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파트너 찾아 해외로…"신약 개발에 선진 노하우 적용"
브릿지바이오, 영국 AI 의학기술 기업과 맞손
이미지 분석 통해 약물의 효능 및 효과 평가
"글로벌 신약 개발하려면 해외 파트너 유리"
국내 신약 개발기업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최근 영국의 인공지능(AI) 기반 의학기술 기업 브레이노믹스와 손을 잡았다.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BBT-877'의 임상 시험에 브레이노믹스의 AI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다.
브레이노믹스는 특정 질환을 앓는 환자의 이미지 자료를 AI로 분석하는 'e-ILD 테크놀로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이 프로그램으로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고해상도 전산화단층촬영(HRCT) 이미지를 포함한 영상 자료를 얻어 후보물질의 효과와 효능을 평가할 계획이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해외의 AI 신약 개발기업과 협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에는 미국의 AI 신약 개발기업 아톰와이즈와 연구개발(R&D)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아톰와이즈의 AI 기술을 활용해 염증을 일으키는 특정 단백질과 관련된 신약 후보물질 및 적응증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를 비롯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AI 기술을 신약 개발에 적용하기 위해 국내·외 AI 신약 개발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혁신신약 개발 기업은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 해외 AI 신약 개발기업과 협력하는 추세다.
AI 기술로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탐색 중인 국내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에 글로벌 시장의 선진 노하우를 빠르게 적용하기 위해 해외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며 “다국가 임상에서도 국내 기업보다 해외 기업과 함께하는 것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AI 기술을 활용하면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발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여러 연구기관의 발표를 종합하면 신약 개발에 AI 기술을 적용했을 때 개발 과정은 10년에서 5년으로 절반가량 줄어든다.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단계에서부터 임상 시험, 환자 모집 등 모든 단계에 AI 기술을 활용해 개발 과정의 정확성도 높일 수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은 최근에서야 AI 기술을 신약 개발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AI신약개발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 주요 AI 신약 개발기업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2020년 44건, 지난해 89건을 기록했으며 올해 들어서야 100건을 넘겼다. 이중 임상 단계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은 4건으로 3.8% 수준이다. 국내 30여 개 기업이 AI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AI 신약 개발기업과 협력해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지만, 해외 시장과 비교하면 적용 범위나 규모가 작다.
국내 바이오 기업 중에선 와이바이오로직스가 올해 2월 미국의 큐어에이아이와 함께 차세대 면역항암제인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등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기로 했다. 큐어에이아이는 AI를 활용해 신규 표적과 바이오 마커(생체표지자)를 발굴하는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벤처다.
GC녹십자는 지난 2020년 아톰와이즈와 함께 새로운 경구용 혈우병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신약 후보물질을 탐색한 후 유효성을 예측하고 변이를 탐색하는 등 신약을 개발할 계획이다. 아톰와이즈는 이틀 내 160억개의 화합물을 살펴볼 수 있는 AI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아톰바이오와 현재 혈우병 치료제 후보물질을 탐색하고 있다”면서 “임상 단계에 진입하기까진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고 했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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