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공세에 전전긍긍하는 재계′′
[보폭 넓히는 행동주의펀드]④
SK ′소버린 사태′ 후 삼성·현대차 등 경영권 분쟁 일어나
경영권 방어 강화 위한 포이즌 필 도입 주장 많아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이른바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사모펀드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지주사 지분 매입을 통해 경영 참여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재계에선 “사모펀드의 경영권 분쟁에 대응할 수 있는 별다른 방어 수단이 없다”는 우려가 크다. 오너 일가 중심의 국내 기업 환경 특성상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재계는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포이즌 필′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인수합병을 방어하기 위해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으로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SK와 경영권 분쟁 일으킨 소버린 차익 1조원 실현
사모펀드가 국내 오너 일가의 경영권에 위협을 가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이른바 ‘소버린 사태’로 알려진 SK 경영권 분쟁이다. 미국 사모펀드 소버린이 지난 2003년 SK 지분 14.99%를 확보, SK 경영진 퇴진 등을 요구했던 사건이다. 국내 주요 기업의 경영권이 미국 사모펀드에 뺏길 위기에 처했던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소버린은 당시 SK 지분 14.99%를 모두 행사하기 위해 자회사 5개 사에 지분을 각 2.99%씩 분산하는 등 치밀하게 경영권 분쟁을 준비했다. 약 2년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에서 SK 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비용을 지출했으나, 소버린 측은 2005년 SK 지분 매각을 통해 약 1조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소버린 사태 이후에도 국내외 사모펀드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에 대해 경영권 분쟁을 지속해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국내 자산 상위 100대 기업의 주요 주주 지분 변동을 조사한 결과, 사모펀드 보유 지분은 2011년 평균 14.4%에서 2021년 21.6%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오너 지분은 43.2%에서 42.8%로 소폭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경련 측은 “정부가 기업 인수합병이나 자금 조달 활성화를 이유로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면서 금융 자본의 기업 경영 참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2015년 10월 사모펀드에 투자 대상 회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는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재계 안팎에선 “기업 경영에 참여한 사모펀드들이 지배구조 개선, 주주 이익 극대화 등 오너 기업의 문제점 등을 바로 잡는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렇지만 실제 사모펀드의 경영 참여 사례를 보면,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이 대부분”이란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들이 지분을 매입한 국내 기업들은 경영권 승계 과제를 안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경영권 분쟁에 취약한 기업을 상대로 경영 참여에 나서 주가 차익을 실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를 앞둔 오너 일가 입장에선 사모펀드와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가 요구하는 지배구조 개선, 주주 이익 극대화 등의 요구를 외면하긴 어렵다”며 “사모펀드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사모펀드와 소액 주주들이 연대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모펀드 돌고 돌아 차익 실현”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일으켜 세간의 관심을 받은 국내 사모펀드 KCGI 역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 주주 이익 확대 등의 명분을 내세웠다. 지난 2019년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15%를 넘게 확보한 KCGI 측은 당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부정적 여론 등을 활용했다. 지배구조 개선 등이 담긴 주주 제안에 나서며 경영권 분쟁 주도권 확보를 꾀했다.
이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과 3자 연합을 구성해 경영권 분쟁을 이어갔다. 하지만 델타항공, KDB산업은행 등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인식되며 수세에 몰렸다. 지난해 3월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지분을 호반건설에 매각하며 3년 넘게 이어온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손을 뗐다. 한진칼 지분 매각에 따른 수익률은 100%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모펀드가 경영권 분쟁에 취약한 기업을 상대로 경영 참여에 나서 이익을 거두는 사례가 늘면서, 재계 안팎에선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해 10월 2021년 자산 상위 100대 기업(금융사 포함)의 정관을 분석한 결과, 불과 8곳만 정관에 경영권 방어 조항을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전경련 측은 “해외 기업들이 차등 의결권, 포이즌 필 등의 방어 수단을 활용하는 것과 달리, 우리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수단은 부족하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준하는 방어 수단의 확충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차등 의결권은 보통주와 비교했을 때 더 많은 의결권을 지배 주주에 부여하거나 주식의 종류에 따라 의결권의 수를 달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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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 경영권 분쟁 일으킨 소버린 차익 1조원 실현
사모펀드가 국내 오너 일가의 경영권에 위협을 가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이른바 ‘소버린 사태’로 알려진 SK 경영권 분쟁이다. 미국 사모펀드 소버린이 지난 2003년 SK 지분 14.99%를 확보, SK 경영진 퇴진 등을 요구했던 사건이다. 국내 주요 기업의 경영권이 미국 사모펀드에 뺏길 위기에 처했던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소버린은 당시 SK 지분 14.99%를 모두 행사하기 위해 자회사 5개 사에 지분을 각 2.99%씩 분산하는 등 치밀하게 경영권 분쟁을 준비했다. 약 2년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에서 SK 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비용을 지출했으나, 소버린 측은 2005년 SK 지분 매각을 통해 약 1조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소버린 사태 이후에도 국내외 사모펀드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에 대해 경영권 분쟁을 지속해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국내 자산 상위 100대 기업의 주요 주주 지분 변동을 조사한 결과, 사모펀드 보유 지분은 2011년 평균 14.4%에서 2021년 21.6%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오너 지분은 43.2%에서 42.8%로 소폭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경련 측은 “정부가 기업 인수합병이나 자금 조달 활성화를 이유로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면서 금융 자본의 기업 경영 참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2015년 10월 사모펀드에 투자 대상 회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는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재계 안팎에선 “기업 경영에 참여한 사모펀드들이 지배구조 개선, 주주 이익 극대화 등 오너 기업의 문제점 등을 바로 잡는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렇지만 실제 사모펀드의 경영 참여 사례를 보면,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이 대부분”이란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들이 지분을 매입한 국내 기업들은 경영권 승계 과제를 안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경영권 분쟁에 취약한 기업을 상대로 경영 참여에 나서 주가 차익을 실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를 앞둔 오너 일가 입장에선 사모펀드와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가 요구하는 지배구조 개선, 주주 이익 극대화 등의 요구를 외면하긴 어렵다”며 “사모펀드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사모펀드와 소액 주주들이 연대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모펀드 돌고 돌아 차익 실현”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일으켜 세간의 관심을 받은 국내 사모펀드 KCGI 역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 주주 이익 확대 등의 명분을 내세웠다. 지난 2019년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15%를 넘게 확보한 KCGI 측은 당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부정적 여론 등을 활용했다. 지배구조 개선 등이 담긴 주주 제안에 나서며 경영권 분쟁 주도권 확보를 꾀했다.
이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과 3자 연합을 구성해 경영권 분쟁을 이어갔다. 하지만 델타항공, KDB산업은행 등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인식되며 수세에 몰렸다. 지난해 3월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지분을 호반건설에 매각하며 3년 넘게 이어온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손을 뗐다. 한진칼 지분 매각에 따른 수익률은 100%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모펀드가 경영권 분쟁에 취약한 기업을 상대로 경영 참여에 나서 이익을 거두는 사례가 늘면서, 재계 안팎에선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해 10월 2021년 자산 상위 100대 기업(금융사 포함)의 정관을 분석한 결과, 불과 8곳만 정관에 경영권 방어 조항을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전경련 측은 “해외 기업들이 차등 의결권, 포이즌 필 등의 방어 수단을 활용하는 것과 달리, 우리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수단은 부족하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준하는 방어 수단의 확충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차등 의결권은 보통주와 비교했을 때 더 많은 의결권을 지배 주주에 부여하거나 주식의 종류에 따라 의결권의 수를 달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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