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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기업에도 대출 문 걸어 잠갔다…“좀비기업 확산 중”

수요 증가에도 지난해 12월 대기업 대출 큰 폭 감소
은행권, 대기업 ‘신용위험’ 확산에 대출 심사 엄격 진행
대기업 한계기업 총 537개 “계속 증가 전망”

서울 남산에서 기업들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국내 은행들이 대기업의 신용 악화 등을 우려하며 대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이 경기침체와 비용 증가 등을 우려해 미리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은행권에서는 대기업의 부채 비율이나 한계기업이 증가하는 상황이라 대출 심사를 강화한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대기업 대출 6.1조원 감소…수요는 역대 최대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매달 증가해오던 대기업 대출이 지난해 12월 들어 큰 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기업 대출은 전달보다 6조1000억원 감소했다. 전체 기업대출 감소액인 9조4000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다. 

대기업 대출은 지난해 총 104조6000억원 확대되며 무섭게 늘어났다. 하반기 들어 증가 규모가 계속 커졌는데 지난해 월별 증가액을 보면 ▶8월 2조9000억원 ▶9월 4조7000억원 ▶10월 9조3000억원 ▶11월 6조5000억원 등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12월 들어 대기업 대출이 감소한 것이다. 

한은은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일시상환을 하는 기업들이 12월에 많아졌고, 아울러 은행들의 부실채권 매각 및 상각 등이 발생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로 갈수록 대출이 필요했던 대기업들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대기업 대출 수요지수는 28을 기록하며 1분기의 6, 2분기의 6, 3분기의 8과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020년과 2021년 중 가장 큰 수치였다. 

그만큼 국내외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유동성 확보 수요가 대기업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고,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 악화 등이 지속되면서 은행을 찾는 대기업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자별 신용위험지수. [자료 한국은행]
다만 은행에서는 대기업 대출이 한 번에 큰 규모로 이뤄져, 최근 경기 악화에 따라 한 기업에서만 대출 부실이 발생하게 되면 은행에 돌아올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대출 금리 상승 등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대출을 끌어다 쓰려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은행 자체적으로 대출 심사를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로 은행들의 차주별 대출태도지수는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마이너스 6을 기록했다. 당시 중소기업과 가계주택 대출태도는 각각 6과 19로 대기업보다 높았다. 대출태도지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그만큼 은행이 대출 심사를 엄격하게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대출 심사 강화에도 불구하고 대출이 증가해왔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이전보다 컸다는 의미”라며 “대기업에 대한 심사를 강화한 것은 신용 하락 우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은의 차주별 신용위험지수를 보면 대기업은 지난해 1분기 6에서 4분기에 22로 상승했다. 2021년 상반기까지 하락세를 보인 신용위험지수가 지난해 가파르게 오른 모습이다. 

2021년, 대기업 중 ‘한계기업’ 33개 증가한 537개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들은 기업들의 영업환경이 더 나빠질 경우 대출 지급이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대기업에서 한계기업이 증가하고 있어 은행들이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비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곳을 의미한다.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으로, ‘좀비기업’으로도 불린다. 

이런 한계기업은 대기업 중에서 2021년 말까지 총 537개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33개 증가했다. 한은은 지난해도 경기둔화와 대출 금리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영악화가 심화됐고,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라 한계기업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대기업이 지난해 1월 84.3%를 기록하며 50%대를 기록한 중소기업보다 월등히 높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기업의 자금 조달 방법이 어려워지고 있는 데다 기존에 끌어다 쓴 대출 금리까지 높아지고 있어 기업들의 자금난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은행에서도 기업의 신용리스크에 따라 충당금 추가 적립 등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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