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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믹스 상장폐지에도 위메이드가 살아남으려면 [김형중 분산금융 톺아보기]

위믹스, 김치 코인에서 글로벌 코인으로 거듭나야

 
 
위믹스 사태 피해자 협의체가 12월 2일 상장폐지 결정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믹스 코인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개 원화거래소에서 상장이 폐지되었다. 4개 거래소는 11월 24일에 상장폐지를 결정하여 12월 8일 오후 3시부터 위믹스를 내리겠다고 위메이드에 통보했다. 이에 불복한 위메이드가 법원에 신청한 가처분은 상장폐지 하루 전인 7일 기각되었다.
 
위믹스는 전 세계 20개 이상의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었다. 그런데 전체 거래량의 90% 이상은 업비트와 빗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즉, 위믹스는 글로벌 코인이 아닌 김치코인이란 의미이다.  
 
이번 상장폐지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 위믹스는 김치코인의 외투를 벗고 글로벌 코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4개 원화거래소와의 본안재판에서 이기는 것보다 글로벌 코인으로 우뚝 서는 게 위메이드 입장에서 진정한 승리이다.
 

코인 수량의 문제가 아닌 신뢰의 문제

상장폐지의 직접적인 이유는 위믹스 코인의 유통량 불일치에 대한 이견이었다. 계획 유통량은 2억 4600만개여으나 실제 유통량은 3억 1800만개로 7200만개가 더 많았던 게 문제였다. 위메이드는 충분히 소명했다고 했지만 4대 거래소는 그렇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위메이드는 이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것이다.
 
상장폐지는 단지 위믹스 코인의 수량 문제에 국한된 게 아니라 재단의 신뢰의 문제로까지 번졌다. 수량 불일치의 원인을 찾다 보니 거저 찍어낸 코인을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팔아 위메이드의 경영에 활용한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수량은 이래저래 맞추면 된다지만 신뢰는 한 번 깨지면 회복되기 힘들다.
 
코인의 생명은 신뢰에 달려 있다. 그래서 위믹스 재단은 시급히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투자자들이 백서를 읽고 위믹스를 사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위메이드라는 기업을 믿고 샀을 것이다.  
 
이번 상장폐지 사태가 불거진 후 필자가 백서를 제대로 살펴보니 위믹스에 대한 신뢰가 깨질 수밖에 없었다. 흔히 백서를 보면 개발자 몫 또는 마케팅 물량이라면서 재단에 상당한 분량을 할당한다. 백서는 재단에 특혜를 주어 코인이 출시되면서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 만들므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소지가 높다.  
 
위믹스 백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백서를 보면 블록 당 1개, 그리고 1분에 60개의 위믹스 코인이 생성되며, 그 50%는 거버넌스 파트너에게, 25%는 위믹스 에코 펀드에, 그리고 나머지 25%는 유지보수에 쓰이게 되어 있다. 백서가 모호해서 그렇지 50%는 재단 몫이라는 의미이고, 이 막대한 물량을 이용해 위메이드는 선데이토즈를 인수하고 비덴트의 지분을 사들이는 등 의외의 일들을 벌였다.
 
위메이드가 앞으로 살 길은 재단 물량을 백서에 적혀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사용하여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있다.  
 
위메이드가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위믹스를 대량매도 함으로써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수차 입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위믹스가 비록 원화마켓에서 상장폐지되었지만 그게 ‘미르4’의 흥행이나 P2E(Play to Earn·플레이로 돈 벌기) 게임 산업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므로 위메이드는 지금부터라도 본연의 사업에 충실하면 된다.
 

코인 백서에서 도덕적 해이를 잡아내야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원조는 다 아는 바와 같이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이 여전히 신뢰를 한 몸에 받는 이유는 채굴(mining)의 기회가 공평하다는 점에 있었고, 그 공평함이 한 번도 훼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채굴에 전기가 많이 소모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그건 채굴에 참여하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불하는 대가다.
 
대신 재단이나 개발자에게 비트코인이 무상으로 할당된 바 없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그들이 비트코인이 필요했다면 직접 채굴하거나 자기 돈을 들여 사야 했다.  
 
채굴할 수 있는 비트코인 수량은 정해져 있고, 현재까지 채굴된 수량이 정확하게 몇 개인지 누구나 익스플로러로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비트코인의 총 발행 예정 수량은 2100만 개이고, 현재 92%가 채굴되었다. 이런 투명성 또한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의 원천이 되었다.
 
전력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비판이 비등하자 에너지 문제를 해결한 신의 한 수라며 출현한 게 지분증명(PoS) 방식의 코인들이다. 참고로 비트코인은 작업증명(PoW) 방식을 채택했다. 작업증명은 말 그대로 채굴이라는 힘든 작업을 통해 코인을 획득할 수 있다. 지분증명 방식은 코인의 지분만큼 코인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그 지분에 상당하는 코인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지분증명 방식에서는 코인을 나누어주는 방식이다 보니 엄밀히 따지면 코인을 채굴하는 게 아니고 주조(minting)한다. 주조는 쉽게 말해 코인을 그냥 찍어낸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금을 채굴하려면 광산에서 엄청난 양의 돌을 캐 운반하는 과격한 노동을 해야 하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채굴된 금을 녹여 동전을 주조하는 일은 채굴에 비해 노동의 강도가 엄청나게 낮다. 그래서 지분증명은 작업증명과 달리 권한의 분산이 아닌 집중을 초래하기 쉽다. 위믹스 백서가 그 좋은 사례이다. 백서는 위메이드에 매우 유리하게 작성되어 있었다.
 
코인평가기관들은 지분증명 코인 백서에 숨겨진 도덕적 해이 요소를 사전에 찾아내야 한다. 재단이 막대한 물량을 차지하고 그 물량에 락을 걸지 않아 언제고 대량매도 할 수 있다면 피해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또한 재단 물량을 어떻게 사용할 지 명확하게 백서에 기술하여 계획대로 집행해야 한다. 도덕적 해이를 잡아내는 일이 코인평기기관과 거래소에 맡겨진 새로운 숙제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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