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눈엣가시’ 中 조선...韓에 손 내민 美
[트럼프가 던진 숙제]②
트럼프 “美 조선업, 한국의 도움과 협력 필요”
국내 조선업계, 美 MRO 사업 교두보 마련 마쳐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미국이 한국에 손을 내밀었다. 시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다. 지난 7일 트럼프 당선인은 12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 발언 하나로 국내 조선업계가 들썩인다. ‘트럼프 2.0’시대를 맞이하게 된 국내 조선 업계에서는 신사업 확보 기회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과 윤 대통령 사이 이뤄진 짧은 통화에서 언급된 주요 분야는 ‘선박 수출’과 ‘정비·수리·점검’(MRO)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축하 전화 중 특정 산업을 지목한 것은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이번 도움 요청이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중국의 ‘조선 굴기’를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팽창하는 中 겨냥한 美 ‘견제구’
그간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공급망 분리) 강화를 주창해왔다. 지난 7월 발표된 ‘미 공화당 정강정책’에는 ▲모든 중국산 수입품 60% 이상 관세 부과 ▲최혜국 대우 지위 철회 ▲필수의료·국가안보 물품 수입 단계적 중단 등이 담겨있다. 중국 전반에 대한 압박 수위를 강화하는 셈인데, 조선도 중국 압박 수단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미국은 명실상부 세계 1위 군사 대국이다.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미국 조선소의 건조 역량은 크게 떨어진다. 20세기 초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대백색함대’(Great White Fleet) 계획을 시작으로 군함과 상선을 대량 생산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미국 조선은, 높은 인건비와 열악한 설비로 인해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1975년 당시만 해도 미국은 군함과 상선을 찍어내듯 생산해 연간 70척 이상의 상선을 생산했다. 현재 미국 전체 조선소들이 건조하는 연평균 선박 건조 수량은 10척 안팎에 그친다. 전 세계 상선 4만4000여 척 중 미국 선적은 200척이 채 되지 않는다.
11월 미국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총 톤수 기준 중국·한국·일본의 전 세계 선박 건조 점유율은 90% 이상에 달한다. 미국은 0.2%에 불과하다. 사실상 미국 조선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동력을 잃은 셈이다.
이런 상황 속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 해군력의 성장을 심각한 위협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020년 미국 해군 정보국(ONI)은 중국 함선이 미국 함선과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평가한 바 있다.
수적에서도 열세다. 최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이 공개한 ‘초국가적 위협 프로젝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운영하는 전함은 234척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 해군의 219척 보다 많은 수치다.
연식에서도 밀린다. 미국 군함의 노후화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평가받는다. CSIS에 따르면 중국 해군이 현재 운용 중인 군함의 70%는 2010년 이후 진수됐다. 미국의 경우 20% 정도가 2010년 이후 진수된 모델이다.
CSIS는 “중국은 빠른 속도로 군함 전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미국의 해군력은 약해지고 있다”며 “조선 강국인 한국 및 일본 등과의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중국에 대한 수적 열세와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조언했다.
韓 조선이 줄 수 있는 선물은
미국 조선의 쇠락은 한국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계에 도움을 구한 만큼, 신사업 기회 확대가 전망되는 이유다. 업계는 국내 조선소가 보유한 다양한 경쟁력 중 MRO 분야가 중요하다고 평가한다. 미국 내에서 MRO를 진행할 수 있는 조선소는 4곳에 불과해 MRO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글로벌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약 78조원에 달한다. 그 중 미 해군 MRO 시장 규모만 20조원이다. 업계는 글로벌 MRO 시장이 오는 2029년에는 약 88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을 상대로 한 MRO 사업이 본격화 될 경우 나아가 함정 건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미 국내 조선업계는 미국 MRO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다져 둔 상황이다. 먼저 한화오션은 지난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국 해군의 함정정비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해당 수주를 통해 미국을 대상으로 한 방산 수출 확대 교두보를 마련해 둔 셈이다.
