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티나게 팔린 고가 수입차...대부분 법인차였다
지난해 고가 수입차 판매 28% 늘어...78% 법인 구매
대당 판매 가격 수억원인 롤스로이스 법인 비중 91%
법인차 사적 유용 문제 심각...정부 전용번호판 도입 추진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지난해 팔린 고가 수입차(판매가격 1억5000만원 이상)의 70% 이상이 법인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차의 무분별한 사적 유용이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는 법인차 전용번호판 도입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새로운 제도가 법인차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 판매된 고가 수입차는 2만4356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1만9030대와 비교해 27.9% 늘어난 수치다.
차량 한 대당 판매 가격이 수억원에 달하는 롤스로이스, 포르쉐,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초고가 브랜드의 판매 실적도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국내에서 전년 대비 4% 늘어난 234대를 판매했다. 포르쉐는 전년 대비 6.3% 많은 8963대, 람보르기니는 14.2% 늘어난 403대를 팔았다. 벤틀리는 전년 대비 53.2% 늘어난 775대를 팔며 가장 큰 성장폭을 보였다.
고가 수입차의 판매가 늘어난 이유로는 수입차를 선호하는 소비 성향, 법인의 차량 구매 등이 꼽힌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매 동향을 살펴보면 국산차 판매는 줄었지만, 수입차는 오히려 늘었다. 국내 소비자들이 국산차보다 수입차를 선호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5개 완성차업체(현대자동차, 기아, 한국지엠(GM), 르노코리아자동차, 쌍용자동차)의 내수 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3.1% 감소한 138만8476대에 머물렀다. 반면, 수입차 판매는 전년 대비 1.2% 늘어난 29만34대(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집계 기준)로 나타났다.
관련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면서 수입 럭셔리 브랜드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페라리는 지난해 10월 아시아 국가 최초로 한국에 푸로산게를 선보인 바 있다. 이 모델은 페라리의 첫 4도어 4인승 모델이다.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11월 우루스 S를 국내 출시했다. 해당 모델은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신차다. 같은 달 롤스로이스는 차량 가격이 7억원을 웃도는 신형 팬텀 시리즈 II를 국내 출시했다. 통상적으로 수입 브랜드는 중요도가 큰 시장부터 순차적으로 신차를 선보인다. 람보르기니가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번호판 색상 바뀌면 괜찮을까
법인의 고가 수입차 구매도 럭셔리 브랜드의 성장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법인이 구매한 고가 수입차의 비중은 78.2%로 나타났다. 2020년 82%, 2021년 80%로 비중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 럭셔리 브랜드 중에는 롤스로이스의 법인 구매 비중이 91%로 가장 높았다. 람보르기니와 벤틀리의 법인 비중은 각각 85%, 77% 수준이었다. 포르쉐는 65%로 타 브랜드 대비 비중이 낮았지만, 지난해 팔린 차량의 절반 이상이 법인 구매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이 차량을 구매하는 것은 업무용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대당 수억원을 호가하는 럭셔리카 구매가 늘면서 법인차 사적 유용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법인차의 무분별한 사적 유용을 막기 위해 전용번호판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략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법인차 전용번호판의 색상은 총 2가지로, 연두색과 옅은 연두색이다. 법인차 전용번호판의 도입은 오는 6월 공식화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차의 사적 사용을 막으려면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전용번호판 도입 외에도 단속에 대한 규정 등이 마련돼야 한다”며 “단순히 번호판 색상에만 차이를 두고 별도 규제가 없다면 오히려 법인차를 더욱 특별하게 보이도록 하는 효과만 줄 것”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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