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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루샤’에 밀린 ‘엠루메’…토종 핸드백 브랜드, 어쩌다 뒷방 신세됐나

‘엠루메’ MCM·루이까또즈·메트로시티…부진한 성적표
‘브랜드 노후화·트렌드 대응 실패·소비 양극화’에 인기↓
존재감 밀린 ‘준명품 핸드백’, 브랜드 홍보 혁신 필요해

 
 
 
국내 메스티지(대중적인 명품) 핸드백 브랜드가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MCM의 상징인 '비세토스 모노그램'이 담긴 '트레이시' 라인. [MCM 홈페이지 캡처]
 
‘샤넬 클미’, ‘루이비통 알마BB’ 등 자사 시그니처백을 내세운 명품 브랜드들이 백화점 실적을 주도하는 가운데, 일명 ‘준명품’이라 불리는 국내 메스티지(대중적인 명품) 핸드백 브랜드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부진·적자행보’…토종 브랜드 매출 내리막길 

 
 
업계에 따르면 한때 잘 나가던 국내 준명품 핸드백 브랜드는 수년째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브랜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론칭 30주년을 맞은 메트로시티(운영사 엠티콜렉션)는 최근 3년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지난 2019년 매출액이 1000억원 밑으로 하락하고 4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이후, 적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657억원 규모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21억원 적자를 냈다.  
 
루이까또즈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2014년 1775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이 지난해 543억원으로 떨어지면서 상당한 하락폭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을 시작으로 매출이 1000억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영업이익은 2013년 373억원에서 내리막길을 줄곧 걸으면서 2017년에는 1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토종 명품’이라 불렸던 MCM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양호하다. MCM(운영사 성주디앤디)의 지난해 매출액은 3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고, 영업이익 역시 619억원으로 5배 넘게 늘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MCM의 실적은 전성기 5000억대에서 현저히 내려앉은 상황이다. 지난해 실적은 10년 전인 2012년에 기록했던 3400억원 수준에 그쳐, 앞서 2014년 제시했던 ‘2020년 매출 2조원’이라는 목표치 달성과는 멀어지는 모습이다. 
 

과거 영광은 어디에…‘안방 무대’서 뒷방으로 밀려 

 
롯데백화점 본점 9층에 위치한 '핸드백존'. 메트로시티, 루이까또즈 매장 앞이 한산한 모습이다. [김서현 기자]
 
이같은 준명품 브랜드의 고전은 브랜드가 호황을 누리던 2010년대 중반,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1층이 핸드백을 비롯한 잡화로 가득 차 있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루이까또즈, 메트로시티 등 일부 브랜드들은 지난해 말 9층으로 전면 이전 후 호시절이 무색하게 적은 수의 고객만 맞고 있다는 게 매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9층 면세점과 나란히 붙어있어, 해당 층을 방문하는 고객 중에는 이들 브랜드와 면세점 품목을 혼동해 매장 정체성을 되묻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백화점 9층에서 핸드백 등 잡화를 판매하는 A씨는 “지난해 말부터 9층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손님이 훨씬 더 줄어들었다. 개별 매장이 아닌 마치 섹션을 나눠놓은 듯한 구성에 갇힌 것은 물론이고, 각 점포 크기 역시 16평 정도에서 6평으로 급격히 작아졌다”면서 “고객 수요가 수입 명품을 점점 더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매장 자리도 접근성이 낮은 곳으로 바뀌고 입지도 좁아지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단 MCM은 1층 매장을 지키면서 젊은층을 타깃으로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최근 지하 1층에 인기 캐릭터 트위티와 콜라보레이션한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젊은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나가고 있다. MCM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더 커지고 있는 온라인 시장을 바탕으로 더 성장해나갈 것”이라며 “온라인 전용 제품을 개발하고, 디지털 기반 메타버스·온라인 마케팅을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비 양극화’로 인기 뚝…브랜드 이미지 새롭게 구축해야

 
패션업계에선 토종 핸드백 브랜드가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는 이유로 브랜드 노후화를 비롯한 트렌드 대응 실패, 미진한 마케팅 전략 등을 꼽았다. 가격 정책에 따른 정체성이나 디자인 변화 등에 뒤쳐지면서 변화하는 소비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더 강화된 브랜드 소비 양극화로 초고가 명품으로의 쏠림 현상이 더 공고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올해 3분기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는 모두 호실적을 기록했다. 고물가·고금리 현상에 따라 소비가 둔화한 와중에도 탄탄한 명품 수요가 실적을 끌어올린 덕분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에 따른 패션 수요 증가를 중심으로 백화점 명품 성장세가 고공행진을 이어간 결과”라며 “반면 토종 브랜드는 소비 양극화의 칼날을 그대로 맞으면서 점차 갈 곳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핸드백 업체들은 목표를 재설정하고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하는 등 나름의 생존전략을 짜고 있다. 루이까또즈는 시장의 기회를 엿보는 시간으로 2023년을 설정해두고 브랜드 가치 상승을 중심으로 한 전략을 펼칠 방침이다. 글로벌 프리미엄 이라는 목표도 새로 잡았다. 
 
루이까또즈 관계자는 “다소 소극적이었던 마케팅 활동을 올해부터는 조금씩 확대해나가고 있다”며 “전사적 IMC 마케팅을 추진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Eudon Choi 런던 컬렉션 쇼·서울 프리뷰 행사를 진행하는 등 글로벌 시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트로시티 관계자는 “예전보다 핸드백을 구매하는 고객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면서도 “매년 꾸준히 패션쇼를 개최하고, 편집숍·쇼룸 등을 열면서 고객과 더 많이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브랜드 정체성을 확장하는 시도부터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김민지 세종대 교수(패션디자인학)는 “공고한 소비층을 유지하고 있는 ‘에루샤’등 명품브랜드는 제품만큼이나 브랜드 정체성 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서 “주요 소비층인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플랫폼 활용, 콜라보 등 더 전략적인 콘텐츠를 선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융합의 시대에서 국내 MZ세대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나서야 한다”며 “그래야 자본력 부족에서 비롯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서현 기자 ssn35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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