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에 대한 러시아&벨라루스의 하이브리드 전쟁 '이주민' [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벨라루스, 유럽행 원하는 난민 이용해 EU 곤경 빠드려
러시아 EU 겨냥 무력 시위에 높아가는 유럽 내 긴장감
유럽연합(EU)의 동쪽 경계인 폴란드·리투아니아·라트비아와 비 EU 국가인 벨라루스 사이의 국경 지대에서 초유의 이주민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중동 각지에서 항공편으로 벨라루스에 도착한 이주 희망자 수천 명이 국경에 몰려와 국경 통과를 요구하며 경비대와 충돌하고 있다. 벨라루스는 폴란드와 약 400㎞, 리투아니아와는 약 680㎞, 라트비아와는 170㎞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평소 조용하기 그지없던 이 국경 지대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핫스팟이 되고 있다.
벨라루스는 이주 희망자들이 서유럽으로 가고 싶어 하며, 자신들은 이들을 감당할 경제력이 없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하며 이들을 국경으로 밀어내고 있다. 반면, 폴란드·리투아니아·라트비아는 벨라루스가 의도적으로 난민들을 국경 지역으로 몰아넣으며 이웃 EU 국가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양측 주장을 모두 정리하면 이렇지만 이번 사태의 배경은 살펴보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벨라루스와 벨라루스의 대통령인 알렉산데르 루카셴코가 자국과 자신을 제재하는 EU를 상대로 한 ‘하이드리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혐의가 짙어진다. 루카셴코가 이주 희망자를 받으라는 요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상대로 한 제재를 풀라고 압박하는 게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유럽 최후의 독재자’ 루카셴코, EU의 제재를 받다
루카셴코는 경력부터 민주주의나 인권, 자유, 시장경제과 거리가 멀다. 그는 소련 시절 소련군 국경경비대와 국가에서 직영하는 국영농장인 솝호스의 책임자로 일했으며, 소련이 무너지자 과거 공산당 시절 권력을 바탕으로 새 나라의 권력을 차지했다.
1994년 5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신설해 처음 당선한 이래 지난해 6번째 대선까지 연속 당선했다. 벨라루스에선 1991년 독립 이래 정권 교체가 한 차례도 없었다. 이에 따라 루카셴코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 장기 집권하는 철권 통치자로 자리 잡았다.
벨라루스의 현재 상황이 그의 특징을 잘 말해준다. 소련의 공화국이던 벨라루스는 1991년 소련이 무너지면서 독립했다. 한반도 면적(22만 748㎢)과 비슷한 20만7600㎢의 면적에 약 930만의 인구를 가진 나라다.
벨라루스는 옛 소련 시절의 흔적을 가장 강하게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러시아와도 특별한 관계를 유지한다. 루카셴코는 1999년 12월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과 벨라루스-러시아 연합국가 창설 조약을 맺었으며 이듬해 1월 26일 발표했다. 옐친 대통령은 1999년 12월 31일 물러나고 블라디미르 푸틴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가 이듬해 5월 대통령에 선출됐다. 두 나라는 각각 주권은 유지한 채 정치·경제·사회를 통합해 유럽연합과 비슷한 연합국가를 구성해나가고 있다.
문제는 벨라루스가 옛 소련의 흔적을 러시아보다 더 강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벨라루스는 소련 사회주의 중앙통제 경제의 가장 강력한 특징인 주요 기업의 국유화를 지금도 유지한다. 시장 경제와는 거리가 멀다. 벨라루스는 눈에 띄는 산업도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명목 금액 기준 2021년 전망치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133달러의 가난한 나라다. 당연히 여행사도 항공사도 국영이다. 대통령 한 마디에 이익도 손해도 따지지 않고 움직일 수밖에 없다.
국기도 소련 시절 벨라루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것을 거의 그대로 쓰고 있다. 아래위로 붉은색과 녹색이 2대 1로 자리 잡고 왼쪽에는 붉은색과 흰색으로 이뤄진 장식이 붙어있는 국기다. 소련 시절인 1951년 제정됐을 때보다 왼쪽 장식의 크기를 키우고, 소련 시절에 있던 낫과 망치의 공산당 상징만 제거했을 뿐이다. 야권은 1919년 일시 독립 당시 사용했던 붉은색과 흰색의 전통 국기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실제로 시위 등에는 전통 국기를 사용한다. 국가를 상징하는 공식 표장인 국장(國章)도 과거 소련 시절에 쓰던 것을 거의 그대로 사용해 붉은 별이 그려져 있다.
