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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인 토지 또는 건물 소유자 변경 시 지상권 성립할까 [임상영 부동산 법률토크]

공유 대상이 토지인지 건물인지에 따라
소유권 변동시 법적지상권 인정 달라져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 주택가 전경. [연합뉴스]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해 그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를 지상권이라고 합니다(민법 제279조). 지상권은 기본적으로 당사자들 사이의 계약을 통해 성립하게 됩니다. 그리고 ‘저당물의 경매로 인해 토지와 그 지상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한 경우에는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 대해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는 민법 제366조에 의해 ① 저당권 설정 당시 토지 위에 건물이 존재했어야 하고, ② 저당권 설정 당시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의 소유여야 하며, ③ 경매로 인해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 인정되는 ‘법정지상권’이 있습니다.
 
이렇게 법률의 규정에 의해 인정되는 것 외에도, ①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의 소유에 속했다가 ② 토지나 건물 중 일방이 매매·증여· 강제경매 등의 원인으로 처분돼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졌을 때 ③ 건물철거의 특약이 없는 경우에 인정되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도 있습니다. 이러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과 관련해서는 “우리 사회에는 실제로 법정지상권에 관한 관습이 존재하지 않았고,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것은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고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저해하고 거래의 안전과 법적 안정성을 해치며 거래 비용을 증가시켜 사회 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전직 대법관의 반대 의견도 있지만, 여전히 인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토지 또는 건물 가운데 하나만 매매하려는 당사자로서는, 법정지상권이나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 여부를 매우 꼼꼼하게 살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싼 돈을 주고 매수한 건물에 지상권이 인정되지 않아 건물을 철거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자신의 토지에 지어져 있는 타인의 건물에 지상권이 성립되면 이를 철거하지 못해 토지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공유 건물, 토지주 바뀌어도 법정지상권 성립

이러한 지상권과 관련해 토지 또는 건물이 여러 명의 공유에 속하다가 일부의 소유권이 변동된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토지는 A 단독소유이지만 건물은 A와 B의 공동소유인 상황에서 토지에 대한 경매절차가 진행되어 제3자인 C에게 토지 소유권이 이전됨으로써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입니다. 경매 이전의 토지 소유자(A)와 건물 소유자(A+B)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일 소유자’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건물공유자의 1인이 그 건물의 부지인 토지를 단독으로 소유하면서 그 토지에 관해서만 저당권을 설정했다가 위 저당권에 의한 경매로 인해 토지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도, 위 토지 소유자는 자기뿐만 아니라 다른 건물공유자들을 위해서도 위 토지의 이용을 인정하고 있었다고 할 것인 점, 저당권자로서도 저당권 설정 당시 법정지상권의 부담을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불측의 손해를 입는 것이 아닌 점, 건물의 철거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공익상의 필요성도 인정되는 점 등에 비춰 위 건물공유자들은 민법 제366조에 의해서 토지 전부에 관해 건물의 존속을 위한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대법원 2011년 1월 13일 선고 2010다67159 판결)”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결국 C는 토지를 낙찰받았지만 그 위에 지어진 건물에 법정지상권이 인정됨에 따라 A와 B는 계속해서 건물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C는 A, B에게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자신에게 인도할 것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낙찰받은 토지를 활용하지 못하고 지상권자인 A, B로부터 토지 이용의 대가인 지료를 지급받을 수 있을 뿐이고, 이때 지료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해 법원이 정하게 됩니다(민법 제366조 후문).
 

공유토지 위 공유건물, 일부 공유자 바뀌면 법정지상권 불인정

이와는 반대로 경매대상인 토지가 공유인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D와 E가 공유하던 토지 위에 D가 건물을 지어 소유하고 있다가 그 건물의 소유권이 F에게 이전된 경우 F가 매수한 건물에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관련해 대법원은 “토지공유자의 한 사람이 다른 공유자의 지분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그 토지 위에 건물을 건축한 후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토지에 관해 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이 성립되는 것으로 보게 되면 이는 토지공유자의 1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지분을 제외한 다른 공유자의 지분에 대해서까지 지상권 설정의 처분행위를 허용하는 셈이 되어 부당하다(대법원 1993. 4. 13. 선고 92다55756 판결)”고 함으로써 공유 토지 위에 공유 건물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토지와 건물의 일부 공유자가 달라진 경우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즉, 위 사안에서는 D가 토지에 대한 자신의 지분뿐만이 아니라 E의 토지 지분에까지 지상권을 설정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E에게 불리해지는 탓에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공유의 대상이 토지인지 건물인지에 따라 소유권이 변동되었을 때 건물에 대한 법정지상권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달라지는데요. 자신이 매수하려는 토지 또는 건물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법정지상권 또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 여부를 꼼꼼히 살펴봐야만 합니다.
 
※ 필자는 법무법인 테오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건설 재경본부에서 건설·부동산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았으며 부산고등법원(창원) 재판연구원, 법무법인 바른 소속 변호사로 일했다.

임상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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