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방어에 경제 정책 총력을 기울여라”
[인터뷰]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전 산업자원부 장관)
“신흥시장 무너지면 한국도 위기 직면”
“위기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정책 대응을”
“신흥시장에 묶여 있는 우리나라는 다른 신흥국이 무너지면 위기가 전염될 수 있어요. 당장 위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위기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정덕구 니어재단이사장은 지난 11일 서울 강남의 재단 집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금은 경제위기 상황에 대비해 철저히 모니터링(tight monitoring)할 단계”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거의 완전 개방된 비교환성 통화국인 우리나라로선 대내균형보다는 대외균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경상수지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유연한 금리정책으로 급격한 자본유출을 막아야 시장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외채협상 수석대표로 위기 극복의 선봉에 섰다. 이후 산업자원부 장관과 17대 국회의원을 거쳐 2007년부터 중국 전문 싱크탱크 니어재단을 이끌고 있다.
지금은 위기 전조단계, 경상수지 방어에 총력을
경제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습니다.
지금 외환시장 불안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적기에 대응하지 못한 미국 연준의 정책실패의 결과에요. 지난해 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날때 ‘일시적’이라고 보고 적기에 대응하지 않다가 뒤늦게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하다보니 전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지요. 특히 신흥국 시장이 불안합니다. 이미 스리랑카가 디폴트를 선언했지만 남미를 중심으로 문제가 터져나올 가능성이 높아요. 우리는 신흥국 시장에 묶여 있기 때문에 다른 신흥국이 무너지면 위기가 전염될 수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는 동아시아 위기라는 외풍에다 내부 거시경제 정책의 실패해서 온 거예요. 지금 그 같은 사태는 당장 오지 않겠지만 정책대응은 위기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철저히 대처해야 합니다.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수출이 감소하고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되는 등 1997년 외환위기 직전과 유사합니다.
경상수지 적자가 심화되면 자본계정에서 이를 메꿔주여 하는데 여기에서 달러가 빠져나가면 위기가 오는 겁니다. 그런면에서 일단 경상수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단기자본이탈을 막을 금리정책을 적절히 구사하는 게 중요합니다. 미국 연준(Fed)이 11월 이사회에서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이어가게 되면 한미금리격차는 다시 1%포인트차로 확대되는데 (경상수지 관리만 잘되면) 그 정도 금리격차는 버틸 수 있어요. 다만 그 기간을 너무 길게 가져가면 안 되지요.
경제의 펀더멘탈에는 문제가 없을까요.
반도체를 제외하면 우리는 마이너스 성장이에요.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등 잠재성장률도 계속 하락하고 있어요. 이런 면에서 펀더멘탈은 탄탄하다고 볼 수 없어요. 외환위기 당시의 펀더멘탈 문제는 과잉 투자였어요. 이는 곧 빚의 문제였고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전이됐지요. 지금은 반대로 투자가 바닥상태에요. 과잉투자상황에선 그나마 위기 극복 후 회복여력이 있어요. 하지만 투자가 적을땐 회복동력이 떨어져요. 앞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제로성장으로 갈 수도 있어요. 일본형 축소 불균형 시대로 간다는거지요. 이를 벗어나려면 엄청난 노동생산성과 자본의 효율이 필요한데 투자분위기가 좀처럼 조성되지 않고 있어요. 과학기술, 인적 자본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정책 난맥상도 여전히 심한데요.
“아직 새 정부로서 인적·정책 체제가 확립이 안 된 것 같아요. 정책을 착착 밀고 나갈 인적 구성이 아직 안 돼 있고 정책 프레임도 상호 간에 체계가 약해요. 무엇보다 야당이 결사항전하고 있으니 이를 방어하는데 급급한 것 같아요. 이럴 때일수록 대통령은 정쟁에서 빠져나와야 되요. 선거에 관계없이 주요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선 확실하게 치고 나가야 합니다. 지금 총선이 1년도 더 넘게 남았는데 (연금개혁 등) 각종 구조개혁을 시작도 안 한다면 말이 되겠어요. 일단 대통령이 직접 지휘하는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국가관이 투철한 최고의 전문가들로 팀을 짜서 연내 개혁 로드맵을 제시하는 게 중요합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담대하게 전진하다 보면 진실의 순간이 올 거에요.”
시진핑 1인 영도체제, 분배 강조 공동부유로 전환
16일 막을 올린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됩니다.
덩샤오핑(鄧小平)이후 연성화된 집단지도체제를 이어오던 중국이 자국 특색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마오쩌둥(毛澤東)식 1인 영도체제로 회귀하고 있어요. 시진핑은 자신이 추구하는 중국의 미래를 완성하려고 할거에요. 가장 큰 정책상의 변화는 성장을 우선시하는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에서 분배를 중심으로 한 공동 부유(共同富裕)로 전환하는 거지요. 6억명에 달하는 절대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이에요. 하지만 격화되는 미·중 충돌과 다가오는 경기침체 등을 감안하면 험로가 예상됩니다. 자칫 집권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어요.”
실제 중국 경제 역시 위기론이 팽배합니다.
“중국의 잠재성장률을 6%정도로 보면 최근 투자 위축이나 노동생산성 저하로 1%포인트 정도 떨어졌다고 봐요. 그 수준까지 회복하는데 3~4년 이상 걸릴거에요. 실제성장률과의 디플레 갭이 2∼ 3%포인트 존재하지요. 이 갭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이 간단치 않아요. 세계경제침체, 미국의 압박 등으로 국내 소비나 투자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는 어려워요. 정경분리가 깨지면서 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투자도 감소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앞으로 중국 경제는 4∼5%의 중저성장 체제로 갈 겁니다. 그런데 이 정도 성장세로는 빈곤층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중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까요.
일단 시진핑 3연임 체제 직후 대대적인 부양책을 쓸 가능성이 있어요. 하지만 정부 부채에 발목이 잡혀 있지요. 중앙재정이나 지방 재정이 고갈 상태에 있어요. 지방정부가 발행한 채권중 상당 부분은 중앙정부가 지급보증한 게 많고, 해외 시장에서 상당부분 발행했기 때문에 압박이 들어올겁니다. 기업부채도 심각해요. 중국의 현재 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87%인데 그림자금융을 포함하면 300%는 훨씬 넘을거에요. 이렇게 빚이 많으면 정책 대응여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지요.
부양책을 쓰다보면 부채문제는 더욱 심화되겠군요.
“중국 전체 경제의 3분의 1은 정상 가동이 안 되고 있어요. 상당수 국유 기업이 과잉고용상태에요. 그러니 생산성이 떨어지지요. 중국 경제 내부는 끊임없이 이런 내부의 암세포를 그냥 떠안고 가는 거예요. 그나마 중국엔 신규창업이 많아요. 암세포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이런 새 세포로 생살이 계속 돋아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중국 위험론을 생각해봐야되요. 중국 경제가 본격적인 위기에 직면할때 그 연관 효과로 한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거에요.
☞ 정 이사장은
▶1948년 충남 당진 출생 ▶배재고, 고려대 상학과 ▶위스콘신대 경영학 석사 ▶행정고시 10회 ▶IMF 외채협상 수석대표 ▶재정경제부 차관 ▶산업자원부 장관 ▶서울대, 중국 베이징대, 런민대 초빙교수 ▶17대 국회의원 ▶중국사회과학원(CASS)정책고문 ▶니어(NEAR)재단 이사장
송길호 이데일리 논설위원 겸 에디터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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