이런 벨라루스와 루카셴코 대통령은 현재 EU의 제재를 받고 있다. 이유는 루카셴코의 장기 집권 야욕 때문이다. 그는 큰 이유가 2020년 8월 9일 루카셴코가 치른 6번째 대선이다. 루카셴코는 1994년 첫 대선을 제외한 모든 선거가 부정선거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루카셴코는 ‘유럽 최후의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대선 때마다 반대파 지도자들의 입후보를 원천 봉쇄해왔다.
특히 반대파의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치러진 6번째 선거에서 무려 80.3%를 득표해 9.9%를 얻은 야권 후보인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면서 더욱 강력한 선거 부정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자 EU는 지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벨라루스 대선은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평가했다. 독일 의회도 “정당한 선거가 아니었다”고 비난했다.
대선에서 2위를 한 티하놉스카야는 반정부 블로거였던 남편이 대선 입후보를 거부당하고 사회 질서 교란죄로 체포까지 되자 대신 출마했다. 루카셴코는 다른 유력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돈세탁 혐의가 있다며 입후보를 막았다. 이러니 선거부정 의혹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 뿐만 아니라 대선 직후 티하놉스카야는 보안군에 의해 이웃 리투아니아로 사실상 추방됐다. 이로 인해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 등에선 2021년 3월까지 극심한 시위가 계속됐다.
루카셴코는 지난 5월 23일 전 세계를 경악시킨 정치적 ‘엽기 행위’를 벌였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벨라루스 영공을 거쳐 이웃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로 행하던 아일랜드의 라이언에어 4978편 여객기를 전투기를 동원해 강제로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 착륙시켰다. 당시 이 여객기는 라이언에어를 대리한 폴란드의 자회사 버즈 항공사가 운항하고 있었으며, 보잉 737-8AS 여객기에는 132명이 탑승했다.
아무리 자국 영공이라도 허가를 받고 비행 중인 타국 항공기를 강제로 착륙시키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다. 루카셴코는 이 여객기에 반정부 언론인인 로만 프로타세비치와 그의 여자친구인 소피아 사페가가 탑승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들을 체포하기 위해 비행 중인 여객기를 납치한 것이다. 국가가 주도한 항공 납치 사건이다. 이 때문에 벨라루스는 EU로부터 자국 항공사의 유럽영공 통과금지, EU 여행금지, 자산동결, 경제제재 등 혹독한 제재를 받게 됐다.
루카셴코, EU 제재에 ‘난민’으로 응수
그러자 루카셴코는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지난 여름 인신 매매업자와 마약밀수업자, 무장이주자를 데려오겠다고 위협했다. 이는 말로만 끝나지 않았다. 루카셴코는 이를 사실상 실행에 옮겼다.
지난 여름 벨라루스의 국영항공사인 벨라비아와 국영여행사는 중동의 이라크를 중심으로 사냥 관광객을 대대적으로 모집하면서 중동과 수도 민스크를 연결하는 항공편을 대폭 늘렸다.
이라크의 경우 원래 벨라비아 항공사의 민스크 직항편이 출발하는 공항은 바그다드로 국한됐다. 하지만 벨라비아 항공사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인 아르빌(한국의 자이툰 부대가 주둔했던 곳)과 슐레이마니아, 그리고 남부 바스라 등 모두 네 곳으로 취항지역을 증설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벨라루스에 오면 국경을 육로로 넘어 EU 지역으로 가는 것이 합법적이라는 거짓 뉴스를 퍼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유럽 이주 희망자들은 대부분 난민에 관대하고 일자리도 많은 독일로 가는 것이 꿈이다. 벨라루스에서 육로로 국경을 넘어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가는 길이 열렸다고 판단한 이주 희망자들은 이라크에서 벨라루스 사냥 관광 비자를 받고 민스크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EU가 이라크를 설득해 벨라루스로 가는 항공편을 8월 7일 이후 축소하자 터키 이스탄불과 시리아·레바논에서 민스크로 가는 항공편이 확대됐다.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체류자로 넘치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를 본부로 하는 저비용 항공사인 플라이 두바이도 민스크를 잇는 항로를 증설했으며, 이 나라 동부의 토후국인 라스 알 카이마에서 민스크로 이어지는 직항편도 생겼다.
