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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차기 총수, 정기선 HD현대 사장 [경영승계 가속화하는 재계3세들②]

부회장 승진 임박?…“내년 승진 가능성” 거론
7000억원 안팎 상속세 마련은 과제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1월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열린 'CES 2022'에서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 현대중공업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최근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이른바 ‘80년대생 오너가(家) 3세’로의 경영 승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80년대생 오너가 3세 가운데 사실상 지분 승계만을 남겨 두고 있는 인물로는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꼽힌다. 
 
다만 정기선 사장의 아버지이자 HD현대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지분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6000억~70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은 과제로 거론된다.  
 

미래 사업 진두지휘  

재계 등에 따르면 정기선 사장은 지난 2021년 HD현대 사장에 오른 이후 현대중공업그룹 미래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인 ‘CES 2022’에 참석해 글로벌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 사장은 올해 CES에서 “지난 50년 세계 1위 선박회사로 성장한 현대중공업그룹은 인류를 위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퓨처 빌더’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조업 중심의 사업 구조를 넘어 미래 기술을 선도하는 기술 중심 기업으로 도약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정기선 사장은 최근에는 HD현대의 선박 자율 운항 전문회사인 아비커스를 방문하기도 했다.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정 사장은 이달 1일 서울 강남구 아비커스 본사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했다. 정 사장은 간담회에서 “회사 확장을 구상했기에 아비커스를 시작했다”며 “중공업 분야에서는 도전하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시장을 개척하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자율 운항 등 미래 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또다시 강조한 셈이다. 
 
그간 다른 오너가 3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정 사장이 현대중공업그룹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을 두고, 이른바 ‘정기선 시대’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많다.  
 

부회장 승진 언제쯤

재계 등에선 정기선 사장이 내년 인사에서 부회장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1980년대생으로 정기선 사장과 친구인 김동관 부회장이 2020년 사장으로 승진한 지 2년 만에 부회장에 올랐다”며 “2021년 HD현대 사장에 오른 정 사장도 내년에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 사장이 올해 3월 처음으로 HD현대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사내이사를 맡은 만큼, 부회장 승진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에선 정 사장이 올해 인사에서 부회장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물론 우리 나이로 41세인 정기선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기엔 젊다는 지적도 있지만, 1951년생인 정몽준 이사장이 30대 후반이었던 1987년에 현대중공업 회장에 취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빠른 승진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전반에 걸쳐 30~40대 오너가 3세로의 경영승계가 속도를 내고 있어, 정기선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 임박했다는 전망에 무리는 없어 보인다”며 “정기선 사장이 10년 넘게 현대중공업그룹에서 다양한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는 점도 강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정 사장은 2011년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했다가 2013년 현대중공업에 재입사했다. 그룹 기획‧재무팀뿐만 아니라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현대중공업 선박‧해양 영업본부 대표 등을 거쳤다.  
 

관건은 상속세 마련  

문제는 상속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HD현대의 지분 구조는 정몽준 이사장 26.60%, 국민연금 8.22%, 정기선 사장 5.26% 등이다. 정 이사장의 HD현대의 지분 가치는 8일 종가인 6만원으로 단순 계산 시 약 1조2600억원에 달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3조 3항에 따라 최대주주의 지분 상속‧증여의 경우 주식 평가액의 20%(지분율 50% 초과 시 30%)가 가산돼 약 60%의 상속세율이 적용된다. 정기선 사장이 정몽준 이사장의 지분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약 7000억원 안팎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상속세는 연부연납을 통해 최장 10년간 분할 납부할 수 있어, 매년 600억원 이상의 상속세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로선 정기선 사장이 매년 60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납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통상 재계에선 주식 담보 대출, 보유 지분에 따른 배당금, 보수 등을 통해 상속세를 마련하는데, 정 사장의 경우 현대중공업그룹 내에서 자금 확보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지분은 HD현대 지분이 사실상 유일하다. 
 
HD현대가 2018년 출범 이후 현재까지 고배당 정책을 유지 중이나, 5%의 지분율로 확보할 수 있는 배당금으로는 상속세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정 사장이 사내이사로 재직 중인 HD현대, 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받는 보수 역시 각각 5억원을 넘지 않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세 번째 상장 철회를 밝힌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재추진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HD현대의 배당 확대를 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부에선 올해 말까지 HD현대 지분율을 3.95%까지 늘릴 예정인 아산재단이 승계 작업에 활용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창훈 기자 hun8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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