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2021 산업계 리뷰-제약·바이오] K-바이오가 주목한 3가지 키워드

돈·기술·관심 몰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CDMO’ ‘보툴리눔톡신’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연구개발 업무하는 모습.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2021년 제약‧바이오 업계의 이슈는 2020년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1년 내내 지속됐고, 이에 따라 다른 신약 후보물질들의 연구‧개발(R&D)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도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움직임과 인식의 변화가 제약‧바이오 업계를 감쌌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와 위탁개발‧생산(CDMO)‧보툴리눔 톡신을 키워드로 2021년의 제약‧바이오 업계를 되짚어봤다.
 

#1 국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무한도전’

2021년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몰두한 해였다. 2020년부터 개발에 돌입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기업들은 역대급 속도로 빠르게 성공해 본격적인 매출 발생이 시작되기도 했고, 기대감만 모았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도전은 아직 끝난 건 아니다. 심지어 최근에도 참전을 선언하는 기업이 지속 나오고 있다.

 
셀트리온 렉키로나 [사진 셀트리온]
국내 기업 중 올해 가장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건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 여겨졌던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팬데믹 국면에서 회사의 첫 바이오 신약인 렉키로나를 빠르게 개발했고, 국내를 넘어 유럽에서 정식 판매허가까지 얻어내는 쾌거를 이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로서 렉키로나는 한국 바이오기업이 글로벌 선두그룹에서 빠르게 신약을 개발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걸 증명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신약개발 경험이 거의 없는 국내 기업들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다. 바늘구멍에 비유되는 ‘신약개발’의 어려움에 직면한 일부 회사들이 개발 포기를 결정하기도 했다. GC녹십자와 부광약품, 일양약품 등이 치료제 개발을 임상 2상까지 진행한 뒤 결국 중단했다.
 
대부분의 국산 백신‧치료제는 여전히 ‘개발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개발한 백신 GBP-510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셀리드‧진원생명과학‧제넥신‧유바이오로직스‧큐라티스‧아이진 등 다수의 바이오기업이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개발 중인 치료제는 더 많다. 현재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국산 치료제만 15개에 이른다. 3상 승인을 받은 약품은 대웅제약의 DWJ1248과 종근당의 CKD-314, 신풍제약의 피라맥스 정도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가 더 주목받은 건 주식시장에서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이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 경과를 밝힐 때마다 주가는 크게 출렁였다. 경구용 치료제 등 글로벌 백신 치료제 이슈가 나올 때마다 주식 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일각에선 이런 상황을 이용한 일부 기업과 투자자들에 대한 문제의식도 제기된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기업들의 노력을 폄하해선 안 되겠지만, 일부 기업들의 과장된 홍보와 지나치게 긍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IR 활동들이 바이오업계 투자 시장을 교란한 측면이 크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제약‧바이오 섹터의 투자심리 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2 CDMO 전성시대

코로나19 관련 이슈를 제외하면 2021년 가장 주목받은 키워드는 ‘바이오의약품 CDMO’다. CDMO 대표주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초격차 전략’을 수립했고, 백신 전문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CDMO 역량이 빛을 발했다. 이 뿐 아니라 다수의 대기업집단은 물론 중소‧중견 바이오기업들이 CDMO 산업 진출을 선언하고 본격화했다.
 
2020년 말 세계 최대 규모의 제 4공장을 착공하며 생산능력(캐파) 기준 글로벌 최대 CDMO 도약을 기정 사실화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1년 8월 대규모 투자계획까지 밝혔다. 단일 공장 기준 글로벌 최대 규모인 4공장이 지어지는 상황에서 5, 6공장 건설도 공식화한 것. 규모의 경제로 경쟁사와 격차를 키우겠단 전략이다. 항체바이오의약품 외에도 세포‧유전자치료제(CGT)와 mRNA 백신 등 차세대 치료제 CDMO 사업 진출 계획도 밝혔다. 이는 삼성그룹이 바이오사업을 ‘제2의 반도체 신화’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내린 결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SK디스커버리그룹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백신 CDMO능력을 바탕으로 크게 주목받았고, 2021년 3월 기업공개(IPO)에서 이른바 ‘대박’을 쳤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 생산했고, 노바백스의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해 공급을 준비 중이다.
 
CDMO 사업은 ‘바이오 진출’을 노리는 국내 대기업집단들이 가장 주목한 영역이다. 다만 이들은 기존 항체바이오의약품이 아닌 ‘차세대 치료제’ CDMO에 집중한다. SK그룹은 3월 말 프랑스의 CGT(Cell and Gene Therapy·세포 유전자 치료제) CDMO인 이포스케시를 인수했고, 현재 미국 CGT CDMO 기업인 CBM 인수를 위해 독점 협상을 진행 중이다. CJ제일제당도 네덜란드 CDMO 기업인 바타비아를 인수하며 바이오산업 재진입을 본격화했다.
 
