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성공할까’ 둔천주공 7000억 차환 마련 급한 불 껐는데
PF 만기 하루 앞두고 차환 발행 성공
정부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 대출 규제 완화
공사비 증액에 조합·시공사업단 분쟁 소지 여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만기를 하루 앞두고 차환 발행에 성공하면서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여기에 정부가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 대책까지 내놓으면서, 내년 초 일반분양을 앞둔 둔촌주공 재건축이 청약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9일 업계 등에 따르면 시공사업단 중 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하고, 현대건설(2005억원), 롯데건설(1710억원), 대우건설(1708억원)이 대출채권에 대한 연대보증 방식으로 총 5423억원의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만기 83일) 및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만기 83일)을 발행했다.
다만 차환 발행 금리는 최대 12% 안팎으로, 기존 발행 금리(3.55∼4.47%)보다 크게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차환에는 정부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중 하나인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참여했다. 채안펀드보다 시장에서 소화된 물량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부동산 PF를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7000억원을 빌렸다. 이달 28일 만기가 예정됐으나 최근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발 자금시장 경색으로 차환발행이 실패할 위기에 몰렸다.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업단은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던 KB증권을 지난 24일 주관사로 변경했다. KB증권은 기존 투자금액 1220억원을 전액 재투자했다.
단기자금시장 경색에도 차환 발행에 성공하면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업단도 시장에서 우려했던 자금 부담에서 벗어나면서 숨을 돌린 분위기다. 둔촌주공이 워낙 우량한 사업장이라 최근 급격한 자금경색에도 차환 발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에 더해 정부가 지난 27일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내년 초 일반분양을 앞둔 둔촌주공에게는 호재가 더해졌다. 기존 규정에 따르면 분양가 9억원 이상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HF)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받을 수 없었는데 이번 규제 완화로 분양가 12억원 아파트까지 대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차환 발행 급한 불 끄고 중도금 대출 가능성 ↑
정부는 현행 9억원 기준을 12억원 주택까지 확대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무주택자·기존주택 처분조건부 1주택자에 한해 주택 구매 시 적용되는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현재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은 주택가격 별로 차등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주택가격과 부관하게 50%로 단일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도 허용된다. 현재 서울 등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살 때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는 무주택자와 기존주택 처분조건의 1주택자에 한해 LTV 50%를 적용해 주담대를 허용한다.
시장에서는 연이은 금리인상으로 거래절벽이 심화하고 있어, 이번 대책만으로는 매수심리가 당장에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둔촌주공의 조합 내 마찰 등이 크지 않으면 이번 대책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LTV를 완화하더라도 다른 대출 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때문에 총량에서 막히는 거고, 기준금리가 너무 많이 오르고 있어 이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규제완화로 매수심리가 다시 요동치거나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둔춘주공이 워낙 입지 여건이 좋고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단지라 자본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사비 증액에 대한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분쟁 소지도 아직 남아 있다. 앞서 양측은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으로 6개월간 공사를 중단하다 이달 중순 1조1384억원 증액에 합의했다. 이에 조합원 1인당 추가 분담금이 1억8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럴 경우 분담금 총액이 4억원 넘는 조합원이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공사비 증액 규모는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거쳐 오는 12월에 확정된다.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다음 달 중순까지 일반분양가를 확정하고 내년 초 분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은형 대한건설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둔춘주공 재건축이 워낙 규모가 큰 사업이라 중단되면 민간정비사업 활성화라는 정부정책방향에 부정적이다. 참여건설사들이 메이저 업체들이라서 어떻게든 완공은 할 것이다”며 “다만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은 상황에 따라 늘어날 여지는 있다”고 전망했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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