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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2 현장에서]'땅은 테슬라, 바다는 현대重' 정기선, 자율운항으로 새 시장 연다

정기선 대표 "조선사 아닌 미래 개척자 되겠다"…그룹 미래 비전 밝혀
아비커스, 레저용 자율운항 선박 내년 상용화 계획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CES2022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그룹의 미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현대중공업그룹]
“바다는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공간이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해양 모빌리티를 기반으로 새로운 바닷길을 개척한다. 자율운항 선박을 그룹의 미래로 삼고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우선 공략할 시장은 레저용 소형 선박이다. 새로운 시장을 대형선박보다 레저용 소형선박의 시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바다 위 테슬라’를 꿈꾸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자율운항 선박을 CES 2022에서 직접 체험해봤다. 

 

현대중공업그룹 부스에서는 내년 상용화 계획인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레저용 선박을 체험해볼 수 있다.[김영은 기자]

"선박 운항, 차 운전이랑 다르네"…브레이크 없고 반응속도 느려  

올해 처음으로 CES에 참여한 현대중공업그룹 부스 한가운데는 6M 크기의 선박 모형이 자리 잡고 있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자율운항 기술 전문 자회사 ‘아비커스’가 개발한 레저용 자율운항 선박이다. 부스 관람객들은 아비커스 선박을 가상현실로 운항해볼 수 있었다. 게임을 하듯 화면에 나오는 장애물들을 피해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미션이다. 
 
우선 자율운항 이전에 직접 선박을 운항해봤다. 2초도 지나지 않아 장애물에 부딪혔고, 핸들을 아무리 꺾어도 원하는 방향으로 배가 가지 않았다. 자동차와 달리 선박은 브레이크가 없고 물 위에서 미끄러져 반응 속도도 느리기 때문이다.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5번 이상 장애물이나 다른 선박과 부딪혔고 시간은 50초가 걸렸다. 
 
다음은 자율운항 기술로 항해했다. 핸들을 놓자 아비커스는 시원하게 운항을 시작했다. 모든 장애물을 쉽게 피했고 15초 만에 목적지에 도달했다.  
 
현대중공업그룹부스를 방문한 관람객이 주율운항 이전에 직접 운항을 해보고 있다.[김영은 기자]

레저보트, 대형 선박보다 시장성 크다

아비커스는 2020년 현대중공업 그룹 내 첫 사내벤처로 설립됐다. 자율운항 기술을 고도화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어큐트마켓리포츠에 따르면 자율운항 선박 및 관련 기자재 시장은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에는 2357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중에서도 시장성이 큰 소형 선박부터 공략한다. 현장에서 만난 김대혁 아비커스 엔지니어는 “1년에 건조하는 대형 선박 수는 130척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레저용 모터보트는 1000만척 이상으로 대형선박보다 100배 가까이 많다”며 “대형선박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어 시장성이 높은 레저용 소형선박 시장을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비커스에 따르면 해상 사고의 80%가 운항 중 인재로 발생한다. 자율운항 기술로 해상사고 발생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아비커스가 개발한 자율운항 기술은 AI 자율운항 보조시스템인 ‘하이나스(HiNAS)’와 ‘이접안보조시스템 ’하이바스(HiBAS)다.  
 
하이나스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처럼 카메라·레이다 등 다양한 센서로 장애물 자동 인식, 전체적인 상황을 판단해 최적의 운항경로를 안내한다. 하이바스는 자동차 서라운드 뷰와 유사한 기술로 자력으로 작은 보트를 직접 제어하는 이접안 솔루션이다. 
 
아비커스는 지난해 6월 포항 운하에서 12인승 크루즈를 40분간 완전 자율운항하는 데 성공했다. 상용화 계획은 내년으로, 레저용 자율운항 선박을 상용화하는 건 아비커스가 세계 최초다.
 
현대중공업그룹 부스에는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오일뱅크·현대일렉트릭이 협업하는 해양수소 밸류체인 기술도 전시됐다. 그룹 내 자회사들의 다양한 로봇도 전시됐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는 다양한 산업용 로봇을 소개했다. 두 회사는 건설 현장 무인화를 목표로 스마트 건설 로봇과 관련 플랫폼 서비스를 2025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CES 2022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 데뷔한 정 대표의 목표는 각 계열사 별 기술 혁신을 통해 미래 개척자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5일 이뤄진 기자간담회에서 “2014년부터 2년 간 조선업 불황으로 5조원 가까이 적자가 났던 상황에서도 기술개발에 대해 절박하게 고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당시 차별화된 기술의 중요성을 느꼈다. 단순히 덩치만 큰 회사가 아닌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있는 종합중공업그룹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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