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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K-방역 균열·누수에 국민이 울고 있다

위드 코로나 하려다 총체적 난국 드러내
병상·생활치료센터도 대기자 줄 끝없어
재택치료자 증세 악화시켜 관리역량 부족
백신 부작용 희생자에 대한 대책 묵묵부답
“정부 탁상행정 방역 그만” 의료계도 반발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원들이 10월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코로나19 백신 피해구제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열며 슬픔에 잠겨 울고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에 틈새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누수가 일면서 한계 상황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섣부른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 불을 질렀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6일 “준비가 부족했다”며 “국민께 송구하다”고 머리를 수그렸다.  
 
폭증하는 병상가동을 해소하고자 생활치료센터와 재택치료를 도입했지만 대기자가 급증해 이마저도 여력이 없을 정도다. 게다가 최근엔 의료계마저 인내력의 바닥을 드러내면서 방역과 민생 사이에서 문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이 사상 최다인 7천175명을 기록한 12월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에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치료시설 수용 한계 초과, 대기자 급증  

문 정부의 K-방역이 미흡한 대처로 의료현장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현장의 혼선은 정리되지 않는 모양새다.  
 
앞서 정부가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17일 0시 기준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7435명으로 사흘 연속 7000명대를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 수는 971명으로 지난 14일부터 나흘째 900명대를 기록했다.
 
전날 16일 오후 5시 기준 코로나19 중증 병상 가동률은 전국 기준 81.9%다. 수도권의 병상 가동률만 87.1%로 90%에 가까워지고 있다. 병상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대기 인원도 계속 늘고 있다. 만일의 긴급 상황을 대비해 여분의 병상을 비워놓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병상이 조만간 만석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코로나19 확산세에 정부는 16일 거리두기 강화를 발표하고 시행 4주 만에 단계적 일상회복을 멈췄다. 그러나 그 사이 늘어난 확진자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17일 0시 기준 수도권에서만 병원 입원 대기자 659명, 생활치료센터 입소 대기자 298명 등 1000여 명이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대기 중인 상황이다.  
 
12월 14일 코로나19 치료 전담 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에 도착한 환자를 옮기기 위해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재택치료 관리 부실, 환자 방치 증상 악화

이처럼 확진자 급증에 따른 병상 부족과 의료대응 여력 소진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는 재택치료 카드를 꺼냈다. 정부는 모든 확진자가 기본적으로 재택치료를 받도록 했다. 입원요인이 있거나, 주거환경이 감염에 취약한 경우, 보호자가 없는 돌봄필요자(소아, 장애인, 70세 이상(예방접종자 완료자) 등)는 재택치료가 아닌 입원 또는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재택치료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병상 확보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택치료 환자는 17일 0시 기준 서울에서만 1만3582명으로 전국적으로는 3만806명에 달한다.
 
재택치료 대상자 증가에 따른 인력·물품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생겼다. 심지어 지방자치단체·재택치료 담당 병원마저 환자를 관리·감독하는데 한계를 보였다. 
 
환자가 재택치료로 방치돼 증상이 더욱 악화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한 예로 지난달 확진된 한 60대 환자는 재택치료 기간이 끝난 뒤 중증 폐렴 진단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산소포화도 측정기와 체온계로 하루 두 번씩 직접 검사해 관리 기관에 보내야 했는데, 이 환자가 측정기 고장을 재택치료 담당 병원에 얘기했지만 병원은 새 측정기를 보내주지 않았다. 이에 환자가 측정이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치됐던 것이다.
 
12월 17일 파업에 돌입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군산의료원지부 조합원들이 전북도청 앞에서 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도 한계 상황에 봉착 ‘바닥 드러내’

코로나19 중환자의 전담 중환자실 입원 기간을 최대 20일로 제한키로 한 정부 지침도 의료계의 반발을 샀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7일 정부의 입원 기간 제한이 현장의 혼란만 가중한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는 증상 발생 후 최대 20일 후 격리가 해제된다. 다른 질환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하면 코로나19 전담 병상에서 퇴실해 일반 중환자실이나 병실로 옮겨야 한다. 의협은 “이 지침으로 인해 격리 해제된 코로나19 중환자들이 일반 중환자실에 채워질 우려가 있다”며 “이는 곧 일반 중환자의 치료 제한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의료계에서는 충분한 인력 충원 없이 병상 확보만 요구하는 정부를 향한 비판이 나온다. 국립대병원노동조합은 국립대병원이 정부 행정명령으로 확보한 코로나19 치료병상 외에 추가로 중환자 병상 200여개를 확보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승인해야 할 인력 증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립대병원노조 공동투쟁연대체는 오는 20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국립대병원 인력 정원확대 요구 기자회견’을 진행할 계획이다.  
 
12월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공원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모임인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 모임 회원들이 원인 규명과 진실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백신 부작용 두고 정부기관들도 서로 엇박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부작용 피해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가 외면한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한 예로 고3 수험생 딸이 백신 접종 뒤 정신착란 등의 후유증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는 A씨의 하소연이다.  
 
지난 7월 20일 청주의 한 병원에서 화이자 백신(1차)을 맞은 이 수험생은 접종 이틀 뒤부터 환청을 호소하면서 헛소리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가족은 딸 상태가 점차 악화하자 서울아산병원을 찾았고, 자가면역뇌염 진단을 받았다. 면역계가 뇌를 공격해 기능을 못 하게 만드는 희귀질환이었다.  
 
이 수험생은 두 달 가까이 중환자실을 오가며 인공호흡기 치료까지 받았으며 충북지역 고3 중 유일하게 중증 이상반응 환자로 분류됐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백신과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이 수험생은 증세가 호전돼 퇴원했지만, 2000만원 넘는 치료비는 고스란히 남았다. 재발 가능성 등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 기관들 사이에서도 백신 접종 부작용 여부 판단을 두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에 따르면 한 사망자는 부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명확히 인과성이 없다’는 내용의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망과 백신 접종 사이에 ‘인과관계 가능성이 높다’는 부검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방역당국이 백신 부작용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게다가 부작용 피해에 대한 인과관계를 판가름하는 기준이나 방향조차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29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준비 부족했다” 머리 수그려

정부가 추진한 ‘방역패스(전자증명서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나 코로나19 음성을 확인하는 제도)’도 본격 시행을 시작한 13일과 다음날 14일 전자증명에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방역 패스 시행으로 인증 처리량이 급증했는데 시스템이 미흡해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이에 점심시간 식당이나 카페를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정부가 17일 매출이 감소한 320만 명의 소상공인에 100만원의 방역지원금을 지급하기로 발표했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반응은 냉담하다. 100만원으로는 손실·임대료 등의 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불만이다. 매출 감소를 증명하기 어려워 방역지원금 지급 기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방역체계가 한계를 드러내자 문재인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16일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위중증 환자의 증가를 억제하지 못했고 병상확보 등의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당·정은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대책에 이어 백신 부작용 보상책과 코로나19에 따른 실업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그러나 2년여의 코로나19 확산세가 K-방역 붕괴로 이어진 최근 상황에서 대통령의 사과와 실효성 있는 대책 요구하는 목소리가 사회 각계에서 나온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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