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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만 피하자” 중대재해처벌법 앞둔 기업들 ‘초긴장’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긴장하는 산업계①] 27일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
중대 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형사처벌 강화
철강·항공·자동차업계 등 첫 사례 피하기 위한 안전관리 대책 마련 고심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기업들은 안전 전담 부서를 만들고,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등 일찌감치 대비에 나서고 있다. 다만 법 시행 초기인 만큼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 기준이 모호하다”, “경영상 부담이 클 것”이란 걱정도 나온다. 
 

“산업재해 발생 시 기업 대표 책임 강화한다”

 
오는 27일부터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중대한 인명 피해를 야기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 등에 대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을 처벌받게 된다. 법인 또는 기관은 5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망 외 중대산재의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법인 또는 기관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단 5∼49인 사업장에는 오는 2024년 1월까지 법 적용을 유예했다. 법 적용을 피하려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현장의 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절차를 마련해 이행하고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을 갖춰야 한다. 
 

CSO직 신설하고, 안전조직 꾸리는 기업들

건설이나 철강, 항공 등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앞두고 긴장 태세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사진은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안정화에 투입된 작업자가 이동식 크레인 작업대를 타고 현장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건설이나 철강, 항공, 자동차 등 해당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초비상 상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대재해처벌법상 수사 대상 사업장은 190곳이다. 업종별로는 건설업 109개소, 제조업 43개소, 기타 업종 38개소로 건설업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안전조직을 구축하고, 안전담당임원을 신규 선임하는 등 선조치를 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를 부사장급으로 격상해 신규 선임했다. 현대건설도 CSO 자리를 새로 꾸린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 사업회사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6대 안전긴급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6대 안전긴급조치는 ▶가동설비 점검·수리 금지 ▶작업중지권 고지 ▶작업시 CCTV 의무 사용 ▶위험개소 작업시 부소장(임원) 결재 ▶직영 안전조치사항 관계사 위임금지 ▶부식개소 출입금지 등이 있다. 또 김학동 철강부문장(부회장) 산하에 ‘안전환경본부’를 두고 안전보건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항공업계도 경각심을 갖고 준비 중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최근 안전보안실 산하 산업안전보건팀을 산업안전보건실로 격상했다. 안전보안실은 항공안전보안실로 명칭이 변경됐다. 산업안전보건실과 항공안전보안실은 새로 신설된 CSO 직속 기구가 됐으며,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이수근 부사장이 CSO를 겸직한다.  
 
완성차업계 움직임도 숨가쁘다. 24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동석 부사장을, 기아는 대표이사인 최준영 부사장을 각각 CSO로 선임했다. 이들은 앞으로 기존 각 사업장에 있던 안전관리 조직을 총괄하고, 안전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예방 업무에 주력할 계획이다.  
 

모호한 법조항 등은 풀어야 할 숙제

 
다만 법 시행을 앞두고 업계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의무사항 이행과 관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데다 안전 관리를 위한 전문인력도 마련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에서다. 지난 2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전경련과 코스닥협회 회원사 215개 기업의 실무자 43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모호한 법 조항(43.2%) 때문에 기업들의 대응이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어 ▶경영책임자에 대한 과도한 부담(25.7%) ▶행정·경제적 부담(21.6%), ▶처벌 불안에 따른 사업위축(8.1%) 등이 꼽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처벌 대상 1호만 되지 말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법 시행 1년 전부터 준비를 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대기업들은 ‘어느 정도 대비를 했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정부에서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해설서도 너무 광범위해 1호 처벌 대상만 되지 말자는 경각심이 큰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책임자가 수사를 받으러 다녀야 하는 경우 경영상으로 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임수빈 기자 im.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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