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 움직임에 떨고 있는 재계
소송 결정 주체, 기금운용본부→수책위로 일원화 개정안 상정
수책위, 20여개 기업에 공정위 제재 등 사실관계 확인서 발송
재계 “향후 소송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
경제단체 “실질적 경영 간섭, 스튜어드십 코드 왜곡하는 것”
국민연금공단이 올해부터 주주대표소송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업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국내 주요 기업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행정기관이나 수사·사법기관 등으로부터 받은 처벌, 제재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내용의 질의서를 발송했다.
서한은 삼성, 현대차, SK 등 10대 그룹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 등 20여 곳 이상의 기업에 전달됐다. 삼성그룹에서는 삼성물산이,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차와 현대제철, SK그룹에서는 SK네트웍스, LG도 주요 계열사가 서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 롯데하이마트, ㈜한화, GS건설 등도 이번에 질의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주 서한은 통상적인 주주 활동의 일환으로 기업 현안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등을 위해 수시로 발송한다. 하지만 기업들이 이번 서한을 예사롭지 않게 바라보는 이유는 최근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대표소송을 예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기금운용위원회에 대표소송 추진과 관련한 ‘수탁자 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을 상정했다. 소송 주체를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로 일원화하는 방안이다. 이 개정안은 다음 달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로 정하고, 예외적 사안에 대해서만 수책위가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 대표소송 결정 주체가 수책위로 변경될 경우 소송 남발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금운용을 담당하는 기금운용본부는 운용 수익률에 민감하기 때문에 소송 실익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결정하지만 수책위는 기금 운용에 대한 책임이 없어 소송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책위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비상설 기구라 정치·사회적 이해관계와 여론에 따라 소 제기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재계의 주장이다.
주주대표소송 제도는 경영진의 결정이 주주의 이익과 어긋날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표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경영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들은 소송에 휘말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지 타격이 예상되고 주주대표소송 움직임이 기업들에 부담으로 다가와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활동 지침 개정 움직임에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코스닥협회 등 7개 단체는 강하게 반대 입장을 표했다.
경제단체들은 “전체 연금 보험료의 42%를 순수 부담하고 있는 기업들은 당장 국민연금 대표소송의 직접적 이해 당사자가 되는데도 복지부와 국민연금은 경제계의 의견 수렴조차 하지 않았다”며 “기업 벌주기식 주주 활동에 몰두하는 국민연금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또 “개정안을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은 명목상 주주 가치를 앞세운 실질적 경영 간섭이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복지부와 국민연금은 경제계, 전문가, 유관 부처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신중한 정책 추진에 임해달라”고 요청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 중인 기업은 261개사에 이른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김천 묘광 연화지, 침수 해결하고 야경 명소로 새단장
2"겨울왕국이 현실로?" 영양 자작나무숲이 보내는 순백의 초대
3현대차 월드랠리팀, ‘2024 WRC’ 드라이버 부문 첫 우승
4'1억 4천만원' 비트코인이 무려 33만개...하루 7000억 수익 '잭팟'
5이스타항공 누적 탑승객 600만명↑...LCC 중 최단 기록
6북한군 500명 사망...우크라 매체 '러시아 쿠르스크, 스톰섀도 미사일 공격'
7“쿠팡의 폭주 멈춰야”...서울 도심서 택배노동자 집회
8다시 만난 ‘정의선·도요타 아키오’...日 WRC 현장서 대면
9 신원식 “트럼프, 尹대통령에 취임 전 만나자고 3~4차례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