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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에 칼 빼든 정부…“정보공개 범위 더 넓혀야”

보험대상 전세가율 100%→90%로 6년만에 하향
전세사기 가담 중개사·감정평가사 1회 처벌시 자격취소

서울 은평구의 한 빌라촌 모습.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주택을 무더기로 사들인 뒤 보증금을 떼먹는 속칭 ‘빌라왕’들의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도 점점 더 치밀해지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정보공개 범위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오는 올해 5월부터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이하인 주택만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집값이 3억원이라면 지금은 전세금이 3억원이어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2억7000만원 이하여야 가입이 허용된다는 뜻이다.

국토교통부는 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전세사기에 악용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을 뜯어고치는 것이다. 우선 보증보험 가입 대상을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 100%에서 90%로 낮춘다.

무자본 갭투자 근절…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강화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연립·다세대주택의 전세가율은 2013년 70%, 2014년 80%에서 2017년 2월부터 100%까지 높아졌다. 그러자 보증보험에 가입되니 안심하라며 세입자와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을 맺은 뒤 보증금을 빼돌리는 일이 잇따랐다. 보증보험을 악용한 전세 사기다. 

전세가율을 90%로 낮춘다면 3억원짜리 집에 3억원 전세를 들이는 '동시진행' 수법으로 빌라 수천 채를 매집하는 전세사기꾼이 활개치기 어렵게 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사망한 '빌라왕' 김모 씨 소유 주택들의 전세가율은 평균 98%다. 전세가율 90% 기준을 적용한다면 김씨 소유 주택 대부분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예방책 중 하나인 '안심전세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도 개시한다. 안심전세 앱에서는 ▶주인의 과거 보증사고 이력 ▶HUG 보증가입 금지 여부 ▶악성임대인(HUG 집중관리다주택채무자) 등록 여부 ▶임대인의 체납이력을 보여준다.

그간 임차인은 적정한 전셋값이나 사고 이력이 있는 임대인인지 여부 등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 전세사기 범죄에 노출돼 왔다. 특히 신축빌라나 나홀로아파트와 같이 시세정보가 없는 주택의 경우 공인중개사나 분양대행업자가 시세 부풀리기를 통해 과도한 전세보증금을 요구해도 임차인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었다.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피해자가 전세보증금을 건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주 주택을 낙찰받는 경우에는 '무주택자'인 것으로 간주한다. 경매로 낙찰받은 집을 보유한 기간은 유주택 기간에서 빼 청약 당첨에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 정부는 공시가격 3억원 이하(지방 1억5000만원)·전용 85㎡ 이하 주택을 낙찰받는 경우 오는 5월부터 무주택자로 간주하기로 했다.

오는 5월에는 기존 전세대출을 저리 대출로 대환할 수 있는 상품도 내놓는다.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전세대출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이 될 경우, 고금리에 따른 대출 부담이 상당히 커지기 때문이다. 이 역시 가구당 2억4000만원까지 연 1∼2%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전세보증금이 3억원 이하인 경우에만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연소득 7000만원, 순자산은 5억600만원 이하여야 한다는 소득 기준도 있다.

또한 피해 복구를 위한 원스톱 법률서비스도 지원한다. 국토부와 법무부 합동 '법률지원 TF'를 통해 체계적인 법률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보증금 반환 절차를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전세사기 가담 중개사·감정평가사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록임대사업자가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지키고 있는지는 더 꼼꼼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법 개정으로 2021년 8월부터 모든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지만, 말로만 의무 가입 대상자라며 세입자를 안심시킨 뒤 가입하지 않은 사례가 다수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경우, 임대인이 보증보험에 가입해야만 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해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공실인 주택의 경우 임대주택 등록 이후 가입을 허용하되, 이후 보증 미가입시 임차인에게 이를 통보하고 계약해지와 위약금 지급을 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이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보증보험 가입 심사 때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가 없는 경우에만 감정평가 가격을 적용하기로 했다. 전세가율 산정 때 감정가를 가장 먼저 적용한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감정평가사들이 임대인과 짜고 시세를 부풀렸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특별단속 연장과 기획조사를 통해 전세 사기 가담자를 추적하고 전세 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 처벌 강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공인중개사는 직무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자격이 취소된다. 앞으로는 집행유예를 받아도 취소되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한다.

이와 함께 공인중개사들에게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준다. 앞으로 중개사들은 임대인의 세금, 이자 체납 등 신용정보와 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 전입세대 열람을 할 수 있게 된다. 전세가율과 전세보증 상품에 대해선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일부 중개보조원들이 전세 사기에 적극 가담한 사례도 드러난 만큼, 지금까지는 제한없이 채용하던 중개보조원 수를 중개사 1인당 최대 3인까지만 두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감정평가사는 지금은 집행유예를 포함한 금고형을 2회 받아야 자격이 취소되지만, 법을 고쳐 금고형을 1회만 받아도 자격이 취소되도록 한다.

‘나쁜 임대인 명단공개’ 국회 통과될까

전문가들은 이번 2.2대책이 전세사기에 대한 단속과 처벌 등 사후적 조치 외에도 전세사기 예방과 사전적 모니터링 및 피해자 구제 등과 관련된 제도 개선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제도개선은 다가올 봄 이사철 이후에 법이 개선될 예정이거나, 수도권과 지방 또는 주택상품 유형간 시행시기에 차이가 있고, 나쁜 임대인 명단공개 등은 국회 입법 개정이 불투명한 여지가 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됐다. 

함영진 직방 랩장은 “비아파트 전세 시세와, 주택 전세가율, 전세보증금반환사고 지역 통계 외에도 임차인의 정보 교섭력을 높일 수 있도록 역전세 지역, 임차권등기명령 지역 등에 대한 추가적 정보 제공과 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공인중개사의 주택 임대차 범용 계약서 강화나 특약 내용의 추가 확대도 필요해 보인다”며 “임차 중인 주택의 경우 임대인 변경 시 임차인에게 계약내용에 대한 안내 고지 의무화, 계약체결 시점에 선순위 임대차정보 제공, 임대인 국세완납증명 확인 등 정보공개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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