현재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선 미국의 4만톤급 ‘윌리 쉬라’ 군수지원함에 대한 정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해당 군수지원함은 약 4개월간의 정비 작업 후 내년 1월에 미 해군 측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또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한화오션은 향후 5년간 미국 해군이 규정한 함정에 대한 MRO 사업 입찰에 공식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
한화오션의 미국 함정 MRO 사업은 최근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와의 협력을 통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화오션과 마찬가지로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국내 최초로 MSRA을 체결했다. HD현대중공업도 향후 5년간 미국 해상 수송사령부 소속의 지원함과 미 해군 전투함에 대한 MRO 사업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한 셈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는 필리핀 함정의 MRO 실적을 바탕으로 아시아, 남미 등 권역별 MRO 시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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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과 윤 대통령 사이 이뤄진 짧은 통화에서 언급된 주요 분야는 ‘선박 수출’과 ‘정비·수리·점검’(MRO)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축하 전화 중 특정 산업을 지목한 것은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이번 도움 요청이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중국의 ‘조선 굴기’를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팽창하는 中 겨냥한 美 ‘견제구’
그간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공급망 분리) 강화를 주창해왔다. 지난 7월 발표된 ‘미 공화당 정강정책’에는 ▲모든 중국산 수입품 60% 이상 관세 부과 ▲최혜국 대우 지위 철회 ▲필수의료·국가안보 물품 수입 단계적 중단 등이 담겨있다. 중국 전반에 대한 압박 수위를 강화하는 셈인데, 조선도 중국 압박 수단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미국은 명실상부 세계 1위 군사 대국이다.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미국 조선소의 건조 역량은 크게 떨어진다. 20세기 초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대백색함대’(Great White Fleet) 계획을 시작으로 군함과 상선을 대량 생산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미국 조선은, 높은 인건비와 열악한 설비로 인해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1975년 당시만 해도 미국은 군함과 상선을 찍어내듯 생산해 연간 70척 이상의 상선을 생산했다. 현재 미국 전체 조선소들이 건조하는 연평균 선박 건조 수량은 10척 안팎에 그친다. 전 세계 상선 4만4000여 척 중 미국 선적은 200척이 채 되지 않는다.
11월 미국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총 톤수 기준 중국·한국·일본의 전 세계 선박 건조 점유율은 90% 이상에 달한다. 미국은 0.2%에 불과하다. 사실상 미국 조선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동력을 잃은 셈이다.
이런 상황 속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 해군력의 성장을 심각한 위협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020년 미국 해군 정보국(ONI)은 중국 함선이 미국 함선과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평가한 바 있다.
수적에서도 열세다. 최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이 공개한 ‘초국가적 위협 프로젝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운영하는 전함은 234척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 해군의 219척 보다 많은 수치다.
연식에서도 밀린다. 미국 군함의 노후화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평가받는다. CSIS에 따르면 중국 해군이 현재 운용 중인 군함의 70%는 2010년 이후 진수됐다. 미국의 경우 20% 정도가 2010년 이후 진수된 모델이다.
CSIS는 “중국은 빠른 속도로 군함 전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미국의 해군력은 약해지고 있다”며 “조선 강국인 한국 및 일본 등과의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중국에 대한 수적 열세와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조언했다.
韓 조선이 줄 수 있는 선물은
미국 조선의 쇠락은 한국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계에 도움을 구한 만큼, 신사업 기회 확대가 전망되는 이유다. 업계는 국내 조선소가 보유한 다양한 경쟁력 중 MRO 분야가 중요하다고 평가한다. 미국 내에서 MRO를 진행할 수 있는 조선소는 4곳에 불과해 MRO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글로벌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약 78조원에 달한다. 그 중 미 해군 MRO 시장 규모만 20조원이다. 업계는 글로벌 MRO 시장이 오는 2029년에는 약 88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을 상대로 한 MRO 사업이 본격화 될 경우 나아가 함정 건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미 국내 조선업계는 미국 MRO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다져 둔 상황이다. 먼저 한화오션은 지난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국 해군의 함정정비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해당 수주를 통해 미국을 대상으로 한 방산 수출 확대 교두보를 마련해 둔 셈이다.
현재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선 미국의 4만톤급 ‘윌리 쉬라’ 군수지원함에 대한 정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해당 군수지원함은 약 4개월간의 정비 작업 후 내년 1월에 미 해군 측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또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한화오션은 향후 5년간 미국 해군이 규정한 함정에 대한 MRO 사업 입찰에 공식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
한화오션의 미국 함정 MRO 사업은 최근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와의 협력을 통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화오션과 마찬가지로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국내 최초로 MSRA을 체결했다. HD현대중공업도 향후 5년간 미국 해상 수송사령부 소속의 지원함과 미 해군 전투함에 대한 MRO 사업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한 셈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는 필리핀 함정의 MRO 실적을 바탕으로 아시아, 남미 등 권역별 MRO 시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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