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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로스 날개’된 집값규제, 규제완화로 추락속도 늦춰야 [김현아의 시티라이브]

집값·전셋값 하락 부작용 심각
1기신도시 재건축 등으로 시장 활성화 기대

최근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여파로 국내 부동산시장에선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본 안개 낀 서울 도심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김현아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센터장]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집값과 전세값은 너무 올라서 걱정이었다. ‘영끌’은 전셋집을 마련할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워낙 집값이 급등하다보니 전세가격 상승세도 가팔랐다. 봉우리가 높았으니 골도 깊을 것이다.


추락하는 집값, 날개가 필요하다

그런데 속도가 문제다. 공시가격을 밑도는 급매거래가 등장했고, 매번 오르는 게 걱정이던 전세보증금은 오히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내린 만큼 돌려주어야 한다. 임대차 시장은 이제 주도권이 바뀌었다. 더 오래 거주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세입자가 아니라 오히려 집주인이 되었으며 보증금은 올리는 게 아니라 집주인이 대출이라도 받아 일부를 세입자에게 돌려주어야 할 판이 돼버렸다.

일명 ‘감액갱신’이라는 것인데, 다음 세입자에게 높아진 보증금을 받아 이전 세입자에게 반환하고 그 차익을 실현하던 집주인들은 차익은 고사하고 다음 세입자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출이 막혀 돌려줄 보증금을 월세 형식으로 세입자에게 분납 지불하는 집주인도 등장했다. 이건 ‘역월세’라고 불린다. 

빌라왕으로 촉발된 전세사기로 임대차시장에서 신용을 제공해야 하는 사람은 세입자가 아니라 집주인이 되어 버렸다.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일부 세입자는 임대인의 부채나 세금체납 등을 감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적게(5%만) 올리고 더 오래(2년씩 두 번) 살 수 있는 대항력에만 효력이 있지 전월세 가격이 추락하는 지금은 속수무책이다. 

전세시장이 이 지경인데 매매시장은 말할 것도 없다.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하락의 속도를 낮추고 주택시장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큰 날개가 필요하다.

지난 1년, 무슨 일이 생겼나

정확히 1년 전엔 부동산 가격, 특히 집값 하락을 예견하는 전망이 없었다. 당시 이미 미국의 금리인상 등이 예정돼 있었지만, 국내 주택시장의 펀더멘털(공급부족)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년 만에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2023년 상반기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도 집값 반전을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리는 그렇다 쳐도 공급부족이 주택가격을 떠받칠 것이란 해석도 오판이었을까. 주목할 점은 공급의 수준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 많던 영끌족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모든 게 다 거품이었을까.

주택수요를 증폭시키는(거품을 만드는) 요인은 대략 3가지이다. 첫째, 지속되는 저금리 상황이다. 저금리는 구매자가 지불능력을 초과하는 소비에 도전할 수 있는 배짱을 제공한다. 아직 임차로밖에 주택을 소비할 수 없는 수요자도 구매를 시도하게 한다. 또 이미 한 채 가진 이는 두 채를 갖는 도전이 가능해진다. 작은 집에 살던 사람은 좀 더 큰 집으로 이주할 유인이 된다. 둘째, 레버리지 효과이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만 작동하는 일명 ‘갭투자(전세를 끼고 전세와 매매가격의 차액만큼 투자해 주택을 구매하는 방식)’는 큰 돈 없이도 비싼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거품 촉매제 역할을 한다. 
1기 신도시 범재건축연합회는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 대선 공약 이행'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마지막은 정부 정책을 들 수 있다. 정책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주는 신호이자 그들의 심리를 형성케 하는 원인이 된다. 지난 5년 동안 과도한 공급규제나 거래규제는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주택의 공급을 축소시켰다. 또한 미래에도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래서 미래에 실현될 주택 구매수요(현재는 구매능력이 모자라 저축이 필요한 수요자 등)를 현재로 앞당기는 원인이 되었다. 즉 공급에는 시간이 걸리는데 미래의 수요까지 앞당겨지면서 공급이 더욱 부족해지는 현상이 생겼다. 

반대로 주택가격이 계속 하락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면 지금의 구매수요가 미래로 연기되면서 공급이 당장 충분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심리가 지금처럼 주택수요의 변동폭을 더 확대시킨다. 결국 주택수요를 앞당기거나 연기시키는 힘은 바로 ‘불안’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금리나 금융위기 등의 변수보다 펀더멘털을 의심하는 불안이 지배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난방비, 대출금리 인상으로 인해 주택수요의 크기 자체도 위축되고 있다. 

정부 규제완화, 집값에 날개 달까

금리는 물가나, 환율, 미국의 금리변동과 연계돼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만을 고려해 독자적으로 올리거나 내리기 어렵다. 반면, 문재인 정부 내내 강화 일변도였던 부동산 시장 규제는 정권이 바뀌면서 주택시장의 새로운 구원투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연초 규제지역이 대폭 완화됐고,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규제도 손질 중이다. 기대보다 폭이 컸던 규제완화에 대해 시장에선 하락 속도를 낮추고 불안심리를 잠재우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작금의 주택시장 하락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날개는 ‘규제완화’가 아닐까. 

국회의 원구성이 여당에 불리하기 때문에 논란이나 이견이 있는 규제완화는 조속한 추진이 어렵다. 대신 지난 6.1지방선거에서 여야 할 것 없이 같은 목소리로 규제완화를 외쳤던 ‘1기 신도시 재개발·재건축’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아 야당이 무조건 반대하기도 어렵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규제를 완화해도 사업기간이 최소 5년 이상을 잡아야 한다. 그럼에도 현재의 불안에 갇혀있는 시장의 심리를 진정시키는 데는 매우 효과적이다. 

주택시장을 보면 그리스 신화 속 ‘이카로스의 날개’가 떠오른다. 밀랍으로 붙여 너무 높이 날아 태양 가까이 가면 녹아버리는 이카로스 날개 말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완화는 미궁 속을 헤매는 주택시장의 날개가 되어줄 것이다. 단지 그 수준이 과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2.7일 드디어 국토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관련 특별법안을 공개했다. 이것이 주택경기의 날개가 되어 줄 수 있다면 거시경제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새 법안이 주택시장의 하락에 속도를 낮추는 이카로스의 날개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 센터장은…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현아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센터장은 현재 경기도 고양정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자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도시계획학 박사인 그는 정치권에서 손꼽히는 부동산 전문가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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