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산업계 리뷰-제약·바이오] K-바이오가 주목한 3가지 키워드
돈·기술·관심 몰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CDMO’ ‘보툴리눔톡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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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도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움직임과 인식의 변화가 제약‧바이오 업계를 감쌌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와 위탁개발‧생산(CDMO)‧보툴리눔 톡신을 키워드로 2021년의 제약‧바이오 업계를 되짚어봤다.
#1 국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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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신약개발 경험이 거의 없는 국내 기업들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다. 바늘구멍에 비유되는 ‘신약개발’의 어려움에 직면한 일부 회사들이 개발 포기를 결정하기도 했다. GC녹십자와 부광약품, 일양약품 등이 치료제 개발을 임상 2상까지 진행한 뒤 결국 중단했다.
대부분의 국산 백신‧치료제는 여전히 ‘개발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개발한 백신 GBP-510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셀리드‧진원생명과학‧제넥신‧유바이오로직스‧큐라티스‧아이진 등 다수의 바이오기업이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개발 중인 치료제는 더 많다. 현재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국산 치료제만 15개에 이른다. 3상 승인을 받은 약품은 대웅제약의 DWJ1248과 종근당의 CKD-314, 신풍제약의 피라맥스 정도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가 더 주목받은 건 주식시장에서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이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 경과를 밝힐 때마다 주가는 크게 출렁였다. 경구용 치료제 등 글로벌 백신 치료제 이슈가 나올 때마다 주식 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일각에선 이런 상황을 이용한 일부 기업과 투자자들에 대한 문제의식도 제기된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기업들의 노력을 폄하해선 안 되겠지만, 일부 기업들의 과장된 홍보와 지나치게 긍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IR 활동들이 바이오업계 투자 시장을 교란한 측면이 크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제약‧바이오 섹터의 투자심리 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2 CDMO 전성시대
2020년 말 세계 최대 규모의 제 4공장을 착공하며 생산능력(캐파) 기준 글로벌 최대 CDMO 도약을 기정 사실화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1년 8월 대규모 투자계획까지 밝혔다. 단일 공장 기준 글로벌 최대 규모인 4공장이 지어지는 상황에서 5, 6공장 건설도 공식화한 것. 규모의 경제로 경쟁사와 격차를 키우겠단 전략이다. 항체바이오의약품 외에도 세포‧유전자치료제(CGT)와 mRNA 백신 등 차세대 치료제 CDMO 사업 진출 계획도 밝혔다. 이는 삼성그룹이 바이오사업을 ‘제2의 반도체 신화’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내린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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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MO 사업은 ‘바이오 진출’을 노리는 국내 대기업집단들이 가장 주목한 영역이다. 다만 이들은 기존 항체바이오의약품이 아닌 ‘차세대 치료제’ CDMO에 집중한다. SK그룹은 3월 말 프랑스의 CGT(Cell and Gene Therapy·세포 유전자 치료제) CDMO인 이포스케시를 인수했고, 현재 미국 CGT CDMO 기업인 CBM 인수를 위해 독점 협상을 진행 중이다. CJ제일제당도 네덜란드 CDMO 기업인 바타비아를 인수하며 바이오산업 재진입을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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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CGT CDMO 사업은 상용화 수요뿐 아니라 임상 수요도 커질 것으로 전망되며 전문 사업영역과 함께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부가사업영역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3 K-보툴리눔톡신 패권 전쟁
먼저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균주 출처 관련 다툼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대웅제약은 우여곡절 끝에 미국 진출의 리스크를 없앴다.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얻은 건 2019년이지만 메디톡스가 균주를 도용했다고 의심하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법원에 제기한 소송 등의 영향으로 판매를 본격화하진 못했다. 하지만 올해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 이온바이오파마와 합의하며 미국 시장에서 나보타를 본격 판매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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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휴온스바이오파마도 주목할만한 플레이어로 등장했다. 휴온스바이오파마는 지난 4월 미국 파트너사와 계약하고, 6월 중국 파트너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의 초석을 다졌다. 최근에는 종근당바이오가 보툴리눔톡신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선언하며 새로운 플레이어 등장에 대한 기대도 큰 상황이다.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메디톡스를 상대로 제재를 가했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톡신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해오던 해외 보따리상 판매와 관련해 ‘국가출하승인 위반’을 문제 삼아 다른 보툴리눔톡신 회사들에게도 철퇴를 휘두르기 시작해서다.
식약처는 이달 초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제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휴젤과 파마리서치의 보툴리눔톡신 제품에 허가취소 결정을 내렸다. 업체들은 행정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처분을 통해 본안 소송까지 판매를 이어갈 순 있지만 영업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휴젤 등에 향한 식약처의 제재가 다른 보툴리눔톡신 업체들에게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 뿐 아니다. 대웅과의 소송을 사실상 마무리한 메디톡스는 지식재산권(IP)을 지키겠다며 글로벌 로펌을 선임했다. 메디톡스가 국내 개발된 대부분의 보툴리눔톡신 제품이 자사의 균주를 도용했다고 의심하는 만큼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과정에서 소송전을 펼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패권 다툼을 시작할 국내 기업들의 정세에 변수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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