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토막난 카뱅, 지금이 매수 기회 [이종우 증시 맥짚기]
유럽·중국, 긴축 영향 덜 받아 미국 증시보다 더 오를 듯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新금융 성장 기대감 여전
주식시장이 긴축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어느정도 예정된 이벤트였다. 때문에 시장에서 코스피엔 금리인상 악재가 선반영됐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금리인상 발표되자 이날 코스피는 1% 넘게 떨어졌다. 시장이 긴축의 영향에 깊이 빠지다 보니 예고돼 있던 악재까지도 힘을 발휘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주가가 하락하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의장은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리고, 양적 축소 시작을 늦추겠다고 얘기했다. 기존에는 3월에 금리를 올린 후 3~6개월 내에 양적 축소를 시작할 계획이었는데, 연말쯤 시행하는 거로 계획을 바꿨다. 금융시장이 요동쳐 부담이 큰 데다, 3월부터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질 거란 기대가 작용한 결과다. 빠른 긴축이 작은 고비 하나는 넘은 거로 판단된다.
긴축 우려가 약해진 대신 경기 둔화 우려는 반대로 커졌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확산세가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는 연일 80만명, 유럽 주요국에서도 30만명 가까운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최고 확산 때보다 두 배 가까운 수치로 현재 코로나19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
지난해 유로스톡스50·상해종합지수 각각 21%, 31% 올라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둔화되어도 이번에는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 이미 긴축으로 선회한 상황이어서 다시 금리를 내리는 쪽으로 움직이기 힘들다. 유동성 공급도 쉽지 않다. 경제 사이클도 마찬가지인데, 국내 경제가 2020년 4분기부터 상승 추세에 들어갔음을 감안하면 조만간 순환적인 둔화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이 국면에 코로나 확산이 맞물릴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긴축이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된 만큼 투자의 초점은 그 영향을 피하는 쪽에 맞춰져야 한다. 유럽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난해 유로존을 대표하는 지수인 유로스톡스(Eurostoxx)50이 21% 상승했다. 미국의 대표지수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보다 상승률이 높고 나스닥과 비슷하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락다운으로 경제가 험난한 경로를 겪었지만, 하반기에 기업 이익이 빠르게 늘어난 점이 주가가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올해도 유럽시장 전망이 나쁘지 않다. 긴축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에 미국 주식시장보다 높은 상승이 기대된다. 유럽 경제가 아직 자기 궤도에 들어서지 않았고, 유럽 주요국의 장기 금리가 마이너스권에 머물고 있어 유럽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힘들다. 유동성 공급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동성을 줄일 수도 없다. 유럽이 긴축의 무풍지대가 된 것이다. 유럽의 경기 회복 속도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느려 회복 여력이 남아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유럽시장의 매력도가 더 높아진다.
중국도 관심을 가져야 할 지역이다. 최근 중국의 경제지표가 부진해 정책당국이 부양책을 고민하고 있다. 해외 주요 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미국, 유럽 등은 코로나 발생 전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반면 중국은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낮은 5%대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국들이 긴축을 고민할 때 중국은 반대로 완화 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작업에 나섰다.
주가도 투자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낮다. 코로나 발생 후 상해종합지수 최저점은 2660이었다. 지금이 3500 정도이니 20개월 사이에 31% 오른 셈이 된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시장이 1.3배가 올랐고, 주요국 주식시장 역시 배 이상이 상승한 걸 감안하면 중국시장이 상대적으로 낮다.
긴축 영향을 덜 받는 금융주에 관심을
올해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순이자마진이 1.85% 정도 될 거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0.05%포인트 정도 높아진 수치다. 지난해 8월과 11월 금리 인상 영향을 반영한 결과로 올해 금리 인상을 감안하면 순이자마진 확대 폭이 0.08~0.09%로 높아진다. 은행 이익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자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성장성에 대한 기대도 높다. 금융 활동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금융플랫폼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다. 과거처럼 지역에 점포를 내고 인력을 배치하는 영업형태에서 벗어나 온라인을 강화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의 접근성이 개선돼 보다 높은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금융업의 발목을 잡았던 저성장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건데 주가 재평가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주가에 이미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전통적인 금융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했다. 은행에서는 KB금융이 보험에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1위 차지했고, 결제에서는 삼성카드가 선두였다. 하반기 들면서 구도가 바뀌었다. 카카오뱅크가 상장하자마자 전통 금융사를 제치고 금융업종 시가총액 1위가 됐고, 카카오페이의 시가총액도 한때 20조원을 넘었다. 새로운 금융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최근 카카오그룹 문제로 시가총액이 줄었지만 신(新)금융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다는 점과 주가가 고점에서 50% 가까이 하락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주가가 더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금융주에 투자해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금융업에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경기와 통화정책 변화를 미리 반영하는 금융업 특성상 현재 주가는 금리 상승을 충분히 반영했을 수 있다. 과거 은행주 주가는 금리인하 사이클이 끝나고 금리인상이 시작되는 초기에 가장 많이 올랐다. 2년 전에 금리 인하가 빠르게 진행됐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는 걸 감안하면 금리 상승의 영향이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현재 국고 3년물 금리가 2.0% 정도 된다. 기준금리보다 0.75%포인트 정도 높은데, 2~3차례 추가 금리인상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금융주가 코스피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로나 발생 직후 다른 업종보다 부진했던 것과 반대다. 지금은 긴축의 영향을 피해야 할 때다. 투자를 쉬는 게 가장 좋지만 그래도 투자를 해야겠다면 금리 상승의 수혜를 보는 종목을 중심으로 선택했으면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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