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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트위터 파일’, 플랫폼의 책임과 편향 사이 [한세희 테크&라이프]

‘트위터 파일’ 통해 2년 전 美 대선 사건 수면 위로 떠올라
트위터 새 주인 일런 머스크가 언론인에게 정보 전달한 듯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뒤 트위터는 여러가지 이슈로 어수선하다. [로이터=연합뉴스]
2020년 10월, 미국 대선을 3주 정도 앞둔 시기였다. 뉴욕 지역 매체 뉴욕포스트에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에게 악재가 될 만한 기사가 터졌다.
 
바이든 후보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노트북PC에서 바이든 집안과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사이의 수상한 거래 흔적이 발견됐다는 기사였다. 이 컴퓨터는 2019년 델라웨어주 한 전자제품 수리점에 맡겨졌다. 물건을 맡긴 사람은 컴퓨터를 찾아가지도, 수리비를 내지도 않았다. 컴퓨터 안 내용을 확인한 가게 주인은 이를 FBI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루디 길리아니 전 뉴욕시장 측에 건넸다.
 

대통령 후보 아들의 수상한 거래

컴퓨터에서는 헌터가 이사로 일했던 우크라이나 가스 회사 부리스마의 고위 임원이 헌터에게 “워성턴 DC에서 당신의 아버지를 만날 기회를 주어 고맙다”라고 쓴 이메일이 나왔다. 또 헌터가 중국 국영 에너지 기업 CEFC와 합작 회사를 세우기 위해 투자자와 주고받은 이메일에는 “빅 가이를 위해 H가 10을 보유”라는 내용이 있었다. 아버지 바이든(빅 가이) 몫으로 헌터(H)가 지분 10%를 떼어 두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이런 이메일들 외에도 헌터가 마약을 하고 성관계를 맺는 영상도 있었다.
 
헌터는 2014년 부리스마 이사로 임명됐다. 당시 에너지나 가스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데도 이사로 임명된 데는 거물인 아버지의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미심쩍은 행보라는 비판이 존재했다.
 
하지만 당시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이 사건이 러시아 해킹 공작으로 의심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기사 공유를 차단했다. 문제의 PC가 뉴욕 포스트에만 제공된 관계로 주요 언론들도 사실 확인을 하기 어려워 후속 보도에 소극적이었다. 결국 이 문제는 흐지부지 묻혔다.
 
2년 전 이 사건이 요즘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달 초 독립 언론인인 매트 타이비는 당시 뉴욕 포스트의 보도 후 트위터의 콘텐트 관리, 대외, 정책 분야 관련 임원들이 주고받은 다수의 이메일을 입수했다. 이것을 바탕으로 “트위터가 이 기사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고도 기사 링크 삭제 등 통상적이지 않은 방법들을 동원했다”라고 폭로했다.
 
트위터가 정치적 편향에 따라 판단을 내렸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 내용을 ‘트위터 파일’이란 이름으로 수십 개의 연속된 트윗에 담아 공개했다.
 
타이비는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 출신의 베테랑 기자이자 작가다. 지금은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에서 1인 미디어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들 이메일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독립 언론인 매트 타이비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트위터 파일’이라는 제목의 트윗. [사진 매트 타이비 트위터 캡처]

트위터, 대선 개입했나?

그러나 트위터의 새 주인이 된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건네 준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머스크는 타이비가 관련 내용을 공개하기 몇일 전 “표현의 자유에 관한 ‘트위터 파일’이 곧 트위터에 올라온다. 대중은 실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야 한다”라는 예고 트윗을 올렸다. 그리고 타이비의 트윗이 올라온 후에는 이를 리트윗했다.
 
당시 트위터는 문제의 기사 링크를 트위터에 공유하지 못하게 하고, 사용자 간 쪽지(DM)를 통해 공유하는 것도 막았다. 타이비는 이는 아동 포르노물 정도에만 적용되는 강력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뉴욕 포스트의 트위터 계정 자체도 몇일 간 정지시켰다.
 
트위터는 이것이 해킹된 자료의 온라인 노출을 규제한다는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 대선 당시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러시아의 선거 개입이 있었다는 논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적극적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타블로이드 매체의 기사라도, 해킹이나 공작 여부가 불확실한데 링크 공유까지 막는 것이 적절한지는 논란이다. 공개된 이메일에는 트위터 관계자 일부가 이 기사가 강력한 규제를 받을 만큼 위험하다는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도 나온다. 당시 공화당에서 반발이 나오면서 결국 잭 도시 당시 CEO가 사과하고, URL 공유 차단도 풀었다. 또 타이비가 공개한 자료에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트위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트윗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일상적이었다는 내용도 있다. 주로 민주당측 요구가 많고, 더 잘 받아들여졌다는 내용도 있다.
 
물론 ‘트위터 파일’이 정말 트위터가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선거 결과에 개입하려 한 결정적 증거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트위터의 결정은 그때도 이미 문제가 됐다.
 
트위터가 정치적 편향을 가지고 있음을 비꼬는 이미지를 일론 머스크가 트윗을 한 바 있다. [사진 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처]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머스크의 생각처럼 트위터 내부의 편향성이나 의도적 개입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단지 콘텐트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여러 의견이 충돌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거대 인터넷 플랫폼에서 콘텐트 관리의 어려움과 판단 기준의 모호함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소셜미디어에서의 표현의 자유, 거짓정보 및 혐오 표현 방지 등을 체계적으로 막으려는 시도는 세계 공통이다.
 
하지만 소셜미디어가 이미 현대 사회 여론의 흐름을 결정하는 핵심 채널이 된 이상, 어떤 결정이든 논란은 불가피하다. 우리 역시 네이버나 다음의 뉴스 서비스, 혹은 유튜브의 가짜뉴스 논란 등을 둘러싸고 많은 정치적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다.
 
이런 논란을 이해하는 관점 중 하나는 어쩌면 플랫폼 기업에서 관련 판단을 내리고 실무를 하는 사람들의 성향일 수도 있다.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 경영자나 종사자가 주로 친민주당 성향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들 지역의 선거 결과나 정치 기부금 분포에서도 드러난다.
 
트위터가 헌터 사안에 적극적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은 혹시 ‘팔이 안으로 굽은’ 결과는 아니었을까? 실제로 문제의 노트북PC와 이메일은 진짜이고, 러시아 개입의 증거는 없다는 것이 최근 주요 언론의 판단이다.
 
머스크의 성향은 반대다. 지난 4월 트위터 인수 계획을 처음 밝힌 후 이 뉴욕 포스트 사건을 콕 집어 비판한 바 있다. 또 트위터의 콘텐트 관리 기준이 좌파 또는 리버럴 관점에 치우쳐 있음을 지적하는 밈도 올렸다.
 
직원들의 성향이건, 머스크의 성향이건 어느 쪽이든 실질적인 현대 최대 공론장의 운영 원리가 되긴 미흡하다. 민간 기업에 사회가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들 몇몇 플랫폼의 영향력은 왠만한 국가를 넘어선 수준이기도 하다. 사회에 대한 이들의 영향력의 크기와, 사회가 이들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규율 수단 사이의 불균형 문제는 뾰족한 해결책을 쉽게 내기 어려워 보인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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