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급등에…‘울며 겨자먹기식’ 고정금리 받는다
8월 신규취급액 변동금리 비중 75.5%…전월 比 7%p↓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 7% 돌파 영향
고정금리 수준도 높아 이자부담은 여전
#. 37살의 직장인 A씨는 두 달 전 결혼을 위해 경기도에 25평형 아파트 매매 계약을 했다. 그러면서 A씨는 4억원을 연 4.5% 고정금리로 대출 받았다. 원리금 상환금만 월 200만원가량이고, 기존에 있던 신용대출 이자까지 합하면 한달에 원리금 상환금은 25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A씨는 “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생각에 주담대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드디어 감소세로 전환됐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 상단이 7%를 돌파하는 등 시장금리가 오른 영향이다. 앞으로도 계속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은행 고객들이 고정금리를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변동금리 비중, 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
은행권은 올 상반기쯤에는 변동금리 비중이 꺾이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한은이 올해 들어 6월까지 총 3차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6월 말 기준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44~5.63%, 고정금리는 연 4.46~5.54%를 기록하며 두 금리의 차이가 크지 않아 대출자들은 여전히 변동금리를 선택했다. 특히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고정금리가 연 2% 중반에 불과했기 때문에 고정금리를 장기로 연 5%에 묶어두기가 대출자 입장에서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올 8월 들어서 변동금리 비중이 준 것은 한은의 7월 13일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결정과 함께 시중은행의 변동금리가 6%를 돌파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8월 말 4대 은행의 변동금리는 연 4.36%~6.337%까지 올랐다. 여기에다 한은이 연말까지 계속 금리를 인상할 것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이자 부담이 커진 영향에 고정금리 선호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올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했고, 다가오는 11월에도 또 한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3.0%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가 3.50%까지는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금리 인상에 계속 변동금리 비중 작아질 것”
한은에 따르면 8월 잔액 기준으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전체의 78.5%를 기록한 상황이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지난 21일 기준으로 연 4.59~7.10%를 기록했고, 연말에는 주담대 금리 상단이 8%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정부와 당국은 가계부채 부실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안심전환대출과 같은 정부정책을 통해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0월 15일(현지시간)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서 강연자로 나서면서 “주담대에서 차지하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미국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60%가 훨씬 넘는다”며 “한국에서의 0.5%포인트 금리 인상은 미국의 0.75%포인트 인상에 버금간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도 변동금리 주담대를 최저 연 3.7%의 장기·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정책금융 상품인 ‘안심전환대출’ 기준을 기존에 주택가격 4억원에서 더 낮춰 11월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자격 요건이 까다로워 신청이 올해 공급한도인 25조원의 약 14.5%에 불과한 상황이지만, 저조한 신청건수와 정치권의 요청 등으로 금융당국이 주택 가격 상한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초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자격 확대를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상한을 9억원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주택금융공사에 요구하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미 금리 차가 벌어지면서 내년에도 한은이 계속 기준금리를 높일 것으로 보이고 이를 고객들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며 “앞으로 고정금리 비중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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