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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서 발사대까지’…누리호 성공 속 빛난 기업들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重, 발사대 건립 총괄
재계 “민간 주도 우주 산업 시대 활짝” 기대감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한국이 자국 기술로 실용 위성을 우주 궤도에 쏘아 올린 세계 7번째 국가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이번 성공에 기여한 민간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재계에선 이번 누리호 프로젝트 성공을 두고 “민간 기업 주도로 우주 산업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민간 기업의 기술력과 인력 등을 총동원해 누리호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는 얘기다.  
 

KAI‧한화에어로‧현대重 등 30여개 기업, 핵심 부품 개발‧제작  

22일 정부 등에 따르면 2010년 3월 시작된 누리호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내 민간 기업은 총 300여 개 기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은 누리호 프로젝트 초기부터 이번 2차 발사까지 누리호 제작‧시험‧발사 등 사실상 전 과정에 참여했다. 누리호 핵심 부품의 개발과 제작 등을 수행한 기업은 30여 개 기업으로, 총 500여 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누리호 체계 총 조립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맡았다. KAI는 지난 2014년 누리호 프로젝트에 참여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300여 개 기업이 납품한 제품 조립을 총괄했다. 누리호 1단 연료 탱크와 산화제 탱크 등도 제작했다. 21일 이뤄진 누리호 2차 발사를 위한 체계 총 조립에는 KAI 엔지니어 24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1년 동안 이번 발사를 준비해왔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 실패 당시의 문제점 등을 해결하기 위해 이미 조립을 마친 누리호 발사체 일부를 해체해 구조 보강 작업 등을 거쳐 재조립한 일화도 있다.  
 
이른바 ‘누리호 심장’인 엔진을 담당한 기업은 한화그룹에서 우주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누리호에는 1단 75t급 액체 엔진 4기, 2단 75t급 1기, 3단 7t급 1기 등 총 6개의 엔진이 탑재됐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들 6기 엔진의 총 조립과 납품 등을 총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16년 3월 누리호 75t급 엔진 납품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75t급 엔진 34기, 7t급 엔진 12기 등 총 46기의 엔진을 만들었다.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누리호 3차 발사에 사용할 엔진 제작도 완료한 상태다.  
 
지난 2013년 한국형 발사체 나로호(KSLV-Ⅰ) 발사대를 구축했던 현대중공업은 이번 누리호 프로젝트에서 발사대 건립을 총괄했다. 2016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누리호 발사를 위한 한국형 발사대 시스템을 수주한 이후 누리호 발사를 위해 제 2발사대를 구축했다. 해당 발사대는 지하 3층 구조로, 연면적 약 6000㎡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은 제 2발사대의 기반 시설 공사(토목, 건축)를 비롯해, 발사대 지상 기계 설비(MGSE), 발사대 추진제 공급 설비(FGSE), 발사대 발사 관제 설비(EGSE) 등 발사대 시스템 전반을 독자 기술로 설계‧제작‧설치했다. 발사 운용도 수행했다. 나로호 프로젝트에선 총 길이 33.5m에 140t 규모의 2단 발사체를 구축했는데, 이번 누리호 프로젝트에선 총 길이 47.2m에 200t의 3단 발사체를 건립해야 했다. 기존 나로호 발사대(제 1발사대)를 사용할 수 없었고, 이에 제 2발사대를 새롭게 구축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지상 기계 설비는 엄빌리칼(Umbilical) 타워, 엄빌리칼 접속 장치, 지상 고정 장치(VHD) 등으로 구성된다. 추진제 공급 설비는 추진제(연료, 액체 산소)와 고압가스를 공급하는 설비다. 이를 통합 제어하는 설비가 발사 관제 설비다. 2단 발사체인 나로호는 1단에만 액체 연료가 쓰였는데, 누리호는 3단 발사체라 2‧3단에도 액체 연료를 주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 1발사대에는 없는 46m 높이의 철골 구조물인 엄빌리칼 타워가 추가됐다는 게 현대중공업 측의 설명이다.  
 
이 외에도 현대로템은 누리호 추진 기관 시스템과 추진 공급계 시험 설비 등을 구축했다. 주력 분야별 참여 기업은 ▶체계 종합(유콘시스템, 카프마이크로 등 6곳) ▶추진 기관‧엔진(에스엔에이치, 비츠로넥스텍 등 9곳) ▶구조체(두원중공업, 에스앤케이항공 등 9곳) ▶유도 제어‧전자(스페이스솔루션, 덕산넵코어스 등 7곳) ▶열‧공력(한양이엔지, 지브이엔지니어링 등 3곳) 등이다.  
 

민간 주도 우주 산업 기대감 속 주가는 ‘주춤’

재계에선 이번 누리호 프로젝트 성공이 민간 기업 주도의 우주 산업 시대로 항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많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누리호 프로젝트 성공에 대해 “한국은 자력으로 실용급 위성을 발사하는 능력을 갖춘 7번째 국가로 입증됐고 향후 주도적으로 다양한 우주 개발 사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주 산업은 인류의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불릴 만큼 막대한 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누리호 발사 성공은 민간의 창의성과 혁신성이 결합해 이룩한 성과”라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유환익 산업본부장 명의의 논평에서 “설계부터 제작, 발사까지 모두 순수 국내 기술로 이뤄진 누리호의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자력으로 실용급 위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발사체 기술을 보유한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고 평했다. 이어 “누리호의 성공은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과학 분야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으로 이어나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간 기업 주도의 우주 산업 시대에 대한 기대감에도 누리호 프로젝트에 참여한 주요 기업들의 이날 주가는 하락 마감했다. 22일 KAI 주가는 전일보다 3.92% 하락한 5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무려 9.48% 하락한 4만6800원에 마감했다. 22일 코스피가 전일보다 2.74% 하락 마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누리호 프로젝트에 참여한 주요 기업들의 주가 하락폭은 큰 셈이다. 

이창훈 기자 hun8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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