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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폭이 관건” 철강‧조선업계, 후판 협상 장기 지연

인하 공감대에도 “원자재 가격 안정” vs “변동성 커”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조선소 모습. [연합뉴스]
국내 철강‧조선업계의 하반기 선박용 후판 가격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철강‧조선업계가 지난해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8월에 마무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협상 기간이 이례적으로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철강‧조선업계는 하반기 후판 가격 인하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인하폭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후판 가격 인상으로 수천억원의 비용을 감내한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을 대폭 인하해 본격적인 수익 실현을 꾀한다는 분위기다. 반면 철강업계는 철강 시황 악화, 고환율, 태풍 피해 등의 악재로 극단적인 위기 상황에 내몰린 만큼, 인하폭 최소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7일 철강‧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이들 업계는 이날 기준으로 현재까지 하반기 후판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조선업계가 하반기 후판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협상 타결 시기를 특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전히 치열한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철강‧조선업계는 하반기 후판 가격 인하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철강업계에선 “가격 동결” 목소리도 나오지만, 철강‧조선업계 전반적으로 가격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강한 분위기다. 그간 철광석 가격 등 철강 제품 생산에 쓰이는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후판 가격도 올랐는데, 올해 들어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일 기준 철광석 가격(중국 칭다오항 현물 기준)은 1t당 88.05달러로, 연초보다 34.8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철광석 가격이 지난달 31일 1t당 79.50달러를 기록한 이후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으나, 연초 가격 흐름과 비교하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인하폭이다. 조선업계는 “원자재 가격 안정 하향세를 고려해 후판 가격을 대폭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철강업계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것은 맞지만, 가격 변동성 때문에 큰 인하폭은 어렵다”고 호소한다.  
 
예컨대 철강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제철용 원료탄 가격은 올해 하락세를 이어오다 최근 들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4일 제철용 원료탄 가격(동호주 항구 현물 기준)은 1t당 320.5달러다. 이는 연초 가격보단 10.17% 하락한 수치지만, 전월보단 16.97% 오른 가격이다. 
 

후판 협상 결과가 조선업계 실적 ‘판가름’

조선업계에선 “이번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4분기 실적을 좌우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조선업계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차례에 걸쳐 후판 가격이 오른 여파로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후판 가격은 선박 제조 원가의 약 20%를 차지하기 때문에, 후판 가격 흐름에 따라 수익성도 결정되는 구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한국조선해양의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281억원이다. 반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104억원, -581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하반기 후판 가격이 대폭 내리면,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의 흑자 전환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이창훈 기자 hun8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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