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선방에도 '재고' 쌓이며 위태위태…불안한 ‘전자’
삼성전자, 상반기 재고자산 50조 넘어
SK하이닉스, 재고부담에 내년 투자 계획 '신중'
글로벌 경제 위기에도 우리나라 대표 전자 기업들이 상반기에 선방하며 나쁘지 않은 실적을 냈지만,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급격한 원자재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차질에 대비해 축적한 자산이지만, 이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자칫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의 재고자산 총액은 52조922억원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이 5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하반기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이 41조3833억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10조778억원(26%) 증가한 것이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에서 30.7%, 스마트폰과 TV·가전 사업들 담당하는 DX부문에서 21.3% 증가하는 등 전체 사업 부문에서 재고자산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6월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 총액은 총 11조878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보다 33.2% 늘었다. 올해 2분기 매출액 13조8110억원에 육박한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매출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192개 기업의 재고자산 변동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대기업의 재고자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가량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3일 밝혔다. 이 가운데 IT 전기·전자 업종은 재고가 6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려할 점은 일부 기업의 경우 상품 재고자산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재고 상품 증가율은 43.1%에 달했다. 재고자산은 당장 팔 수 있는 ‘상품 재고’와 생산과정에 있는 반제품·재공품, 원재료 등으로 나뉜다. 원자재는 다른 상품을 만들 때 사용할 수 있어 쌓아둔다고 당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이지만, 상품은 유행이 지나면 처리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팔리지 않는 제품을 헐 값에 매각하는 일도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글로벌 TV 수요 둔화에 애를 먹고 있다. 해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TV 시장 점유율은 금액 기준 31.5%로 나타났다. LG전자는 17.4%로 조사됐다. 두 기업의 합산 점유율은 48.9% 수준이다. 상반기 50.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점유율이 소폭 감소한 셈이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 사태 장기화 등으로 시장 수요가 둔화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옴디아는 올 한해 전 세계 TV 출하량이 2억879만4000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2억1353만7200대)보다 2.22% 줄어든 수준이다.
반도체 시장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SK하이닉스는 경영진이 지난달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이런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2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재고가 1분기보다 증가해 재고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가 나타나고 이로 인한 재고부담이 높아지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획했던 출하량 목표가 낮아졌음에도 메모리업 특성상 이미 결정된 설비투자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줄일 수 없다”며 “경기 불확실성 상황을 감안해 내년도 투자 계획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은 물론 자본적 지출을 축소하는 시나리오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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