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항공사②] 자본잠식 내몰린 LCC
유상증자 연명도 한계…일부선 “매각 가능성” 얘기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자마자 고환율‧고유가에 직면한 국적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빈사 상태에 빠진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을 통해 연명해왔으나, 고환율‧고유가 등에 따른 자금 압박으로 사실상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는 지적이다. 국적 LCC들은 그간 대형항공사(FSC)가 주도해온 항공 화물 사업을 확대하는 등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으나, 항공 전문가들은 “현재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고 진단한다. 일부에선 “자금 여력이 없는 LCC들이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마저 들린다.
완전자본잠식 빠진 에어부산
다만 제주항공이 지난달 추진한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운영 자금이나 채무 상환 목적이 아닌 시설 자금으로, 내년부터 보잉의 차세대 기종인 B737-8 4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실시됐다. 제주항공 측은 “최근 실시한 유상증자는 차세대 항공기 도입을 위한 자금 확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시설 자금 조달을 위한 제주항공의 유상증자를 제외하면, 국적 LCC들은 2000억~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운영 자금을 확보하고 채무를 상환한 셈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직면한 고환율‧고유가 악재다. 유상증자를 통해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버텨냈지만, 최근 고환율로 인한 외화환산손실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에어부산은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으로 자본 총계 -203억원을 기록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지난달 유상증자로 약 14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해 3분기엔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고환율에 따른 자금 압박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LCC들 역시 마찬가지다. 고환율로 인한 외화환산손실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LCC들이 3분기에 완전자본잠식에 처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LCC업계 관계자는 “국적 LCC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 구조 개선을 꾀하고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현재로선 실적 개선 없이 자본 확충을 이어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허위 회계 자료 논란 등으로 곤혹을 치른 이스타항공의 경우 경찰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최근 이상직 전 이스타항공 회장 시절에 부정 채용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운항 자체가 불투명하다. 이스타항공은 경영진 쇄신, 사명과 본사 소재지 변경 등 경영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과거 이스타항공과 현재 이스타항공은 전혀 다른 회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부정 채용에 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재운항 시점을 특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화물‧장거리 등 신사업도 불투명
실제 제주항공은 국적 LCC 가운데 처음으로 화물기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6월 20일 인천~하노이 노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항공 화물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일본 도쿄(나리타), 중국 옌타이로 노선을 확장해 10월 현재 하노이 주 6회, 도쿄(나리타) 주 4회, 옌타이 주 6회를 운항 중이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화물기 취항 첫 달인 6월 화물 수송 실적은 242t이었으나, 7월 920t, 8월 952t, 9월 1060t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지난해 같은 기간 화물 수송 전용 여객기를 통해 780t을 운반한 것과 비교해 4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항공업계와 항공 전문가들 사이에선 “화물 사업과 장거리 노선 신규 취항으론 현재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많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미 대형항공사가 주도하고 있는 화물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쉽지 않고, 그간 호황이던 화물 사업 성장세도 주춤한 상황”이라며 “중단거리 중심의 사업 구조인 LCC들이 자금 부담을 감수하고 중장거리 노선으로의 사업 재편을 꾀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hun8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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