벨라비아 항공은 터키와도 직항로를 늘렸다.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과 민스크를 잇는 직항편을 늘린 것은 물론 터키 남부 안탈리아에서 민스크로 가는 직항로도 개설했다. 터키 남부 휴양지인 안탈리아는 이란과의 직항로가 개설돼 과거 이란의 사정이 좋았을 당시에는 이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곳이다. 시리아 내전 뒤에는 국경을 넘은 난민들이 육로로 접근하는 집결지가 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벨라루스는 내전 중인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와 민스크를 연결하는 직항로를 개설했으며,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도 직항편이 뜨기 시작했다. 시리아 항공사인 참에어도 민스크 노선에 동참했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유럽 이주 희망자’들은 독일로 가는 꿈에 부풀어 민스크행 여객기에 올랐다.
독일 대중일간지 빌트에 따르면 중동의 각 도시에서 민스크로 가는 직항로는 약 50편으로 증설됐다. 매주 이스탄불 26회, 두바이 12회, 다마스쿠스 7회, 바그다드 4회 안탈리아 4회, 베이루트 2회, 그리고 에르빌과 라스 알 카이마가 각각 1회씩 생겼다.
벨라루스는 유럽연합의 동쪽 끝과 긴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로 기차와 차량, 심지어 도보로 쉽게 입국할 수 있다. 그쪽으로 이주민이 몰리면서 이번 국경 혼란 사태가 불거졌다.
민스크에 도착한 이들은 벨라루스 당국의 도움으로 폴란드·리투아니아·라트비아 국경으로 향했다. 하지만 폴란드·리투아니아·라트비아의 국경을 관리하는 당국자들이 이들을 통과시켜줄 리가 없었다. 국경 통과 길이 막힌 이주 희망자들은 발길을 돌릴 수도 없었다. 벨라루스 경비대가 이들이 다시 민스크로 돌아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주 희망자들은 국경을 넘을 수도, 뒤로 돌아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들은 국경지대에 갇힌 신세가 됐다.
‘인도주의’와 ‘현실’ 사이의 딜레마에 빠진 EU
과거 터키와 그리스 사이의 바다를 건너 유럽으로 몰려온 난민을 수용하고 국가 별로 나눠 수용하는 과정에서 독일·프랑스를 비롯한 부유한 나라와 헝가리·폴란드 등 경제력이 그보다 못한 신규 EU 회원국 사이에 틈이 벌어졌다. 난민에 가장 관대하다는 독일 국내에서도 난민이나 외국인, 특히 무슬림에 대한 반감이 확산했다. 무슬림 이주민의 증가로 유럽이 결국 고유의 정체성을 잃고 유라비아(유럽+아랍)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난무했다. 외국인, 특히 무슬림 이주민에 반대해온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 극우파가 정치적으로 지지를 늘려갔다. 독일에서도 비교적 경제적으로 열악한 옛 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2014년 ‘서양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인 유럽인(PEGIDA)’이라는 극우·반이슬람·반외국인 단체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이런 우려 때문에 난민을 내치면 인권이나 인도주의에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EU가 내걸어온 인도주의·인권의 가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 된다. 게다가 이는 바로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대통령이 노리는 부분이다. ‘나를 선거부정·인권탄압·국제법 위반 등으로 비난하는데 EU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국제여론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폴란드·라트비아·리투아니아는 국제전략이나 군사전술 차원에서 이번 사태를 ‘하이브리드 전쟁’이라고 지적한다. 하이브리드 전쟁은 군사적 수단만이 아니라 경제적·정치적·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해 상대를 타격하고 내가 원하는 걸 얻어내는 복합 전쟁의 한 양상이다. 달리 표현하면 총 한 방 쏘지 않고 상대를 곤경에 빠뜨려 내 의지를 실현하는 방식이다.
이번 경우에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대통령은 난민을 앞세워 EU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여러 이유로 서유럽 정착을 희망하는 중동의 이주 희망자들을 정치 도구화한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대통령은 과거 터키에서 국경을 넘어 유럽연합 회원국인 그리스를 거쳐 몰려오는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EU의 전통적인 서유럽 회원국들과 중부유럽의 신규 회원국 간에 갈등이 생겼다는 사실을 이번에 재활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하이브리드 전술은 당시 EU 상황을 유심히 살핀 끝에 나온 국제 전술임을 알 수 있다.
