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가 지난 2월 28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온·오프라인에서 정상적으로 열린 행사라 전 세계 1500여 개 기업이 바르셀로나를 찾아 미래 통신 기술을 공개하고 사업 동향을 발표했다.
 
이번 행사를 찾은 글로벌 통신기업들은 콘텐트 제공사업자(CP)가 통신망 투자비용을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MWC 주최기관이자 전 세계 통신기업 대표들이 모인 세계이통신사업자협회(GSMA) 이사회가 “지금까지 통신사업자만 부담한 통신망 투자를 글로벌 CP도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보고서는 GSMA 내 정책 연구기관이 제출한 것으로,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통신망을 많이 사용하는 글로벌 CP가 통신망 증설 비용도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용 분담 방법으론 정부가 펀드를 만들어 글로벌 CP가 여기에 투자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현재 국내·외 CP들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ISP)의 통신망을 통해 이용자에게 영화, 드라마 등 콘텐트를 전송한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으로 다양한 콘텐트를 즐기는 사용자가 많아졌고, 그만큼 통신망을 거쳐야 하는 트래픽(정보량)도 늘었다. ISP는 늘어난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통신망을 확대해야 했는데, 최근 통신망 투자 비용의 일부를 CP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갈등이 잘 드러난 사례가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사이의 논쟁이다. ISP인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019년 글로벌 CP인 넷플릭스에 통신망 사용료를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넷플릭스와 관련한 트래픽이 증가해 그해만 수차례 통신망을 증설했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당시 넷플릭스가 차지하는 트래픽은 4.8%로 네이버(1.8%), 카카오(1.4%), 웨이브(1.2%)를 합한 것보다 많았다.
 
넷플릭스는 이에 대해 “(우리가) 망 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비자가 통신비 형태로 ISP에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는데, CP가 통신망 사용료를 내면 ‘이중청구’ 아니냐는 논리다. 넷플릭스는 통신망 사용료를 가운데 두고 현재까지 SK브로드밴드와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 세계 통신사업자들이 CP가 통신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영국, 독일의 통신사업자들은 지난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해당 지역의 통신 네트워크 개발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GSMA 이사회가 이번 보고서를 승인했다 해도 글로벌 CP들이 반드시 ISP에 통신망 사용료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의 의견을 표명한 보고서일 뿐 강제성이 없다. 
 
하지만 통신사업자들은 이 보고서를 근거로 글로벌 CP가 통신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할 수 있다. 보고서 또한 정부가 주도해 통신망 투자비용을 모으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보통신(ICT)업계에서도 CP가 통신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문제는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CP가) 통신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면 법제화가 우선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선 빅테크 기업이 통신망 사용료를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황이다. 법안은 3월 대선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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