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이혼소송서 특유재산은 분할 대상 아냐” 재차 확인
최태원·노소영, 이부진·임우재, 조현아·박모씨
재벌가 이혼 판결 모두 선대 자산 포함 안 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부부 이혼 소송 사례에서도 ‘재벌가(家)의 특유재산은 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논리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특유재산(特有財産)은 상속·증여 등 선대가 물려준 자산으로 형성된 것이며 부부가 혼인 전이나 혼인 중 획득한 개인 명의의 고유재산이다. 이는 부부가 협력해 이룬 재산이 아니어서 통상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김현정 부장판사)는 노 관장이 이혼소송에서 요구한 재산 분할에 대해 6일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노 관장의 요구사항이 판결에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론 최 회장 측이 주장하는 특유재산 논리를 깨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최 회장에게 반소를 제기, 그동안의 이혼 소송에서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그룹 지주사 SK㈜ 주식 가운데 42.29%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세간에선 노 관장의 재산분할 요청 규모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SK㈜ 주식의 17.5%(약 1297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최 회장 측은 이에 대해 “SK㈜ 지분은 선친인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서 증여·상속받아 형성한 재산이므로 재산 분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서왔다.
즉, ‘재벌가 이혼 시 상속·증여로 형성된 특유재산은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다’라는 원칙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판결에서도 재확인된 셈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도 이번 판결 배경에 대해 “노 관장이 SK㈜ 주식의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 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려워 이를 특유재산으로 판단하고 재산분할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최 회장이 보유한 일부 계열사주식·부동산·퇴직금·예금 등과 노 관장의 재산만이 분할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민법 830조와 민법 839조2는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규정하며, 특유재산은 분할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속과 증여를 통해 취득한 경영권과 직결된 주식은 분할대상에서 제외한다는 판례는 과거 삼성가·한진가 등 다른 재벌가의 이혼 소송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삼성가(家)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간 재산분할 소송에서도 ▶한진가(家)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전 남편 박모씨와의 재산분할 소송에서도 확인됐다.
임우재 전 고문은 2016년 이 사장을 상대로 이 사장 소유 재산(약 2조5000억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1조2000억원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법원은 ‘임 전 고문에게 141억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장의 재산이 특유재산이어서 분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재판부의 시각이었다.
지난달 판결이 나온 조현아 전 부사장 재산분할 소송에서도 법원은 ‘조 전 사장은 박모씨에게 13억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역시 조 전 부사장의 특유재산을 제외하고 재산 분할을 결정한 판결이다.
이 같은 사례에 비춰 노 관장 측이 이번 판결에 항소해도, 특유재산 특히 경영권과 관련한 지분의 경우 이혼소송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 법조계 시각이다. 재벌가의 재산 분할 규모는 혼인기간이나 기여도보다 특유재산 유무가 결정한다는 시각이다.
박정식 기자 tango@edaily.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여행 위험 국가’ 전락한 韓...세계 각국, 자국민에 주의 당부
2"지역이 필요한 해외인재, 직접 유치한다" 내년부터 광역형 비자 도입
3명품 청도딸기 본격 출하..."하이베드 방식으로 고품질 생산"
4경북 영덕군, 민원안내 로봇 '덕이 주무관' 도입
5‘비상 계엄’ 여파에...외교 일정 줄줄이 차질
6 김용현 국방장관 “비상계엄 관련 책임 통감...대통령께 사의 표명”
7‘尹 퇴진 촉구’ 금속노조...“퇴진 않을 시 무기한 파업”
8 민주, 김용현 국방장관 탄핵소추안 발의
9 한총리·한동훈·추경호, 대통령실 방문...尹과 대응책 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