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코드레드’ 발동시킨 ‘챗GPT’에게 물었다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챗GPT 시대가 불러올 광고회사 변화
한계점은 있지만 인간 대체는 시간 문제
[허태윤 칼럼니스트] 구글이 최고의 비상사태를 의미하는 ‘코드레드(Code Red)’를 발동했다. 서비스 개시 2개월 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MAU)기준 1억명을 넘긴 대화형 인공 지능 서비스‘챗GPT’가 등장하자 구글의 CEO 순다르 피차이가 내린 조치다.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을 선보이며 이 분야 최고라고 공인한 구글이 엄청난 위기의식을 가지고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도 이 칼럼을 쓰기 위해 챗GPT에 유료로 가입하고 몇 개의 질문을 이 대화형 인공지능에게 던졌다. 한글로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은 무척 단순하고 왜 세계가 열광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영어로 질문한 내용의 답은 한마디로 놀라웠다.
질문의 내용은 “챗GPT 가 마케팅과 브랜딩에 미칠 영향을 2페이지 이내 칼럼 형식으로 쓰라” 였다. 답은 강점이 있는 6가지의 요소를 분석해 아주 깔끔하게 시험문제의 정답 수준으로 정리됐다. 챗GPT 의 영향이 마케팅과 브랜딩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하고, 챗GPT는 브랜드가 소비자와 관계를 맺는 새로운 주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6개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1. 개인화(personalization): 개인화된 고객서비스를 통해 고객 경험을 강화시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2. 효과적 리드 생성(Lead generation): 고객 요청에 대한 답변, 정보 획득, 제대로 된 실시간 리드 등의 자동화된 리드 생성 프로세스를 만들며, 3. 고객서비스: 루틴 한 고객서비스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통한 고객 응대 비용을 획기적 감소시키고, 4. 데이터 분석: 방대한 양의 고객 데이터를 생성하고, 소비자행동과 선호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어내며, 5. 멀티채널 통합(multi-channel integration: 이메일, 소셜미디어, 웹사이트 등 모든 고객 터치포인트에서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서비스가 가능하고 6. 투자효율(cost effectiveness): 인건비가 적게 들고, 많은 고객들을 동시에 핸들 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결론으로 챗GPT는 고객과 새로운 방식으로 상호작용함을 가능케 함으로써 혁신적 마케팅 및 브랜딩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글은 아직 정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지만 영어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했던 통신사의 인공지능 스피커나 챗봇 서비스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체계적이고 논리적이었다. 왜 미국 주요 대학에서 서둘러 방지 프로그램을 만드는지 이해가 됐다. 앞으로 학생들의 과제나 심지어 논문까지 챗GPT 가 수십 초 만에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상상은 어렵지 않다.
반면 디지털 광고회사의 작업을 ‘사람을 갈아 넣는 일’라는 오명은 확실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마케팅에 있어 반복적인 작업이 많은 리드 생성작업, 점점 개인화되고 다양화되어 가고 있는 고객의 니즈에 반응하는 작업은 말이 디지털이지 사람의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 생산성이 비교적 낮은 일들인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마케팅 프로세스는 자연스럽고 인간에 가까운 인공지능인 챗GPT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우리에게 ‘데드풀’이란 영화로 알려진 세계적인 배우이자 광고인인 라이언 레이놀즈는 챗 GPT를 통해 그가 CEO로 있는 ‘민트 모바일’의 광고 카피를 만들고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어 트위터, 인스타그램, 스냅, 페이스북 등에 집행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그의 트위터에서 "(챗GPT가) 약간 무섭긴 하지만, 굉장히 설득력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뚜렷한 한계성도 지닌 챗GPT
그러나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카피는 창조적이기보다 약간 말장난에 가까운 광고이기에 얼마든지 인공지능이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결국 획기적인 새로운 제안을 만들어내는 것은 인공지능에게 학습시킬 수 없는 인간의 창조적인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포브스는 “광고나 마케팅 분야의 단순 직군은 챗GPT가 대체할 수 있다”면서 “일상적이고 형식적인 방식으로 일하는 이들은 챗GPT의 등장을 걱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챗GPT의 서비스에는 한계도 있어 보인다. 알려진 바대로 인간이 입력하는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가치 중립적이지 않을 수 있다. 또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맥락을 파악해 답변하기 때문에 수학적 계산에는 비교적 약하다. 더불어 한국어도 지원하기는 하지만 학습 데이터의 양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류나 빈약한 답변이 상당하다.
그러나 챗GPT는 구글중심의 검색시장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대화형 인공지능기술은 빠른 속도로 진보해 보다 완전한 형태로 만들어질 것이다. 2014년 호아킨 피닉가 주연한 영화 ‘허(Her)’에 등장하는 대화형 OS처럼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인공지능을 경험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사랑보다 어려운 설득이 있던가? 이런 시대가 되면 광고와 브랜딩에 있어 인간의 자리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한신대 IT 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광고회사와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브랜딩에 관심을 가졌고 공기업 경험으로 공기업 브랜딩,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3년 서울에서 열리는 ADASIA 사무총장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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