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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확장, 인사시스템 개편 동시에…이재용의 '뉴삼성' 본격화하나

반도체 지키며 통신‧바이오에도 집중
인사시스템 개편해 변화에 대응 전망
이재용 부회장 공언한 '뉴삼성' 시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캐나다·미국 출장을 위해 14일 오전 서울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을 오가며 광폭 행보하는 가운데 본격적인 ‘뉴삼성’ 체제 전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밖으로는 전자(반도체)와 바이오‧통신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안으로는 인사시스템 개편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고히 하고 바이오‧통신으로 영역 확장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 방안에 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줄 수 있는 인센티브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는 반도체 생산 전문(파운드리) 공장 증설 계획과 관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세금 감면 혜택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삼성전자가 밝힌 미국 투자금액은 170억 달러로 우리 돈 약 20조 원에 달한다. 미국 현지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 투자를 받기 위해 미국 각 주가 경쟁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억9200만 달러의 재산세 절감 혜택을 인센티브로 내놓은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최종 선택지로 뽑힐 확률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부회장은 미국 서부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 경영진과 만나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20일(현지 시간)에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만났다. 16일에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났고, 이튿날에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Hans Vestberg)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과 회동한 바 있다.
 
이런 움직임은 삼성전자가 현재 먹거리인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면서 미래성장 사업인 차세대 이동통신과 바이오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그룹은 지난 8월 “3년간 신성장 산업에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며 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와 기념 촬영하는 모습.[사진 삼성전자]

인사 체계 개편해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여건 만들 듯

변화는 사업 영역 확대에서 그치지 않는다. 안으로 인사 체계를 개편해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인력 낭비를 막을 계획이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동료 평가를 도입하고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는 파격적인 인사시스템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상급자가 하급자를 일방 평가하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동료 평가제를 시행하고 기존 4단계였던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이달 말 공개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이런 인사시스템 개편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당시 사원1·2·3,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을 나누던 7단계 인사 체계를 4단계(CL1∼CL4)로 단순화하고 임직원 간 호칭은 ‘OO님’으로 통일했다. 이는 수직적이라고 평가받던 조직 체계를 상대적이지만 수평 체계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엉덩이가 무거운 공룡(삼성전자)이 유니콘(스타트업)처럼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위해 개혁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총수와 경영진이 반도체‧바이오‧통신 등 회사가 나아갈 큰 방향을 설정하면, 내부 인재와 조직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체계로 전환하려 한다는 뜻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수십 조 단위의 통큰 투자만큼 인재와 조직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느냐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의 움직임과 삼성의 인사시스템 개혁은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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