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바이든 IRA ‘조정’ 언급, 韓 2차 의견서까지…자동차 업계 볕드나

조정 수준은 미지수, 차 업계 직접 대응 방안 마련도 분주

 
 
 
지난 10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에서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조정’을 언급하면서 그동안 세액공제 등 혜택 제외로 피해가 우려됐던 우리 자동차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IRA에 대해 “조정과 변화가 필요한 결함(glitch)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IRA는 미국이 보조금 지원 방식으로 추진하는 공급망 구축 법안이다. 명목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이지만, 사실상 자국 산업을 보호‧육성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정책으로 해석된다. 핵심은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현대차‧기아의 경우 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데, 그 경우 미국산 전기차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IRA에 대해 처음 공개적으로 결함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관련 제도를 수정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IRA 시행령을 만들고 있는 지금 ‘결함’ 있는 부분을 수정하거나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이 북미 제조업체에 대한 새로운 미국 보조금에 반대해 온 자국 동맹에 양보하는 데 열려 있다”라고 해석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도 “우리와 협력하는 이들을 배제할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고 했다.  
 
그동안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등 유럽 다수의 국가는 미국이 IRA를 통해 자국산 전기차를 우대하고 다른 나라의 제품을 차별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해왔다. 이런 지적은 미국 경제계에서도 이어졌다. 찰스 프리먼 미국상공회의소 선임부회장은 지난 10월 코트라(KOTRA)·특파원 공동 인터뷰에서 “전문가들과 해당 조항에 관해 얘기해보면, 수입 전기차 세액공제 배제는 한·미 FTA와도, WTO(조항)와도 일치하지 않는다”며 미국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프리먼 부회장은 “미국 입법부와 행정부 시스템의 놀라운 부분은 언제나 수정의 기회가 있다는 것”이라며 “(향후 논의가) 좋은 지점에 도달하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우리 정부와 기업도 미국 재무부에 IRA와 관련한 의견서를 보내며 IRA 조정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미 재무부가 IRA 하위규정을 마련하면서 10월부터 IRA의 청정에너지 인센티브 관련 6개 분야에 대한 의견수렴을 진행했는데, 문제점을 지적하며 우리 측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는 IRA 하위규정과 관련해 친환경차 세액공제 조항에 대해 3년의 유예 기간을 두는 방안 등을 담은 정부 의견서를 미 측에 제출했다. IRA가 한국을 포함한 외국 친환경차 업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 통상 규범에도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에는 청정 에너지 분야 세액공제에 대한 2차 정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번 의견수렴은 1차 의견수렴에서 다루지 않은 ▶상업용 친환경차 및 청정연료 충전시설 ▶탄소 포집 ▶청정수소·청정연료 생산 등 3개 분야에 대해 이뤄졌다.
 
현대차그룹 역시 미 재무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한국에서 조립하는 전기차에도 세제 혜택을 줄 것으로 건의했다. 현대차그룹은 의견서에서 “미국과 FTA 체결국인 한국에서 조립되는 전기차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한미 FTA 내용과 정신 모두에 위배된다”며 “법안 발효 이전에 미국 전기차 공장 건설에 대해 구속력 있는 약속을 한 법인에서 제조한 전기차는 북미 조립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거나 유예기간을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9월 방한 중인 미국 하원의원들을 만나 미국 IRA에 대해 우려를 전하고 협조를 요청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사진 외교부]

IRA 조정 수준은 ‘미지수’…기업들 직접 대응 방안 마련 병행  

다만 미국 백악관이 IRA 조정과 관련해 법 개정까지 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어느 정도 수준에서 조정이 이뤄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보스턴행 기내 브리핑에서 “우리는 유럽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법률 수정을 위해 의회로 돌아갈 계획은 없다”고 했다.  
 
우리 기업들도 미국 정부의 IRA 조정을 바라는 한편 미국 현지에 직접 생산시설을 짓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월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차공장 착공식을 진행했다. 당초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5년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IRA 영향으로 완공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착공을 서둘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IRA 대응을 위해 올해 들어서만 수차례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업체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컴파스 미네랄과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탄산리튬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고 SK온도 칠레 리튬기업 SQM과 리튬 장기구매 계약을 통해 2027년까지 고품질 수산화리튬 총 5만7000톤을 공급 받기로 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40세' 솔비, 결정사서 들은 말 충격 "2세 생각은…"

2"나 말고 딴 남자를"…前 여친 갈비뼈 부러뜨려

3다채로운 신작 출시로 반등 노리는 카카오게임즈

4"강제로 입맞춤" 신인 걸그룹 멤버에 대표가 성추행

5‘찬 바람 불면 배당주’라던데…배당수익률 가장 높을 기업은

6수험생도 학부모도 고생한 수능…마음 트고 다독이길

7‘동양의 하와이’中 하이난 싼야…휴양·레저 도시서 ‘완전체’ 마이스 도시로 변신

8불황엔 미니스커트? 확 바뀐 2024년 인기 패션 아이템

9최상위권 입시 변수, 대기업 경영 실적도 영향

실시간 뉴스

1'40세' 솔비, 결정사서 들은 말 충격 "2세 생각은…"

2"나 말고 딴 남자를"…前 여친 갈비뼈 부러뜨려

3다채로운 신작 출시로 반등 노리는 카카오게임즈

4"강제로 입맞춤" 신인 걸그룹 멤버에 대표가 성추행

5‘찬 바람 불면 배당주’라던데…배당수익률 가장 높을 기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