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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대표 재건축①] 50층 포기한 은마 재건축, 내년 분수령 온다

한국 대표 재건축사업으로 20년 유명세…아직 조합설립도 안돼
은소협 “내년 추진위원장 선거 후 정비구역지정 기대”
은마반상회 "내년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재건축 참여 추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중앙포토]
“너무 상징적인 존재가 되면서 오히려 허가 받기가 힘들었다. 이로 인해 진행이 느려진 측면이 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이 강남구 대치동 소재 한보은마아파트(은마아파트)에 대해 한 말이다. 그의 설명대로 대치동 중심을 차지한 4424세대 규모의 거대 단지 은마아파트는 오랫동안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자리했다. 지금도 여전하다. 1990년대 말 첫 재건축사업 추진을 시작했지만 안전진단 강화, 층수제한 등 정부의 각종 규제 대상이 되면서 어영부영 20년이 넘는 시간을 흘려 보냈다.
 
은마아파트가 각종 이슈로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사이 건너편 청실아파트는 조용히 2000년 안전진단 통과, 기부채납 후 종상향(제2종일반주거지역→제3종일반주거지역)까지 착착 이뤄내며 대치동 랜드마크인 ‘래미안 대치팰리스’로 거듭났다. 지난달엔 2015년 재건축 준비위를 결성한 대치 미도아파트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재건축’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은마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은마아파트가 대마불사(大馬不死)의 반례가 된 셈이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랜 기간 끌어온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이 내년엔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주민총회를 통해 현재 공석인 추진위원장 자리가 채워지면 그해 안에 정비구역 지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종상향 기대감’에 시간 허비…입지·유명세에 집값은 급등 

1979년 입주한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사업에 있어 ‘명과 암’이 분명한 단지였다. 북쪽으로 교육 1번가로 불리는 대치동 학원가를 끼고 있는 동시에 남쪽으로 3호선 대치역과 학여울역 역세권이며, 무역 전문전시장 세택(SETEC)과도 인접해 있다. 이런 입지에 재건축 기대감까지 겹치며 전용 84㎡는 지난 8월 27억원을 찍은 뒤 불과 3개월 만인 지난달 28억2000만원 신고가를 썼다.  
 
반면 40년 전에 지어진 단지답지 않게 200%가 넘는 높은 용적률과 낮은 대지지분은 재건축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부지 면적이 23만7900㎡에 달함에도 사업성이 낮은 곳으로 평가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 용적률이 낮고 각 조합원마다 보유한 대지지분이 높아야 전체 재건축 세대 수에서 조합원분을 뺀 일반분양분이 많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중앙포토]
 
2010년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당시의 은마아파트 추진위는 이후 ‘종상향’이라는 묘안을 낸다. 학여울 역세권 일부 부지에 한해 기존 용도지역(제3종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 층수를 높이는 방식으로 사업성을 개선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때마침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체제에서 정비사업 규제가 강화되면서 사업은 난항을 겪게 됐다. 서울시와 은마아파트 추진위는 2015년 말부터 5차례에 걸쳐 층수 조정을 위한 사전협의를 해왔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2017년 9월엔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안이 아예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사도 받지 못했다. 서울시는 “‘2030 서울플랜’에 따라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선 최고 35층까지 지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결국 은마아파트는 그해 소유주 투표를 통해 ‘49층 플랜’을 포기하게 됐다. 이미 2003년 추진위 구성 후 14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때 ‘35층 재건축’ 지지도가 71.1%로 높게 나타나면서 기존에 종상향을 추진했던 추진위 집행부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올해 9월 총회에서 “10년간 소유주들에게 희망 고문을 하며 예산만 100억원 넘게 썼다”는 이유로 추진위원장 및 임원 전원 해임안이 가결됐다.
 

내년 사업진행 급물살 기대, 오세훈 ‘신통기획’ 참여 두고 이견도 

은마아파트 재건축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은마아파트 및 상가, 토지 소유자 다수가 모인 ‘은소협’에 따르면 정비구역 지정이 빠르면 내년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이 단체는 새로운 추진위원장 및 임원 선출 총회를 열기 위해 동의서를 받고 있다. 1월 중 동의율을 확보하면 2개월 내로 추진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은소협 관계자는 “주민총회를 열 수 있는 984명 이상(소유주 1/5 이상)의 소집요구서가 모이면 주민총회를 열어 추진위원장을 선출하는 과정을 밟을 것”이라며 “지난달 15일부터 현재까지 목표치 1250명의 67% 정도 주민총회 소집요구서를 받은 상황이며 추진위원장만 선출되면 3~6개월 이내에 정비구역 지정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역시 소유주 단체인 ‘은마반상회’는 내년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재건축 참여를 추진하며 동의서를 걷고 있는 상태다. 신속통합기획은 정비계획 수립 초기 단계에서부터 서울시가 각종 계획과 절차를 지원해주는 정책이다. 이 사업에 선정된 재건축사업은 정비구역 지정, 건축심의,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인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밖에 층수제한 완화 인센티브도 내세우고 있다.
 
은마반상회 관계자는 “현재 소유주 1212명으로부터 동의서를 걷어 동의율이 20%를 넘긴 상황”이라며 “곧 30%를 채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각자 다른 ‘방법론’을이 나오면서 새로운 갈등 여지 또한 존재한다. 이미 은소협은 신통기획 참여에 반대하는 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은소협 관계자는 “은마아파트는 이미 정비계획이 수립된 상태로 정비구역지정 직전 협의 단계에 이르러 곧 정비구역 지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태에서 신통기획을 신청하는 것은 어려운 수학 문제를 다 풀고 채점만 앞둔 상태에서 문제를 다시 풀라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김두현 기자 kim.doo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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