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폭탄 터질라…‘안전 컨트롤타워’ 높이는 유통기업들
[갈팡질팡 유통업계②] 백화점·마트·이커머스 ‘대응법’
안전 전문가 영입하고 안전부서 신설…만반의 대비
“물류 센터 화재부터 각종 사건사고까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하루 앞둔 가운데 유통업계가 대응책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사업장 내 안전사고를 넘어 일반 소비재에서 발생한 사고도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이라는 해석을 내놓으며 업계도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화점·마트·e커머스 등 각 업체가 안전·준법지원 부서 등을 신설하고 안전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만반의 대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 조치 의무를 위반해 발생하는 인명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제정한 법률이다. 이 법에 따르면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법인에게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노동자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릴 경우에도 사업주가 7년 이상 징역 또는 1억원 이상 벌금에 처해진다.
안전부서 대표 전담조직으로 승격…전문가도 대거 영입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본사 안전팀을 안전보건담당으로 격상시켜 임원급 조직으로 구성했다. 안전 관련 전문 인력 보강과 내부 교육 등을 통해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외부 안전 전문기관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중대재해 발생을 예방하는 구체적인 대응안을 마련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하반기까지 안전관리자를 추가로 신규 채용해 백화점 전 점포와 아울렛 8개 점포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채용인원도 중대재해법 요구 기준보다 2배 이상 많은 수로 정해 채용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트업계도 안전 대비책 마련에 열심이다. 이마트는 기존에 있던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모든 매장에 안전관리자가 근무하고 있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와 본사 안전관리팀이 사업장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최근에는 안전관리팀과 품질관리팀을 합쳐 임원급 안전품질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홈플러스도 안전관리팀과 현장대응팀을 모아 안전보건관리본부를 대표 직속으로 배치했다.
e커머스 업계는 물류센터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해 요인들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앞서 물류센터 화재 등의 사건·사고를 겪은 쿠팡과 마켓컬리는 물류 중심 안전관리체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쿠팡은 안전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2020년 9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상무 출신이자 안전관리 전문가인 유인종 부사장을 영입했다. 유 부사장은 현재 배송 인프라 안전관리를 맡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외에도 쿠팡은 안전보건감사와 법무담당 부사장 등의 인력도 보완했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말 안전보건환경팀을, SSG닷컴은 품질관리팀과 안전관리팀을 모두 총괄하는 ESG조직 담당을 신설했다.
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적극적이지만 ‘기준이 모호하고 처벌은 과도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됨에 따라 기업은 여러 항목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 별도로 참고할 만한 ‘표준’이 제시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해석에 따라 책임 주체가 갈리는 모호한 기준에 대해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산재 예방의 의무와 과도한 처벌을 경영자에게만 부과하고 종사자 과실로 발생한 재해도 처벌 받을 수 있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에 대비해 대응책을 열심히 마련하고 있지만 기준이 모호하고 참고할 만한 가이드라인도 명확히 나오고 있지 않아 불안하다”면서도 “인명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에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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