증신약 세노바메이트와 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을 비롯해 6개 파이프라인의 중국판권을 현물출자했다.
 
업계에선 신약을 자체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을 받은 SK바이오팜이 유럽에 이어 중국시장에 본격적인 도전에 나선 것으로 본다.
 
최근 중국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SK바이오팜뿐만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로 성공을 거둔 셀트리온은 지난 2018~2019년 셀트리온그룹 홍콩, V셀 헬스케어, 상하이 V셀 바이오테크 등 중국사업을 위한 법인을 설립했다. 당초 지난해 우한시에 중국 내 최대 규모인 12만 리터급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시 중단됐다. 이후 지난 3월 중국 법인에 윤정원 사장과 오명근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해 본격적인 진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9년 중국의 '3S바이오'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현지 바이오의약품 시장 진출을 위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보툴리눔톡신 분야 국내 회사들도 중국 시장에서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휴젤은 지난해 보툴렉스(중국명 레티보)의 중국 판매 승인을 얻었고, 휴온스글로벌의 휴온스바이오파마는 중국 에스테틱 기업 ‘아이메이커 테크놀로지’에 기술을 수출한 데 이어 이 회사로부터 15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전통제약사들도 마찬가지다.
 
대웅제약은 지난 3월 중국 양쯔강의약그룹 자회사인 상하이하이니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프라잔'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 및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일동제약그룹의 계열사인 일동바이오사이언스도 프로바이오틱스 및 마이크로바이옴사업을 통한 중국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이밖에 LG화학, JW중외제약, 제넥신, 한올바이오파마 등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제약‧바이오산업 진출을 선언한 오리온 그룹은 아예 사업의 시작을 중국에서 열었다. 오리온홀딩스는 앞서 올해 3월 중국 '산둥루캉의약'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체외진단 분야의 기술 발굴을 추진해 왔다. 이어 최근 중국 산둥성 지닝시에 실험실과 암 체외진단 제품 생산 설비를 지었다.
 
수년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중국 진출엔 소극적이었다. 수차례 진출을 위한 시도는 있었지만 대부분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수준에 그쳤다. 한미약품의 북경한미약품이라는 성공사례가 있었음에도 유사 사례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의약품 시장규모는 크지만 선진 시장으로 보긴 어렵다”며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미국‧유럽은 반드시 뚫어야 하는 시장이었고, 중국은 그 이후 진출한다는 전략이 세워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바이오기업들이 국내사와 협업할 만큼 기술 수준과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술로 글로벌 바이오업계에서 주목받는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0월 중국 바이오기업 두 곳과 연달아 공동연구계약을 맺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기술유출 등의 우려 때문이라도 중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에는 우려가 많았지만 최근 글로벌 빅파마에서 근무한 중국인이 다수 창업을 하는 등 기술 수준이 높아졌고, 글로벌 자본도 크게 유입되며 신뢰도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기업들의 중국 시장 성공을 단언하기는 이르다. 아직 규제당국의 인허가 기준 등에 불확실성이 크고, 다양한 리스크들이 잠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중국만의 시장 특성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국내 한 기업 관계자는 “중국시장은 다른 시장과 달리 효능에 차이가 없더라도 경구약보다 주사제를 선호하는 현상이 있다”며 “기존 경구용 의약품을 주사제로도 개발해 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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