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반도체 위기감’에 삼성전자·네이버 손잡아…돌파구는 AI 반도체

미·중 패권 다툼에 불확실성 커진 시장, 시스템 반도체 중요도↑
삼성전자, 네이버 노하우로 시스템 반도체 역량 고도화 추진
네이버, 삼성전자 역량으로 플랫폼 핵심 ‘AI 서비스’ 다각화

 
 
[게티이미지뱅크]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심에 두고 손을 맞잡았다. 양사 앞엔 ‘국내 최대’란 수식어가 붙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스마트폰·가전 등 제조 영역에서, 네이버는 플랫폼 영역에서 국내 기업 중 가장 덩치가 크다. 무엇이 이 무거운 기업들을 움직이게 했을까.
 
업계는 양사의 이번 협력의 배경을 ‘반도체 위기감’으로 분석한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중심에 반도체가 놓이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 강화를 추진하면서 고객사 확보가 쉽지 않게 됐다. 중국을 대상으로 한 메모리 반도체 수출도 지속적인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시장이라 한계가 명확하단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43.4%다. 낸드플래시 역시 이 기간 33.3%를 차지했다. 시장 불황이 나타나면 매출에 하락이 이어지는 구조인 셈이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영역 역시 대만의 TSMC가 버티고 있어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를 집행해야 경쟁을 이어갈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반도체 매출 부문에서 사상 처음으로 TSMC에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세계 시장 변화에 맞춰 눈을 돌린 분야는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다. 시스템 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와 달리 중앙처리장치(CPU)와 같이 해석·계산 등을 처리하는 기능을 갖췄다. 시스템 반도체는 디지털 전환 등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따라 그 활용 범위가 다각화되는 추세다. 시장 규모 면에서도 메모리 반도체(1245억 달러)보다 약 2배 큰 약 2742억 달러(약 361조원) 수준이지만, 삼성전자는 해당 분야에서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메모리 분야에서 56%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은 3%에 그친다.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손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스템 반도체의 핵심 역량은 설계 능력(팹리스)을 기반으로 한다. 네이버는 국내에서 양·질적 측면 모두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AI 기술을 보유한 곳으로 꼽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반도체를 통해 시장 위기를 극복하려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네이버가 보유한 AI 역량이 맞춤형 솔루션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AI 반도체 시장은 성장성이 담보된 영역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3년 AI 반도체 시장 규모를 약 40조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31.3%를 AI 반도체가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이 같은 시장 성장에 맞춰 핵심 역량을 공동으로 구축, 사업적 성과를 이루겠단 청사진을 그렸다. 네이버 역시 자사 AI 서비스의 역량을 높이는데 삼성전자의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어 새로운 사업적 기회로 여기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30년 이상 활약했던 무소속 양향자 국회의원(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AI가 산업적 변화의 중심에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네이버의 협업은 자연스러운 수순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기업과 AI 기반의 플랫폼 기업이 손잡으면 매우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고, 국내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난제 제시(네이버)-HW로 해결(삼성)-SW로 검증(네이버)

양사의 협업은 개발 초기부터 ‘실제 초대규모AI’ 환경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다. AI 기술 고도화에 요구되는 다양한 사항들을 고려, AI 반도체 솔루션을 개발할 방침이다.
 
반도체 검증에는 네이버가 2021년 국내 최초의 초대규모AI로 출시해 지속해서 고도화한 ‘하이퍼클로바’가 활용된다. 네이버가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기술적 난제를 제시하면 이를 삼성전자가 하드웨어(HW) 역량을 통해 해결하고, 다시 네이버의 소프트웨어(SW) 노하우로 검증하는 구조인 셈이다.
 
양사의 이번 협력은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초대규모AI의 존재감이 반영된 행보로도 풀이된다. AI 반도체는 대규모 연산이 전제돼야 하는 서비스를 구현하는 수단이다. 초고속·초전력을 실행할 수 있도록 기능을 효율화하고 최적화하는 과정이 필수적인 이유다.
 
정석근 네이버클로바CIC 대표(오른쪽)와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이 업무협약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특히 초거대 AI는 대량의 데이터를 한 번에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성능을 고도화해간다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이를 구현할 반도체 역시 대량의 데이터를 최적화된 형태로 처리할 수 있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데이터를 프로그램대로 순차 처리하는 기존 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로는 온전한 AI 성능 구현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구글·애플·메타(옛 페이스북)·아마존·인텔·테슬라 등 빅테크도 이 같은 지점을 고려, 자체적으로 AI 반도체 설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자사 서비스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스스로 구현한다는 취지다. AI 반도체를 확보해야 플랫폼 고도화를 이룰 수 있는 판단에서다.
 
AI 반도체 설계는 이처럼 개발 초기부터 목적을 명확하게 지정하는 식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대량의 데이터를 단기간에 학습하고 이를 통한 추론과 성능 고도화에 활용하는 AI의 특성상 반도체 역시 대량의 데이터를 병렬로 처리하는 데 최적화돼 있어야한다”며 “각 사가 원하는 AI의 알고리즘 자체에도 최적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자사 플랫폼에 AI 기술에 적용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 설계에도 역할을 할 수 있단 설명이다. 양사 협업의 핵심은 이 때문에 하이퍼클로바로 귀결된다. 필요한 지점도, 이를 검증하는 일도 해당 AI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가진 AI 반도체에 대한 이해도도 이번 협력 추진 배경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2017년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의 첫 투자자로 참여하고 2019년 후속 투자도 진행했다. 당시 시리즈B로 진행된 퓨리오사AI의 투자유치금액은 800억원으로, 국내 반도체 스타트업 중 최대 규모였다.
 
업계 관계자는 “용도와 목적에 따라 AI 역시 데이터 처리 방식은 물론 학습·추론 방식 등에 조금씩 차이가 있어 반도체 역시 설계 단계부터 알고리즘에 최적화될 필요가 있다”며 “네이버와 삼성전자 두 기업 모두 최고 수준의 기술 기업인 만큼 기술 경쟁 우위를 점할 사업이 추진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 jdy2230@edaily.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빌라'에 손 가네...비(非)아파트 사들이는 3040 늘었다

2中 여행하다 휴대전화·노트북 불심검문 당할 수도

3노소영, 최태원 동거인에 건 위자료 소송...8월 선고

4김성태 기업은행장, 반도체 기업 하이콘 방문…“중소기업 지원 최선”

5카카오, 모처럼 ‘수익성 챙긴’ 실적…영업익 92% ‘급증’

6 ‘여친 살해’ 의대생, 신상 공개 안 해…“피해자 2차 가해 우려”

7中 이커머스서 산 슬라임...가습기 살균제 성분 검출

8밑그림 그리는 ‘철도 지하화’사업…부동산 개발 기지개 켜나

9美 보그워너 대구연구소 준공... 미래모빌리티 구동시스템 연구개발 본격화

실시간 뉴스

1'빌라'에 손 가네...비(非)아파트 사들이는 3040 늘었다

2中 여행하다 휴대전화·노트북 불심검문 당할 수도

3노소영, 최태원 동거인에 건 위자료 소송...8월 선고

4김성태 기업은행장, 반도체 기업 하이콘 방문…“중소기업 지원 최선”

5카카오, 모처럼 ‘수익성 챙긴’ 실적…영업익 92% ‘급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