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ABCDE로 풀어 본 세계경제 위험 요인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세계경제 위협하는 위험 요인 곳곳에
새로 맞은 긴축시대 정책 묘수 발굴을
기대 인플레이션이 쉽사리 꺾이지 않은 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4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4%를 훌쩍 뛰어넘어 연방준비위원회(Fed)의 강력한 통화긴축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달러 강세, 미국 주식시장 하락이라는 공식이 이어진다. 10년물 국채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10월 17일 주간 미국 주가는 월요일부터 강한 상승의 모습을 보였다.
여느 때 금요일의 하락 마감과 달리 상승 마감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11월 0.75%포인트 올린 후 12월에는 0.50%포인트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이 단기 주가 반등에 불을 붙였다. 중간 선거 랠리일까? 달라진 게 크게 없는데 24일 주 다우지수 상승이 지나치다는 평가도 나왔다. 과거의 기억을 불러보자.
기대인플레이션 제어 불능, 미국 최종 금리 향방은
주가는 금리 인하를 할 때 반짝 상승을 하였을 뿐 경기침체를 반영하여 주르륵 흘러내렸다. 기억을 습작하고자 하는데 가까운 2019년만 떠오를 뿐 2000년대 초반은 아득해 보인다. 이 시점에서 우리를 둘러싼 세계경제 위험요인을 ABCDE 머리글자로 풀어보자.
먼저 A다. America’s Terminal Rate, 이번 금리 인상기의 미국의 최종 정책금리 수준과 도달 시기이다. 올해 5월만 하더라도 미국의 최종 금리가 내년 6월에 3.25~3.50 퍼센트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젠 올 12월 금리가 4.5-4.75 퍼센트로 훌쩍 올라갈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 5% 이상도 각오해야 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각국 중앙은행에서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하지 않으면 세계 경제가 1970년대식 ‘인플레이션 소용돌이’에 빠질 거라고 경고했다.
현재의 실질금리는 1970년대의 오일쇼크 때와 같은 마이너스 수준이다. 물가상승세에 미치지 못하는 속도의 금리인상은 실질금리 하락을 의미하며 물가상승 위험을 제어하기 힘들다. 지금 우리가 피할 최대의 과제는 물가와 임금의 연쇄 상승이고 그 와중에 경기가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다.
다음은 B다. British Government Bond Market, 영국의 채권 시장이다. 지난 9월 23일 영국 정부가 대책 없는 감세 정책을 내놓은 여파로 9월 26일 파운드화 가치는 1.0327달러까지 내려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1972년 이후 반세기 만에 최대 규모의 감세 정책이 공개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영국 정부의 부채 규모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세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영국의 9월 물가상승률이 10퍼센트를 넘었다.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성장을 촉진하겠다고 재원 마련책도 없는 재정지출 계획을 동원했다가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만 본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채권 레버리지 투자로 인한 연기금의 투자 손실은 막대한 상황이다. 영국이 처한 고물가 저성장 상황을 두고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제적 불확실성, 큰 폭의 경상수지 적자는 불안요인이다. 혹자는 46년 전 IMF 구제금융 당시를 떠올린다.
도처에 산재한 지뢰밭, 시스템위기 발생시킬까
주택 공급 시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사람들은 경제 전반에 대한 확신을 잃는다. 주택 매수자는 미완성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거부하고 있으며, 일부는 주택 완공을 확신하지 못한 상황이다. 부동산 개발업자가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시티그룹이 추산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규모는 5,610억 위안(111조원)이다. 부동산 채권이 부실율은 29.1 퍼센트까지 올랐다고 하니, 부동산 대출 채권의 약 1/3이 돈을 떼일 수 있는 상황이다.
그 다음은 D로 Developing Countries’ Currency & Debt Crises, 약체 개발도상국가의 폭등하는 물가상승에 따른 통화 약세와 채무 위기 문제이다. 경제성장율 하락과 달러 강세가 신흥국 채무 부담 능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올해 5월 스리랑카가 역사상 첫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이집트와 파키스탄·가나 정부가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IMF의 자금 지원을 받은 국가는 93개국 2580억 달러(370조 원)에 달한다.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뒤 지원을 약속한 규모도 16개국 총 900억 달러(약 130조 원)로 집계됐다. IMF가 구제 금융을 결정한 뒤 실제로 집행한 대출 총액은 9월 말 기준 1350억 달러(약 194조 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E는 European Energy Market Security, 유럽의 에너지 안보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2년 4분기 가스시장 보고서에서 겨울을 앞두고 EU의 가스 비축률이 90%를 넘어서면서 천연가스가격 하락을 견인하고 있다고 본다. 독일의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에너지 가격의 사상 최대 증가폭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8%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은 1년 전보다 132.2% 상승했다. AFP통신이 보도한 독일과 프랑스의 가공할만한 내년 전기료 인상 기사를 떠올리는데 겨울을 앞두고 난방비 공포에 사로잡힌 독일인들이 앞 다퉈 장작을 사들인다는 기사가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한다. 영국은 10월부터 전기·가스요금 상한선을 80 퍼센트 높였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내년 전기 계약 요금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세상은 이제 다른 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돈 찍어 내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은 기억저편으로 넘어갔고 새로 맞은 긴축의 시대에서 정책 묘수를 발굴해야 한다. 약한 고리가 자칫 시스템 위기를 발생할 수 있다는 말로 경계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한다.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이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박정식 기자 tang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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