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면 가능성 커지나…"경영 활동 활발한데" 논란도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론 부각
정치인, 기업인 동시 사면 거론
4월 여론조사서 이재용 사면 찬성 68%
재계에서 기업 총수의 경영활동을 위한 '사면' 요구의 목소리를 키우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 총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주장과 지금도 활발하게 경영에 참여하는 기업인을 사면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대립하는 것이다.
지난 3일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은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최고경영진이 재판 때문에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없다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이라며 "결단을 내려주셨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 사면이 필요하다고 직접 언급한 셈이다. 준법감시위는 이 위원장의 발언이 개인적인 의결일 뿐 준법위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그동안 재계에서 이어온 요청과 같은 내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사면 필요성을 언급했다. 손 회장은 "최근 많은 기업들이 어려운 여건에도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기업인들의 도전정신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기업인들 사면도 적극 검토해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인 사면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한다. 삼성그룹의 450조원 투자 계획에 사실상 총수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과, 이어지는 이재용 부회장의 해외 출장 등을 보면 지금도 제약 없이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이 5년간 450조원 투자를 결정한 것에 대해 "목숨 걸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7일 이재용 부회장이 11박 12일간 네덜란드 등 유럽 지역으로 출장을 떠난 목적도 '경영' 활동이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법원이 불출석을 허가하면서 출장이 가능해졌다. 재판부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고 검찰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출장 기간 네덜란드·독일·프랑스 등을 방문해 주요 거래처 관계자를 만나고, 삼성전자 경영진·해외 법인장들과 전략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출장 이후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에도 성과를 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네덜란드), 인피니온(독일),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스위스) 등 삼성의 M&A 대상으로 꼽혀온 주요 기업이 대부분 유럽에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ARM도 유력한 M&A 대상 기업으로 거론된다.
이런 활동이 가능한 건 법무부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근무가 문제가 없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박범계 전 법무장관 재직 당시 법무부는 "무보수·비상근·미등기 임원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취업 여부 판단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이 부회장이) 현재 상태로 경영하는 건 취업제한의 범위 내에 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의 취업 제한과 경영 활동은 별개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면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오는 8·15 광복절을 맞아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기업인 사면도 함께 단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용산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해 "이십 몇 년간 수감생활 하게 하는 것은 과거의 전례에 비춰 안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사면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인 지난 4월에도 사면이 거론된 바 있는데,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 결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반대 응답은 23.5%,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반대는 51.7%였다. 정치인과 경제인 사면의 균형을 맞추고 여론까지 고려하면 이재용 부회장 사면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편, 이 부회장은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지난해 8월 가석방됐다. 가석방 형기는 오는 7월 만료된다. 다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향후 5년간 취업이 제한돼 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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