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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상장 후 외국인 매도 물량 쏟아진 이유는

기관확약비율 국내 96.5% vs 해외 27.1%
의무보유 확약비율 낮아 단기차익 나서
상장 후 3일 간 외국인 1조8000억 순매도
외국인 매도 여파로 주가 20.1% 하락해

 
 
LG에너지솔루션 ESS 배터리. [사진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상장한 지난달 27일부터 3일까지 3거래일간 크레디트스위스(CS)와 JP모건 등 외국인 투자자는 1조8049억원어치(354만주)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연기금 등 국내 기관 투자자는 3조2987억원어치(637만주)를 사들였다. 
 
외국인 매도세는 LG엔솔의 주가 폭락을 불렀다. LG엔솔 주가는 상장 첫날 공모가(30만원)보다 99% 높은 59만7000원에 형성됐으나, 개장 직후부터 쏟아진 매도세로 45만원까지 밀렸다. 상장 첫날 종가는 시초가 대비 15.41% 떨어졌고, 둘째 날도 전일 대비 10.89% 내렸다. 상장 후 3거래일이 되는 3일에는 소폭 반등해 47만7000원에 안착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LG엔솔 주식을 상장 초반부터 팔아치운 이유는 낮은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꼽힌다. 의무보유확약은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할 때 기관 등이 배정받은 주식을 상장 후 일정 기간(15일~6개월) 팔지 않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상장 직후 대규모 차익실현 물량출회에 따른 주가 하락을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조단위’ 대형 IPO 기업의 공모주 배정 현황을 살펴보면, 통상 국내 기관은 80~90% 수준의 의무보유확약(공모주 배정물량 대비 비중)을 하는 반면, 해외 기관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20~30% 수준으로 낮다. LG엔솔 역시 국내 기관의 확약 비율은 96.5%로 높았으나 해외 기관의 확약 비율은 27.1%에 그쳤다.  
 

해외기관 비율 규제하면 자금 이탈 가능성 커 

 
지난해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러지(SKIET)도 비슷하다. 국내 기관의 확약 비율은 96.4%, 해외 기관의 확약 비율은 36.6%였다. SKIET는 상장 첫날인 지난해 5월 11일부터 17일까지 5거래일간 외국인 매도세에 주가가 34.29% 빠졌다.
 
상대적으로 국내외 기관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낮았다고 알려진 크래프톤 역시 국내 기관의 확약 비율은 82.4%였지만, 해외 기관은 20%로 낮았다. 크래프톤 주식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는 상장 첫날인 지난해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3거래일간 지속됐다. 이 기간 주가는 9.47% 내렸다.  
 
1월 27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기념식. [연합뉴스]
이렇듯 국내 대형 공모주들의 상장 초기 주가 하락 원인으로 외국인 기관 투자자의 매도세가 꼽힌다. 상장 직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국내 기관보다 낮아 단기차익 실현 물량을 대거 쏟아내고 있어서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도 마땅치 않다. 현행 법규상 IPO 공모주 배정 시 국내와 해외 기관의 의무보유확약을 강제할 순 없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엔 기관 투자자에 의무보유확약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가 없다”며 “국내 기관들은 해외 기관보다 상대적으로 국내 여론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높은 의무보유확약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기관들도 단기 차익에 집중하기보단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식의 국내 여론을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이를 규제하기도 쉽지 않은 게 우리나라에서 의무보유확약을 강제한다면, 규제가 약한 쪽으로 자금을 옮길 가능성이 높아 강제사항으로 두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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