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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빵’ 터졌다…치솟는 빵값에 불티나게 팔리는 ‘봉지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전쟁 후 밀가격 38%↑
국내 밀 소비량 90% 이상 수입에 의존…영향 불가피
프랜차이즈 빵집 가격 인상에 편의점빵 반사이익

 
 
CJ푸드빌이 운영하는 제빵 전문점 뚜레쥬르는 지난 4일 팥빵, 소보로빵, 슈크림빵 등 약 80개 제품의 권장 소비자 가격을 평균 9.5% 인상했다. [연합뉴스]
 
런치플레이션에 이어 이번엔 빵플레이션이다. 치솟는 밀값에 빵 가격이 줄줄이 오르자 빵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최근 주요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들이 주요 메뉴 가격을 줄인상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양산빵(봉지빵)을 찾는 소비자도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시카고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밀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3개월간 38.3% 급등했다. 우리나라는 밀 소비량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제빵업계는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구조다. 지난달 밀 가격은 t당 319.2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9% 오른 수준이다.  
 
밀 가격뿐 아니라 설탕 원료인 원당 가격도 올해 초보다 10% 넘게 올랐고, 유가 상승으로 물류비용이 늘어난 것도 빵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 인건비까지 상승해 제과업계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뚜레쥬르·파리바게뜨도 올렸다…편의점빵 매출은 일제히 상승

 
주요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가격을 올리자 편의점과 마트업계는 양산빵으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연합뉴스]
 
버티다 못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하나 둘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제빵 전문점 뚜레쥬르는 1년 6개월 만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 4일 약 80개 제품 가격을 평균 9.5% 인상했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도 지난 1월 6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6.7% 올렸고,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는 지난 12일부터 대표 제품인 15㎝ 샌드위치 가격을 평균 5.8% 인상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가맹점주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며 “국내외 원·부재료 가격 폭등과 가공비, 물류비 등 제반 비용 급등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편의점과 마트업계는 봉지빵으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가격이 프랜차이즈 빵집보다 저렴한데도 품질은 크게 떨어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CU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빵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1% 증가했고, GS25의 빵 매출은 47.8% 올랐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보다 2배 신장, 이마트24는 전년 동기대비 63%의 신장률을 보였다.  
 
GS25의 ‘메이플스토리빵’은 출시 18일 만에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하며 ‘제2의 포켓몬빵’으로 불리고 있다. [사진 GS리테일]
 
봉지빵 인기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 2월 약 20년 만에 재출시된 SPC삼립의 ‘돌아온 포켓몬빵’이다. 출시 이후 하루 평균 30만봉 이상이 완판되고 있으며 지난 12일 기준으로 5000만봉의 누적 판매량을 올렸다. 포켓몬빵의 바통을 이어 받은 GS25의 ‘메이플스토리빵’은 출시 18일 만에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했다. 편의점 CU의 ‘쿠키런빵’은 출시 9개월 만에 누적 1000만봉이 판매됐다.
 
편의점 봉지빵의 인기 이유는 포켓몬스터나 메이플스토리, 쿠키런 등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이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었고 베이커리 빵과 비교했을 때 가격 효율성도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 연령층의 수집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빵들이 잇달아 출시되며 매장의 빵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프랜차이즈 빵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재미와 가성비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봉지빵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국제 곡물가격 하락 전망…시장 반영에는 6개월 걸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이날 올해 하반기에 국제 곡물가격이 지금보다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
 
업계에선 밀 가격 급등 영향이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선물가격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6개월가량 걸리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상반기 선물가격 급등이 아직 시장에 모두 반영되지 않았단 분석이다.
 
이 가운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이날 올해 하반기에 국제 곡물가격이 지금보다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최근 국제곡물(밀·옥수수·콩) 가격 및 수급 전망’ 발표를 통해 “현재 북반구 주요국 작황이 전년보다 양호하고, 밀과 옥수수 수확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어 하반기 국제곡물 선물가격은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코로나19 변이 확산 전망도 곡물 선물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됐다. 다만 국제 곡물가격이 떨어지더라도 국내 곡물 수입단가가 즉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분기 곡물 선물가격이 하락하면 4분기가 돼서야 곡물 수입단가도 떨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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