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가 틀린건가?” 유럽 녹색분류체계에 원전 포함시켜
유럽집행위, 원전 포함한 녹색분류체계 초안 마련
탈원전 문재인 정부는 녹색분류체계서 원전 배제
환경부, 유럽 확정 시 국내 상황 맞춰 재검토할 듯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를 수립하면서 한국은 원전을 배제했는데, 유럽연합(EU)은 원전을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탈(脫)원자력발전(탈원전)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와, 이를 토대로 수립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에 대한 원점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녹색분류체계는 친환경적이고, 탄소중립에 기여하며, 미래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이나 산업분야를 분류 규정한 국가 기준으로, 친환경 산업을 지원하는 녹색금융의 투자 기준이기도 하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30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지침서’(가이드라인)를 발표했는데 여기엔 원전을 제외했다.
그런데 3일 로이터(Reuters)·유랙티브(Euractiv) 등 외신은 유럽집행위원회(유럽 국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독립기구)가 원전과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가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녹색금융 투자대상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담은 녹색분류체계 초안을 만들어 지난해 12월말 회원국들에게 보냈다고 전했다.
초안에는 높은 수준의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조치가 먼저 이뤄지면 ▶원전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계획·자금·부지가 있고 ▶2045년 전까지 신규 원전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하고 ▶기존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 등이 녹색금융투자에 포함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안엔 천연가스 발전도 포함시켰다. 온실가스를 1㎾h당 270g 미만 배출하고, 화석연료 발전소를 대체하고, 2030년말까지 건설 허가를 받는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녹색투자에 해당한다는 내용이다.
초안의 내용으로 짐작하건데 원전과 천연가스는 청정에너지는 아니지만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과도기적 녹색경제활동으로 유럽집행위원회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초안은 EU 회원국들의 찬반 논의를 거쳐 이달 중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환경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6개 환경목표와 69개 녹색경제활동을 제시하고 있다. 6개 환경목표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자원순환 ▶오염방지·관리 ▶생물다양성 보전이다.
이 목표에 기여하는 녹색경제활동을 녹색부문과 전환부문으로 분류했다. 녹색부문은 탄소중립과 환경개선에 필요한 녹색경제활동을 제시한 것으로 재생에너지 생산, 무공해 차량 제조 등 64개 경제활동을 포함한다. 전환부문은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해 중간 과정에서 필요한 한시적 경제활동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블루수소 등 5개를 포함하고 있다.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발표할 때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감안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원전의 포함 여부를 논의 중인 EU 등 국제동향을 계속 파악하고 국내 상황도 감안해 (원전의 포함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유럽집행위원회의 초안이 확정되면 한국에서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대한 재검토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과거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자료를 인용해 원전 전체 주기(건설~폐기)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생산전력 1kWh당 12g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로, 태양광(27~28gCO2eq)보다 적고 풍력(11~12gCO2eq)과 비슷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앞으로 1년 동안 시범운영 기간을 거친 뒤 개정하고, 2~3년 간 재운영한 뒤 다시 개정하는 방식으로 보완해나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유럽의 확정안과 국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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