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간 폭풍성장 SK하이닉스, 미래 10년은 글로벌 돌격
[SK하이닉스, SK그룹 편입 10년②] 'SK ICT' 출범, 반도체·통신·투자 시너지 확대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시작은 글로벌 마인드다.”
SK그룹 편입 후 10년간 폭풍 성장한 SK하이닉스의 다음 목표는 글로벌 경쟁력 확대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앞으로 10년의 경영환경은 과거와는 상상 이상으로 다르며 그간 알고 있던 경쟁 법칙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10년간 사업을 안정화하고 수익성을 확대하며 메모리반도체 2위 업체에 올랐다면, 미래 10년은 글로벌 ICT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SK ICT연합군' 글로벌 시장 돌격
반도체, 통신, 투자 등 그간 흩어져있던 각각의 사업영역을 융합해 새로운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사피온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협업의 첫 결과물이다. 사피온은 SK텔레콤이 개발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다. 3사 공동 투자를 통해 미국법인 ‘사피온’을 설립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SK텔레콤이 사피온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자율주행 전용 사피온 등 AI 반도체 제품군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과 AI 반도체의 시너지를 도모한다. 사피온 미국 법인은 주로 미국에 거점을 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삼아 AI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맡는다. 미국 내 풍부한 반도체 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외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함이다.
SK하이닉스, '인사이드 아메리카' 전략으로 미주 사업 강화
SK ICT가 출범하면서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그룹은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을 인적 분할해 통신사업에 기반을 둔 사업회사와 중간지주인 투자회사(SK스퀘어)로 쪼갰다. SK하이닉스는 투자회사인 SK스퀘어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SK의 손자회사로 그간 M&A 등 외형 확대에 제약이 있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손자회사는 인수합병 시 대상기업 지분을 100% 보유해야하기 때문이다. 합작투자 설립 시에도 역시 지분 100% 보유가 필요해 사업 확장에 제한이 컸다. 하지만 투자전문회사인 'SK스퀘어'가 모회사가 되면서 이 같은 규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박 부회장은 “올해 SK ICT 연합이 서로 힘을 모아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도약하고 혁신하는 한 해를 만들 것”이라며 “글로벌 반도체‧ICT 산업을 이끈다는 자부심을 갖고 대한민국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총 13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올해 투자규모는 작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액은 대부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미주 조직 신설에 투입된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시 원삼면 일대에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신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 될지는 미지수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120조원을 투자해 새 공장을 짓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을 확정했다. 지난해까지 토지 보상을 마무리하고 올해 초부터 산업단지 조성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주민 설득과 인허가가 지연되면서 착공이 또다시 밀렸다. 신공장이 올해도 첫 삽을 뜨지 못하면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했던 SK하이닉스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토지 매입 작업이 지연되면서 다른 대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10년 도약을 위한 인재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00명 가까운 인원을 신규 채용한 데 이어 올해는 반도체 업황 개선과 설비 투자 등을 고려해 채용 규모를 한층 늘릴 방침이다. 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훌륭한 기술 인재에게 정년이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기술 인재 확보를 위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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