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익스프레스 ‘바가지’에 오뚜기·유한킴벌리도 당했다
할인행사비 17억원 납품업체들에 떠넘겨
적발 않되게 납품단가 인하처럼 꾸며 악용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공정위 과징금 24억
대기업 대형 마트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인지 25년이나 됐지만 할인행사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구태의연한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적발이 어려울 정도로 수법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게다가 이런 행태에 식품·공산품 대기업들까지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판촉비 전가를 납품단가 인하처럼 꾸며 적발됐다. 오뚜기·유한킴벌리 등 납품업체에 할인행사 비용을 떠넘긴 행위가 적발된 홈플러스에게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과징금 제재를 내렸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홈플러스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4억16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홈플러스는 대형 마트(Hyper), 기업형 수퍼마켓인 SSM(익스프레스), 편의점(365플러스) 사업부문을 영위하고 있는데, 이번 제재는 이 가운데 SSM 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대한 건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2017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약정 없이 가격할인행사를 실시하면서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납품업자에 약 17억원의 판촉비용을 전가했다. 오뚜기·유한킴벌리 등 45개 납품업체와 별도 약정을 하지 않았는데도, ‘N+1’, ‘초특가’ 등 가격 할인행사를 진행하며 납품단가를 인하해 할인행사를 떠넘긴 것이다.
한 예로 판촉비 전가는 회사가 소비자판매가를 2000원에서 1500원으로 낮추며 해당 상품의 납품단가를 1000원에서 700원으로 인하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판촉비 500원(=2000원–1500원) 가운데 300원(=1000원-700원)을 납품업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홈플러스, 계약서면 교부 2달 넘게 지연하기도
납품단가 인하 방식에 의한 판촉비 전가는 통상적인 협상에 따른 납품단가 결정(대량 납품에 따른 납품단가 인하 등)과 외형적으로는 구분되지 않아 적발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이 점을 악용한 사례에 해당된다.
납품업체와의 계약 중 86건에 대해 계약 서면을 최소 하루, 최대 72일까지 늦게 교부한 것도 확인했다.
이 밖에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납품업자와 체결한 86건의 계약에 대해 계약서면을 지연 교부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 이들 86건의 계약서면 교부는 최소 1일에서 최대 72일까지 지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유통업계에서 은밀하게 행해지던 납품단가 인하를 통한 판촉비용 떠넘기기를 적발한 점에 의의가 있다”며 “향후 유통업계 거래 관행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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