SK㈜가 인수한 프랑스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생산업체 '이포스케시' 생산시설 모습. [사진 SK㈜]
녹십자그룹이 올해 세포치료제 분야 법인을 합병해 설립한 ‘GC셀’도 CGT CDMO가 주요 사업영역이 될 전망이다. GC셀에 피합병 된 녹십자셀은 국내 최대 규모의 세포치료제 생산시설인 셀센터를 이용해 CMO 사업을 영위해왔다. 차바이오텍과 이연제약 등도 CGT분야 CDMO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헬릭스미스, 바이젠셀 등의 세포치료제 전문기업들도 생산설비를 토대로 CDMO 사업을 영위할 예정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CGT CDMO 사업은 상용화 수요뿐 아니라 임상 수요도 커질 것으로 전망되며 전문 사업영역과 함께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부가사업영역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3 K-보툴리눔톡신 패권 전쟁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기회가 큰 것으로 평가받는 보툴리눔톡신 업계에도 2021년 큰 변화가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고, 글로벌 자본시장도 한국 톡신 기업을 주목했다. 이와 함께 신규 플레이어들이 가세하고 있어 톡신 시장의 패권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먼저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균주 출처 관련 다툼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대웅제약은 우여곡절 끝에 미국 진출의 리스크를 없앴다.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얻은 건 2019년이지만 메디톡스가 균주를 도용했다고 의심하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법원에 제기한 소송 등의 영향으로 판매를 본격화하진 못했다. 하지만 올해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 이온바이오파마와 합의하며 미국 시장에서 나보타를 본격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대웅제약 나보타 [사진 대웅제약]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는 건 대웅제약뿐만이 아니다. 국내 1위 보툴리눔톡신 회사인 휴젤도 올해 미국과 유럽시장 진출에 한걸음 다가섰다. 내년 상반기 내에 유럽의약품청(EMA) 품목허가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휴젤은 중국에선 지난해 이미 허가를 받은 바 있다. 사실상 글로벌 시장 개척에 가장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휴젤은 올해 GS그룹이 포함된 글로벌 컨소시엄에 매각되며 한국 보툴리눔톡신 기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이밖에 휴온스바이오파마도 주목할만한 플레이어로 등장했다. 휴온스바이오파마는 지난 4월 미국 파트너사와 계약하고, 6월 중국 파트너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의 초석을 다졌다. 최근에는 종근당바이오가 보툴리눔톡신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선언하며 새로운 플레이어 등장에 대한 기대도 큰 상황이다.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메디톡스를 상대로 제재를 가했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톡신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해오던 해외 보따리상 판매와 관련해 ‘국가출하승인 위반’을 문제 삼아 다른 보툴리눔톡신 회사들에게도 철퇴를 휘두르기 시작해서다.
 
식약처는 이달 초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제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휴젤과 파마리서치의 보툴리눔톡신 제품에 허가취소 결정을 내렸다. 업체들은 행정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처분을 통해 본안 소송까지 판매를 이어갈 순 있지만 영업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휴젤 등에 향한 식약처의 제재가 다른 보툴리눔톡신 업체들에게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 뿐 아니다. 대웅과의 소송을 사실상 마무리한 메디톡스는 지식재산권(IP)을 지키겠다며 글로벌 로펌을 선임했다. 메디톡스가 국내 개발된 대부분의 보툴리눔톡신 제품이 자사의 균주를 도용했다고 의심하는 만큼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과정에서 소송전을 펼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패권 다툼을 시작할 국내 기업들의 정세에 변수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애플의 中 사랑?…팀 쿡, 올해만 세 번 방중

2 “네타냐후, 헤즈볼라와 휴전 ‘원칙적’ 승인”

3“무죄판결에도 무거운 책임감”…떨리는 목소리로 전한 이재용 최후진술은

4中 “엔비디아 중국에서 뿌리내리길”…美 반도체 규제 속 협력 강조

5충격의 중국 증시…‘5대 빅테크’ 시총 한 주 만에 57조원 증발

6이재용 ‘부당합병’ 2심도 징역 5년 구형…삼성 공식입장 ‘無’

7격화하는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갈등…예화랑 계약 두고 형제·모녀 충돌

8“이번엔 진짜다”…24년 만에 예금자보호 1억원 상향 가닥

9로앤굿, 국내 최초 소송금융 세미나 ‘엘피나’ 성료

실시간 뉴스

1애플의 中 사랑?…팀 쿡, 올해만 세 번 방중

2 “네타냐후, 헤즈볼라와 휴전 ‘원칙적’ 승인”

3“무죄판결에도 무거운 책임감”…떨리는 목소리로 전한 이재용 최후진술은

4中 “엔비디아 중국에서 뿌리내리길”…美 반도체 규제 속 협력 강조

5충격의 중국 증시…‘5대 빅테크’ 시총 한 주 만에 57조원 증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