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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트위터, 다시 보는 관전 포인트 4가지 [한세희 테크&라이프]

60조원 규모 초대형 인수합병…트위터 변화에 관심 집중
머스크 트위터 인수 후 우익 성향 그룹 게시물 대량으로 올려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연합뉴스]
결국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의 주인이 됐다.
 
지난 4월 머스크가 갑작스럽게 트위터 인수 계획을 밝힌 이후, 트위터 가짜계정 문제를 거론하며 인수 의사를 번복했다가 법정에서 아웅다웅 하다 결국 10월의 마지막 주 머스크가 트위터 본사물에 입성하기까지 6개월 간의 난장판을 거쳤다.
 
440억 달러, 우리 돈 약 60조원 규모의 초대형 인수합병이다. 하지만 인수 가격보다 주목할 것은 현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공론장인 트위터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는 한때 억눌린 사회에 자유의 바람을 일으킬 희망으로 평가받았다. 이젠 가짜뉴스와 확증 편향을 부추기는 현대 민주주의의 최대 위협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가장 목소리가 크고, 가장 논란을 일으키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트위터의 소유권이 주어졌다. 이 일은 시끌벅적하고 값비싼 해프닝으로 끝날까, 아니면 소셜미디어의 흐름이 바뀌는 변곡점이 될까? 필자는 지난 4월 기고에서 ‘머스크의 트위터’에 대한 4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은 바 있다. 머스크가 지배력을 휘두르기 시작한 지금, 이 관전 포인트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1. 머스크식 표현의 자유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 ‘절대주의자’를 자처한다. 그는 트위터 인수 의사를 밝힌 초기, 트위터 인수는 “경제적 이유 때문이 아니”며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디지털 공론장’을 지켜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평소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기업의 엄격한 콘텐트 관리 정책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는 곧 인터넷 플랫폼에 가짜뉴스나 혐오 표현이 제약 없이 넘쳐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컸다.
 
실제로 머스크는 리버럴 진영의 이런 우려에 맞아 떨어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머스크는 인수를 마친 그 날로 트위터의 핵심 임원들을 해고했는데, 비자야 가데 최고법률책임자(CLO)도 있다. 가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정지시키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을 정지시킨 것은 잘못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고, 가데를 비난하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트위터에서 인공지능(AI) 윤리와 투명성 문제를 담당하는 부서,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팀 등은 조직 전체가 모두 정리해고 당했다. 정책 부서도 절반이 사라졌다. 다만 트럼프 계정 부활에 대해서는 “관련 정책을 심의할 위원회를 구성한 후 논의하겠다”며 잠시 미뤄 두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후 우익 성향의 극단 그룹들이 트위터에서 표현의 한계를 시험하듯 선 넘는 게시물들을 대량으로 올리고 있다는 보도와 우익 성향 신규 가입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혼란 속에서 표현의 자유와 위험한 거짓 정보 규제 사이의 균형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위터에 불만이 많은 머스크였지만, 콘텐트 관리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콘텐트 규제에 초점을 맞춰온 기존 플랫폼 기업과는 다른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 자체는 주의 깊게 지켜 볼만하다.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독과점으로 기울기 쉬운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변동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실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트위터 본사 전경. [AP=연합뉴스]

2. 그래도 비즈니스를 생각 안 할 수 없지

“경제적 목적 때문에 트위터를 인수하는 것은 아니”라는 머스크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방법은 없다. 그러나 인수 후 그는 트위터의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그는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테슬라 주식 85억 달러를 팔았고, 트위터 명의로 130억 달러를 빌리는 등 실제 적잖은 재무 부담을 지고 있다.
 
일단 머스크는 인수 작업이 마무리된 후 1~2주 사이에 전체 직원의 50% 가까이 해고했다. 한꺼번에 급하게 정리해고를 진행하다 보니, 실수로 핵심 인력을 해고해 버려 나중에 다시 회사로 돌아와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까지 생길 정도였다.
 
구독 등 추가 수익 모델도 강화한다. 영향력 있는 사용자를 트위터가 직접 인증해 주는 계정 인증을 월 8달러를 받는 구독 상품으로 바꾸라고 머스크는 지시했다. 관련 팀이 밤을 새고 있다고 한다. 유명인에 대한 쪽지 기능을 유료화한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콘텐트 논란을 피하고 싶어하는 GM이나 화이자 등 대형 광고주들은 잇달아 트위터 광고 집행을 중단하고 있다. 반면 머스크 인수 후 트위터의 일 평균 사용자 수(mDAU)가 20% 증가했다는 내부 자료도 있다. 머스크의 콘텐트 규제 완화가 더 많은 사용자 유입과 광고 효과 증대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질지, 해로운 콘텐트 범람과 광고주 이탈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노릇이다.
 

3. 알고리즘, 오픈소스로 공개하나

머스크는 과거 트위터 알고리즘을 오픈소스로 공개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게시물 노출이나 추천에 편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공개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외부에서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어 뜻이 맞는 사용자를 찾을 수도 있다.
 
이와 비슷한 일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다만 트위터 밖에서 일어나고 있다. 머스크의 방향성에 불만을 가진 진보 성향 사용자들이 트위터를 떠나 ‘마스토돈’이란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스토돈은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를 자신의 취향이나 원칙에 맞게 만들 수 있게 해 주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이다. 과거 트위터에 불만을 품은 보수 성향 사용자가 ‘팔러’나 ‘트루스소셜’ 같은 대안 소셜미디어로 이동하던 모습도 떠올리게 한다.
 

4. 머스크만을 위한 표현의 자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표현의 자유와 한계 사이의 균형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머스크 개인의 스피커 출력만 높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도 진작에 제기됐다. 머스크는 최근 집권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 중간 선거에선 공화당을 지지하라는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반면 그의 이름을 빌어 와 “민주당에 투표하라”고 트윗을 올린 여성 코미디언의 계정은 정지됐다. 이후 머스크는 패러디 계정임을 명시하지 않는 모든 사칭 계정을 정지시킬 것이라고 밝혔는데, 정작 정책팀에선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이미 세계 최고의 부와 팬덤을 가진 사람에게 맘대로 쓸 수 있는 글로벌 미디어까지 쥐어 줄 필요가 있을까?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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