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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뜨거웠고, 내년에도 주목할 3대 테크 이슈 [한세희 테크&라이프]

일반인도 사용가능한 챗GPT…구글 검색의 차별화 주목
반도체 전쟁, ‘과학기술이 곧 외교안보’라는 슬러건의 현실 보여줘

 
 
2019년 10월 중국에서 열린 세계인터넷회의(WIC, World Internet Conference)에 참석한 사람들이 스크린 앞을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2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늘 변화와 혁신이 빠르게 일어나는 글로벌 테크 분야는 올해도 예외 없이 각종 이슈와 논란, 기술적 도약이 어우러지면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좋은 시절도 막을 내렸고, 치솟던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얼어붙었다. 플랫폼 규제를 놓고 지루한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를 인수해 하루가 멀다 하고 논란을 만들고 있다. 암호화폐 분야 대장 기업 FTX는 파산 보호 신청을 했고, 비트코인 가격은 1년 사이 3분의 1로 떨어졌다.
 
인공지능(AI)은 화가보다 더 뛰어난 그림을 내놓고, 사람보다 더 충실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됐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외교안보 질서의 개편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메타버스’는 국제적 금지어가 되었는지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말이 되었다.
 
‘테크&라이프’ 지면을 통해 추적한 글로벌 테크 시장의 변화와 흐름 중 올해 큰 인상을 남겼고, 내년에도 계속 중요한 이슈로 남을 가능성이 큰 사안들을 골라 봤다.
 

못 하는게 없는 AI, 수익도 낼 수 있을까?

최근 인터넷은 AI의 성취에 대한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DALL-E2나 미드저니 같은 AI 모델이 만들어낸 전문가 수준의 그림이 소셜미디어 타임라인을 채운다. 이제는 오픈AI가 새로 내놓은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와의 대화 결과를 캡처한 화면이 넘쳐난다.
 
챗GPT는 초거대 AI 자연어처리모델 GPT-3를 기반으로 개발한 대화형 AI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해 굉장히 그럴듯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며 대화를 이어간다는 점이다. ‘10살 아이의 생일 축하 파티를 할 건데 그럴듯한 아이디어를 내 봐’라는 요청에 ‘다같이 영화를 연달아 보면 어때?’라거나 ‘직접 음식을 만드는 쿠킹 파티를 열자’ 등의 아이디어를 주욱 제시한다. 철학이건 양자물리학이건 분야를 가르지 않는다.
 
그간 GPT-3나 다른 기업의 거대 AI 모델들은 소수의 베타 테스터에게만 개방했지만, 챗GPT는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쓸 수 있어 더 빠르게 화제가 됐다.
 
마치 사람처럼 높은 수준의 글과 그림을 쏟아내는 ‘생성적 AI’는 이제 창작자나 지식 노동자의 업무마저 상당 부분 기계가 대치할 것이란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새 사업을 위한 브레인스토밍이나 디자인 컨셉 초안, 간단한 프로그램 코딩까지 AI의 영역에 들어섰다.
 
새해에는 이런 거대 규모 생성적 AI가 실제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챗GPT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구글 검색의 종말을 거론하고 있다. 적어도 뚜렷한 정답이 있는 질문에 대한 검색은 대화형 AI가 잠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런 대화형 AI는 구글이 먼저 선보였다. ‘람다(LAMDA)’라는 대화형 AI를 2021년 선보였고, 올해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람다를 담당하던 엔지니어가 “람다가 자의식을 가졌다”라고 주장하는 일이 벌어질 정도로 성능도 탁월하다. 구글은 람다를 ‘검색의 미래’라고 홍보하면서도, 정작 이것이 검색 광고 매출을 갉아먹을까 상용화를 미루다가 오픈AI에 선수를 빼앗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화형 AI가 내놓는 답의 정확도 문제를 해결하고, 검색 광고를 대체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위터와 머스크, 소셜미디어의 변화

디지털 플랫폼은 이제 현대 경제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편리함과 혁신의 가능성을 유지하면서, 플랫폼 독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숙제다. 소셜미디어는 큰 틀에서 디지털 플랫폼의 한 영역이라 볼 수 있는데, 여론이 모이고 증폭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친다. 언론이 하던 역할이 점점 소셜미디어로 옮겨가고 있는데, 더 좋은 쪽 혹은 나쁜 쪽으로 가고 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현재로선 가짜뉴스와 양극화, 확증 편향을 부추긴다는 비판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셜미디어 기업도 적극적인 콘텐트 관리와 개입을 강조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진보와 보수 양측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해석이 갈린다. 실리콘밸리의 주류인 이른바 진보, 리버럴 관점에서 추진되는 콘텐트 관리에 보수측이 표현의 자유 등을 내세워 저항하는 형세다.
 
트위터 인수 이후 머스크의 좌충우돌이 연일 화제지만, 결국 그의 행보가 기존 소셜미디어 시장의 흐름에 균열을 낼 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언론계에 진보와 보수 성향 매체가 공존하고 독자가 자유롭게 매체를 선택하는 것처럼, 소셜미디어도 소비자 선택이 가능하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네트워크 효과와 승자독식 논리가 작동하는 플랫폼 사업에선 1위 사업자로 시장이 쏠리기 마련이다. 보수를 표방한 여러 소셜미디어가 나왔으나 별 반응을 못 얻었다. 한번 성격이 굳어진 플랫폼에 변화가 일어나는 일이 벌어질지 주목된다.
 

이어지는 반도체 전쟁

미국은 최근 중국 메모리 제조사 YMTC 등 중국 기업 30여 곳을 수출통제명단에 추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 기업이 이 명단에 오른 기업과 거래하려면 사전에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고성능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도 제한했고, 미국 국적자의 중국 반도체 기업 근무도 금지했다. 한편으로는 일본·한국·대만을 묶는 반도체 동맹 결성을 재촉하고 있다. 반도체 동맹의 구성원들은 곧바로 자유세계의 태평양 전선과 일치한다.
 
‘과학기술이 곧 외교안보’라는 현재 국제 정치의 슬로건이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과학기술을 앞세운 중국 압박은 트럼프 대통령 때 시작됐지만, 바이든 대통령도 물러설 기미를 안 보인다. 여기에 2차전지와 핵심 광물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중국과 유럽에 이어 미국에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열리면 미국의 입김은 더 커질 것이다.
 
우리 기업과 정부도 결국 어느 쪽을 선택할지 보다 분명히 밝히라는 요구를 받을 것이다. 관전 포인트는 중국의 반도체 핵심 기술 내재화 노력이 얼마나 결실을 맺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TSMC가 아리조나 주에 건설하는 반도체 공장이 과연 기대대로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도 주목할 만하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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