결국 루카셴코가 원하는 것은 EU가 이들 이주 희망자를 받는 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제재를 푸는 것이다. 이주 희망자 일정 인원을 받고 안 받고, 지원하고 안 하고는 문제 해결책이 아니다. 루카셴코는 이주민을 EU의 정치적인 분열과 세력 균형의 불안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주 희망자들이 국제정치에서 최고의 타격 도구가 되고 있다.
게다가 EU가 사태 해결을 위해 벨라루스 추가 제재 여부를 논의하자 루카셴코는 한 술 더 뜨고 있다. 추가 제재를 할 경우, 벨라루스를 통과해 유럽으로 이어지는 러시아 가스관을 차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겨울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으니 유럽으로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루카셴코가 언급한 가스관은 야말 유럽(Yamal - Europe)으로 불리는 가스관으로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의 소유다. 서북 시베리아 북극해의 야말 반도에서 채굴한 가스를 운송하는 4107㎞ 길이의 거대한 가스파이프 시스템이다. 야말 유럽은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지나 폴란드·독일로 이어진다. 운송 용량이 연 330억㎥로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스파이프라인 중 가장 큰 규모다.
루카셴코의 큰 소리는 국경을 맞댄 폴란드·리투아니아·라트비아는 물론 이 가스관이 가는 EU 최강국 독일을 향해 제재를 풀라고 외치는 엄포로 풀이할 수 있다. 이주민 사태를 계속 겪기 싫으면 벨라루스에, 루카셴코에게 유럽연합 27개국이 인권이나 민주주의를 거론하며 압박하지 말라는 경고다. 유럽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고조되는 동-서 유럽 간 군사적 긴장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외곽을 때리는 노련한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주민 사태에서 벨라루스를 적극적으로 두둔하면서 전략 폭격기인 투폴레프(Tu)-22M3 2대와 Tu-160 2대를 11월 10일과 11일 연이어 벨라루스 영공으로 파견해 초계비행을 했다. 누가 봐도 명백히 EU를 겨냥한 무력시위다.
나토도 맞대응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11월 13일 러시아 북부 북극해에 가까운 바렌츠 해와 러시아에서 북대서양으로 이어지는 노르웨이 해, 그리고 영국과 노르웨이 북쪽의 북해 등의 공해 상공을 비행하던 자국의 Tu-160 장거리 전략폭격기들을 상대로 영국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들이 초근접 비행을 하면서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11월 12일 벨라루스와 함께 EU 회원국인 폴란드·리투아니아와 접경한 벨라루스 서부 그로드노 주에서 대규모 연합 공수 훈련을 펼쳤다. 러시아군은 서방과 가까우면서 러시아에 적대적인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지대에 약 9만 명의 병력을 집결시켰다고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발표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호응해 국경지대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나토도 11월 11일 미국, 터키,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 4개국 군함 7척을 동원해 흑해 공해 상에서 연합 해상 훈련을 펼쳤다. 러시아와 나토 간 우발적 충돌의 가능성이 역대 최고로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에는 나토와 EU 가입을 희망하는 국민이 많은데 옛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로선 이런 분위기가 불만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될 경우 러시아 본토가 EU나 나토 회원국과 국경을 맞대게 된다. 이미 옛 소련에서 독립한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가 나토와 EU에 가입해 러시아 본토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소련에서 분리된 리투아니아도 나토와 EU에 가입했지만, 러시아 본토가 아닌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만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런 갈등 과정에서 러시아는 2014년 3월 우크라이나가 지배하던 크림반도를 합병해 EU의 제재를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선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주도하는 돈바스 전쟁이 벌어졌다. 2014년 9월 5일 민스크 협정을 통해 휴전하고 이를 연장하고 있지만, 갈등은 여전하다.
루카셴코의 하이브리드 전쟁은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긴장 고조로 이어지고 있다. 벨라루스는 총 한 방 쏘지 않고 EU를 곤혹스럽게 하는 하이브리드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종류의 전쟁이 얼마나 확산할지 세계가 고민에 빠지고 있다.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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