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시장 잡아라’ 자회사 만든 KB손보…다른 보험사는 “고민 좀”
KB손보 'KB헬스케어' 설립, 신한라이프도 초읽기
여전히 의료법·부수업무 부문서 장벽 존재
자회사 설립보다 '기존 서비스' 확충 노력
최근 보험사들의 헬스케어 사업이 확대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자회사 관련 규제를 상당 부분 풀어줄 것을 시사하면서 더 많은 헬스케어 전문 회사들이 등장할 분위기다. 이미 헬스케어 자회사 KB헬스케어를 설립한 KB손해보험은 내년 상반기 B2B(비즈니스 to 비즈니스)서비스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다. 금융당국의 승인만을 남겨둔 신한라이프도 헬스케어 자회사 설립 초읽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여전히 헬스케어 관련 진입 장벽이 상당 부분 개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회사 설립 자체를 망설이고 있다. 그보다는 기존 제공 중인 헬스케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전문 회사와의 제휴 형식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헬스케어 자회사 등장 ‘미래 먹거리’ 선점 경쟁
KB헬스케어는 내년 1분기 중 B2B방식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우선 KB금융 계열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한 뒤 내년 하반기부터는 다른 기업들과의 제휴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서비스는 모바일 앱을 통한 디지털 건강관리 서비스가 주를 이루게 될 전망이다. 건강검진 정보를 통해 가입자의 건강정보를 분석해주고 이를 기반해 건강목표를 추천하는 식이다. 이밖에도 가입자들은 앱을 통해 식단 데이터 분석, 만성질환자 건강관리 코칭 프로그램, 멘탈 관리 상담 프로그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향후에는 일반 고객 대상 헬스케어 서비스도 확대한다.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신한라이프가 헬스케어 자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신한라이프는 이달 중 금융당국으로부터 회사 설립 본인가를 받아 내년부터 본격적인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인다. 현재 제공 중인 ‘하우핏’을 기본으로 향후에는 더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헬스케어 서비스는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미래먹거리로 꼽힌다. 보험은 위험이슈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사후관리 개념이 강하다. 하지만 앞으로 가입자들이 사후관리가 아닌 사전예방을 더 원할 가능성이 높아 회사별로 헬스케어 서비스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분위기다.
금융당국도 점차 규제 장벽을 낮추고 있다. 당국은 2017년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을 허용한데 이어 2019년에는 건강관리 서비스를 보험사 부수 업무로 허용하기 시작했다. 보험사들이 가입자의 건강을 관리해주고 수입을 얻는 방식의 사업모델을 허용해 준 셈이다.
이어 올해는 보험사의 헬스케어 자회사 소유를 허용했으며, 각종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선불전자지급업무, 건강용품 커머스 등 플랫폼 사업도 허용키로 했다.
“자회사 설립? 글쎄...” 회의적인 보험사들
특히 의료행위에 대한 부분은 보험사들의 가장 큰 불만이다. 의료법 제27조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보험사가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건강검진 데이터를 분석해 진단을 내려도 이를 의료행위로 간주하면 불법이 될 수밖에 없다. 당국도 의료법을 개정해 헬스케어 서비스 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의료계의 반대에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헬스케어 사업 분야는 보험업권을 떠나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면서도 “헬스케어 사업 자체에 의료 관련 서비스가 많다보니 의료계의 반대가 심하다. 이런 부분들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자회사 설립에 나서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KB손보나 신한라이프는 KB와 신한이라는 거대 금융계열사를 두고 있어 초기 B2B시장 확대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당국의 규제 완화가 어떻게 풀릴지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비용적인 부분도 헬스케어 자회사 설립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KB손보와 신한라이프는 각각 400억원, 200억원을 출자해 자회사를 설립했다. 아직 헬스케어 서비스 시장에서의 명확한 수익원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자회사 설립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헬스케어 시장 공략은 당장 회사 설립보다는 기존 서비스를 확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내부의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당장 자회사 설립보다는 기존 헬스케어 서비스 고도화나 전문 헬스케어 업체와의 제휴 등에 나서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제공하는 ‘애니핏’ 서비스를 더욱 업그레이드하고 있고 현대해상과 DB손보는 헬스케어 전문 회사들과 제휴형태를 통해 관련 서비스를 확충 중이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헬로앱’과 ‘케어’라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라이나생명은 지난달 헬스케어 플랫폼 ‘튠 H’를 론칭해 서비스를 육성 중이다.
한편 지난달 25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생보사 CEO(최고경영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제도 개선을 시사했다. 보험사의 헬스케어 자회사 설립은 허용됐지만, 여전히 자회사 소유와 부수 업무 영위의 폭이 좁다는 보험사들의 목소리를 검토해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이날 정 원장은 “헬스케어 산업과 관련된 자회사 규제 개선을 더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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