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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600선 무너졌는데…공매도 ‘전면 재개’ 괜찮나

[공매도 재개 1년] ① 공매도 대기자금만 70兆
공매도 많은 LG디스플레이·카카오뱅크, 연초 이후 주가 30%↓
외국인 비중 압도적, 선진국지수 편입하려면 전면 재개 필요성도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1월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공매도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지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33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지수는 2600까지 밀려났고, 공매도 일평균 거래대금은 5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제도 특성상 공매도는 증시 불안의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공매도의 순기능을 앞세워 부분 재개를 단행했던 정부가 ‘전면 재개’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국내 증시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5962억원을 기록했다. 공매도 부분 재개 직후 기록한 4279억원 대비 39.3% 급증한 규모다. 공매도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3분기 4081억원, 4분기 4131억원을 기록한 뒤 올해 1분기 5077억원으로 매 분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해당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주식을 다시 사들여 차익을 얻는 투자 방법이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만큼 공매도가 집중되는 종목은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증시 안정을 위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으나 지난해 5월 3일 코스피200, 코스닥 150 편입 종목 등 대형주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했다.  
 

공매도 폭격에 손실률 -30% 달해

 
공매도 부분 재개 이후 국내 증시는 긴 하락장에 들어섰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6월 3316.08까지 상승했지만, 올해 1월 2591.53까지 밀려났고, 4개월 동안 2600~2700 박스권에 갇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미국의 긴축 속도도 빨라지면서 주가 하락을 예상한 공매도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공매도 비중 상위 종목 대부분은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연초 이후 공매도가 집중된 LG디스플레이는 2만4700원에서 1만7150원으로 30.57% 하락했고, 호텔신라(-3.42%), 넷마블(-30.67%),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30.40%), 포스코케미칼(-11.85%), 삼성바이오로직스(-11.25%), 카카오뱅크(-32.40%) 등 공매도 비중 상위 종목 대부분이 약세를 기록 중이다.  
 
공매도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공매도 대기자금인 대차잔고(공매도하기 위해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는 전날 기준 70조4984억원으로 지난달 16일 이후 70조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대차잔고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하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매도 부분 재개 이후 33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 지수는 2600까지 밀려났다. 올해 1월엔 2591.53까지 하락했고 4개월동안 2600~2700 사이 박스권에 갇힌 상태다.
 

공매도 외국인 비중 75%, 개인은 1% 불과

 
부분 재개 후 1년간 공매도를 가장 많이 한 세력은 외국인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3일부터 이달 2일까지 코스피 누적 공매도 거래대금은 총 110조3390억원으로 이중 외국인 비중은 74.9%(82조7519억원)에 달했다. 부분 재개 직후 90%에서 소폭 줄었으나, 이는 기관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내 기관 비중은 재개 초기 10%대에서 1년간 20~30%대로 늘었다.  
 
반면 개인 투자자 비중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1년간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일평균 공매도 비중은 1.91%(2조1075억원)에 불과했다. 코스닥에선 개인 비중이 소폭 높았지만 이마저도 2.61%에 그친다.  
 
공매도 시 주식을 빌린 뒤 갚아야 하는 기한의 차이도 크다. 현재 개인은 증권사로부터 최장 90일간 주식을 빌릴 수 있다. 반면 기관 투자가나 외국인의 주식 대차 기간에는 제한이 없다.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매도 제도가 외국인과 기관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이에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상환 기간을 90일로 변경하고, 담보비율을 140%로 상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제안서를 지난달 새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제안서에는 공매도 총량제 도입, 외국인·기관의 증거금 도입 법제화 등의 내용도 함께 담겼다.  
 

당국, 6월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목표

 
공매도 전면 재개를 검토 중인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대내외 리스크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선 상반기 중 공매도가 전면 재개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1월 외환시장 개선을 통해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MSCI는 매년 6월 국가분류체계를 조정하고 지수편입 1년 전에 관찰대상을 지정한다. 만약 올해 6월 분류에서 우리나라가 관찰대상에 오르면 내년 6월 편입 여부가 결정되고, 2024년 6월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서게 된다.  
 
박지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MSCI를 제외한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들은 대부분 한국을 DM(선진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유일하게 MSCI만 한국을 EM(신흥국)으로 구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시 17조8000억~61조1000억원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지은 기자 hur.ji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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