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리스크 ‘기업대출’서 터지나…5대 은행 기업대출 사상 첫 ‘700조’
5대 은행 기업대출, 9월 709조원 기록
규제·고금리 영향에 가계대출은 연착륙…기업대출만 고공행진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 급랭 영향
기업대출이 금융권 부실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가계대출 규모는 당국의 규제로 연착륙에 들어갔지만, 기업대출은 은행의 금리 인상과 심사 강화에도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레고랜드발(發) 회사채 시장 급랭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이자 부담을 감수하며 은행 대출을 더 받는 모습이다.
5대 은행 기업대출 709조…가계대출 규모 뛰어넘어
3분기 말 기업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65조1000억원(10.1%) 증가했다. 2021년 3분기 말 당시엔 전년 말 대비 8.1% 증가한 바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작년에 정부와 당국이 은행권과 함께 기업대출 지원에 나섰을 때보다 올해 들어와 더 큰 규모로 증가한 모습이다.
올해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위주로 기업대출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3분기 은행별 대기업 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말 대비 ▶농협은행 23.7% ▶KB국민은행 21.2% ▶하나은행 18.9% ▶우리은행 17.8% ▶신한은행 3.4% 순을 기록했다.
반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3분기 말에 695조1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4조원(2.0%) 감소했다. 결국 국내 주요 은행의 기업대출 규모는 올해 3분기에 가계대출 규모를 뛰어넘었다.
가계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율(DSR) 적용 영향을 받고 감소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개인 고객들은 대출을 받을 때 2억원 넘는 대출에 대해 DSR 40%를 적용 받았고, 7월부터는 1억원 초과 대출에 대해 규제를 받고 있다. 당국은 이를 통해 연간 소득 대비 과도한 원리금 상환금이 발생하지 않게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기업대출 규제엔 신경을 쓰지 못하면서 손을 놓게 된 상황이다.
5대 은행만 아니라 국내은행 전체 기업대출도 급증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0월 한 달 동안에만 국내은행의 기업대출은 13조7000억원 증가해, 10월 기준으로 한은의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후 사상 최대 증가액을 기록했다. 중소기업대출은 4조4000억원, 대기업은 9조3000억원 늘면서 대기업 대출이 유독 많이 늘었다.
문제는 기업대출 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도 기업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의 9월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기업대출 금리는 연 4.66%를 기록해 지난해 말보다 1.52%포인트 인상됐다. 인상률만 보면 가계대출의 1.49%포인트 인상보다 높았다.
“지점서도 신용도 높지 않으면 대출 거부 중”
한은은 “회사채 시장의 위축 영향으로 대기업의 은행 대출 활용이 증가하면서 기업대출의 높은 수준의 증가세 지속했다”며 “회사채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발행 부진이 이어지면서 순상환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8월까지 회사채는 3000억원 순발행을 보였지만 9월에는 6000억원 순상환, 10월엔 3조2000억원 순상환으로 급반전된 모습이다.
이런 이유로 은행들도 기업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1분기 0 ▶2분기 3 ▶3분기 -6 ▶4분기 -3을 기록했다. 중소기업도 3분기 -3, 4분기 -3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마이너스면 금융기관이 해당 대출 지급을 꺼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대출 부실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4분기 대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17, 중소기업은 31로 3분기보다 각 6포인트씩 상승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규제만 아니라 금리 상승으로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모습인데 기업대출은 금리 영향에도 계속 빠르게 늘고 있다”며 “지점에서도 기업인들의 대출 상담이 많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신용이 높지 않으면 거부되는 사례들도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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